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하기 -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사는 이야기
고금란 지음 / 호밀밭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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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 가을을 맞이하며 아침저녁 바람이 점점 선선해질 때 즈음 집에 도착한 택배를 받았다. 소설가 고금란 선생님의 짧은 글들을 모은 책. '맨땅에 헤딩하기'가 집에 도착했다. 한낮의 온도는 아직까지는 더워서 여름 옷을 입어야 했지만, 늦은 저녁 퇴근길은 쌀쌀해서 겉옷을 하나 더 입어야 한다. 출근길 가방 한편에 책을 넣고 회사에 가서 점심시간을 틈타 읽어 내려갔다.


8월에 출간한 따끈따끈한 책. 새하얀 바탕에 다이빙하고 있는 사람의 그림이 검은 잉크로 인쇄된 심플한 디자인의 책. 표지 디자이너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더없이 심플하면서도 깔끔하게 배치된 텍스트들이 서가에 놓여 있으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게 생겼다. 여백의 미를 잘 살린 표지 디자인처럼 책 안의 이야기들도 적당한 여백을 느낄 수 있는 낙낙함이 있었다.


누군가는 이 책의 저자를 두고 "요즘같이 자기 집 갖기 어려운 때에 자기 집이 그렇게 많다고?" 라고 시샘을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저자가 '집'에 두는 가치가 참 마음에 들었다. 철거민들과 같은 마음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서 서술할 때도 '이 사람이 참 멋진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다. 저자가 집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 주변 사람의 이야기들. 그리고 저자의 어머니 이야기까지. 별생각 없이 저자의 시선에 서서 공감하며 읽어내려가던 책은 저자의 친정어머니 이야기가 나왔을 때 턱하고 막혔다. 그 부분에서 나는 아주 오랫동안 생각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일부러 잊어버리고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던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되새기고... 그런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바로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그날은 밤을 넘겼다. 책은 저자의 이야기를 소탈하게 적어내려간 내용인데 가볍지 않으면서도 술술 익히는 것이 역시나 베테랑이다 싶었다. 술술 읽히는 가운데 저자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나 그의 삶에 대해서 솔직하게 직면하고 생각하는 모습들에서 많은 걸 배웠다. 인생 선배가 내가 먼저 살아보니 이러했더라,라는 이야기를 술잔을 주고받으며 노오란 백열등 아래 나긋나긋 전해 듣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아- 참 따뜻했다!'라고 생각했던 책. 요즘같이 쌀쌀해지는 때에 곁에 두고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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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 - 일본 근현대 정신의 뿌리, 요시다 쇼인과 쇼카손주쿠의 학생들
김세진 지음 / 호밀밭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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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과연 이 저자가 무슨 생각인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토 히로부미의 스승이자, 아베 신조 총리의 정신적 지주이며 메이지 유신의 심장이기도 한 그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도적 놈'이니까.

8월에 출간한 따끈따끈한 책. 항상 상업적인 것보다 다양성에 손을 내미는 호밀밭 출판사 덕분에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일전에 읽었던 '망각의 유산'과는 다른 면에서 나를 놀랍게 했다.


진정한 지피지기를 위해.

이 책을 중간쯤 읽었을 때 나는 왜 저자가 굳이 이런 자의 일생에 대해 조명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는 그의 생각에 깊게 공감했다.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한국에서는 일본과 관련된 주제, 특히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반일감정'에서 시작된 분노 때문에 논의가 흐트러지게 된다. 역사 문제에 있어서 피해 국가였던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그 분노가 피에 녹아 대물림되었기 때문에 냉정하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더 어렵기는 하다. 몰라서 당하는 것이 알고 당하는 것보다 나쁘다는 저자의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마주할 필요는 있다.


'야스쿠니 신사'의 경우, A급 전범들이 합사 명부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참배를 한 아베 총리가 욕을 먹는 것은 물론 한국인 관광객이 방문하여 참배하면 몰상식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마땅할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썼던 칼이 보관되어 있는 후쿠오카의 '구시다 신사'나 조선을 침략하고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든 시기에 이토 히로부미에 의해 살아있는 신으로 여겨졌던 메이지 천황을 기리는 '메이지 신궁'에는 아직도 한국인 관광객이 참배를 오고 소원을 빌고 있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모른다. 전범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요시다 쇼인'에 대해 다룬 서적은 전혀 없는 한국. 일본에 대해 연구가 지극히 부족한 한국. 저자는 그런 현실에 일침을 날리고 싶었던 것 같다. 책의 내용들은 '요시다 쇼인'의 일생을 다루면서 그의 성품에 대해 조명하고 있기 때문에 언뜻 보면 저자가 그를 추앙하려고 하는 건가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저자의 말대로 냉정하게 역사를 역사로써 바라보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앎'이 필요하다.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맨땅에 헤딩'이 저자의 따뜻한 이야기였다면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라는 적국이었고 감정의 골이 깊은 일본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인물과 그 인물로부터 파생된 사건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친절한 역사 책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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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Coding 한입에 쏙 파이썬 - 크리에이터 김왼손의 쉽고 빠른 파이썬 강의 Hello Coding
김왼손.김태간 지음 / 한빛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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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부터 보고 싶었던 <Hello Coding 한입에 쏙 파이썬>을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쉬운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을 '헬로 코딩' 시리즈에 어울리게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 읽고 따라 할 수 있게 만든 책이다.


파이썬이라는 언어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프로그래밍 언어 책들이 다 그렇듯이 어쩐지 시작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막막하고, 무언가 문제를 직면했을 때 어떤 알고리즘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응용하는 능력도 부족했기 때문에다. 막연히 프로그래밍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이 책을 본 첫 느낌은 '재미있다'였다. 


처음 책이 도착했을 때는 생각보다 얇은 분량에 살짝 실망도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부담 없이 도전해서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생각됐다. 이 책을 읽고 파이썬에 재미와 흥미를 가지고 다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달까.



가격은 15,000원. 나름 기술 서적인데도 프로그래밍 언어 책치고는 착한 가격이다. 전에 서점에서 구입하려고 했을 때 손이 잘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왜 그럴까 했는데, 글자를 읽을 줄 알고 컴퓨터를 다룰 줄 안다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쉽게 되어 있어서 이미 프로그래밍을 접하고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함수도 배열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 책은 정말 훌륭한 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따라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어느새 파이썬을 다룰 수 있게 되는 마법 같은 책이다. 스토리를 따라 예제들이 제시되기 때문에 재밌고 쉽게 읽어나가면서 배울 수 있다. 실제로 실습하기에도 충분한 책이다. 일전에 C언어를 배우겠다고 하다가 배열에서 때려치운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 알려준 배열은 정말 쉽게 이해되었다. 프포자. 프로그래밍을 포기한 사람. 혹은 코딩 교육으로 프로그래밍을 입문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재밌고 좋은 책이다. 누구나 이 책으로 프로그래밍에 입문한다면 어려움보다 재미를 먼저 알게 해서 중도 포기하는 사람의 수를 많이 줄여줄 수 있을 것도 같다. 파이썬을,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운다면 꼭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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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를 위한 블록체인 프로그래밍 - 이더리움 기반 신뢰성 높은 스마트 계약 개발하기
다고모리 데루히로 지음, 심효섭 옮김 / 한빛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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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출시한 따끈따끈한 책. 도서 <엔지니어를 위한 블록체인 프로그래밍>. 주식에 버금가는 재테크로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가 주목받고 또 많이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시점에 타이밍 좋게 출시된 책이다.



책이 두께가 두껍지는 않은데, 은근히 페이지가 많다.



가격은 정가 26,000원.


일단 이 책은 어렵다. 다른 블록체인 관련 서적처럼 어렵다. '엔지니어'를 위한 블록체인 프로그래밍이라는, 정말 제목 그대로인 책이다. 타깃이 분명한 만큼 해당 분야의 지식이 없다면 읽기 힘들 책이다. 하지만 교양서적의 용도로 읽는다면 나쁘지 않을 만큼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의 두께는 얇지만 내용은 블록체인의 이론적인 부분부터 실무까지 모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등장 배경부터 현제 많이 이슈 되어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코인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예로 들어 설명을 하고 있다.  내용들이 함축적이기 때문에 이 책 한 권으로 블록체인 개발을 완전히 이해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하나의 기술이 아닌 여러 기술들을 융합하여 만들어진 기술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공자가 아니라도 블록체인이 뭔지,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응용하여 사용하고 싶은지 알고 싶은 사람은 가볍게 읽어도 좋은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살지 말지 망설여진다면 한빛미디어 홈페이지에서 미리 보기로 168페이지까지 무료로 읽어 볼 수 있다. 참고로 이 책은 280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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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대폭발 - 장현정 잡문집
장현정 지음 / 도서출판3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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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끔씩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이미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있단 말이다. 책의 이름 그대로 무기력이 대폭발 할 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바로 그 때 읽으면 괜찮은 책이다. 


물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멍을 때리는 것도 괜찮지만, 아무 생각없이 틀어 둔 TV를 넋을 놓고 보는 것처럼 <무기력 대폭발>은 정말 그렇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가가 혹시라도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무언가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면 미안한 일이지만, 내가 보기엔 아마 작가도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뭔가 깊은 생각을 하리라고 바라지는 않았을 것 같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스낵 게임이라고 부르듯, 이 잡문집에 있는 글들도 스낵처럼 가볍게 읽고 덮어둘 수 있다.



책의 사이즈도 한 손으로 들고 보기에 부담없는 아담한 사이즈고, 손글씨로 적어 넣은듯한 타이틀도 예쁘다. 책 자체는 깔끔하고 예쁘게 생긴 디자인이다. 표지만 보면 뭔가 자기계발서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심오한 깊은 세계가 있을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그렇게 어려운 책이 아니다.



책의 부제가 산문집도 수필집도 아닌 잡문집이라는 것에서 그 근거를 둘 수 있겠다.



뭔가 카테고리로 나누어 놓기는 했지만 사실 카테고리 안의 글들은 딱히 연관성이 없다. 어느 정도냐면 그냥 목차를 보고 제목을 보고 내키는 글 하나를 골라서 페이지를 펼치고 읽어 내려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특히 첫 카테고리의 '엉덩이'라는 글을 읽으면 이 책의 글들이 얼마나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다.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날, 무기력이 넘쳐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런데 누워서 자는 것은 영 비생산적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자. 작가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내려간 글들을 읽으면서 너나 나나 다 무기력할 때가 있고 누구든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가르치지 않으려고 해서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 무기력이 폭발할 때에는 무기력 대폭발을 읽어 보자. 의외로 집 나간 기력이 돌아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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