한강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학부 때였다. 그때 읽었던 소설이 ˝검은 사슴˝,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등이었다. 그때는 한강이 신인 작가이던 시절이다. 그 무렵 읽었던 한강의 소설들도 좋았는데 솔직히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하다. 오랫만에 읽은 그녀의 소설 역시 무척 좋았다. 그리고 놀라웠다. 소설과 시를 넘나드는 느낌이랄까.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어떤 장은 통째로 너무 아름다웠고, 어떤 문단은 여러 번 곱씹으며 읽었다. 이 책은 당분간 책장에 꽂아둘 순 없을 것 같다. 떨어뜨려 놓을 수가 없어서 침대 머리맡 서랍장 위에 올려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