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읽다가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올 겨울에 문득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다시 책을 펼쳤을 때, 그 첫 문장에서부터 마음을 빼앗겼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자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눈이 가득한 고장. 그 고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 아름다운 문장들. 아름다운 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밤새 눈이 내려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들판. 첫 새벽에 아직 그 누구의 발자국도 남지 않은 깨끗한 눈 위를 한 발짝씩 조심스럽게 내딛는 기분이었다. 기분좋은 뽀드득하는 소리와 차가운 공기, 코끝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기운. 책을 읽는 내내 눈의 나라에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