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해즐릿의 저서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대하여>를 읽다 보면 일상적인 주제임에도 나도 모르게 아 그렇지 하고 동의하게 된다. 책은 비평의 허위와 친절의 이중성, 종교의 외형과 내면,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돈이 삶에 미치는 영향, 이국적 체험과 병상에서의 고요한 관찰로 오가며 진행된다. 각 글이 독립적인 빛을 내면서도 공통된 주제인 일상 속의 진실을 발견하고 기억과 정체성의 층위가 어떻게 쌓이는가를 향해 나아간다. 해즐릿의 문장은 과장되지 않아 부담이 없고, 평범한 경험을 비추는 거울처럼 독자의 사소한 순간들을 환기한다.책의 힘은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 데 있다. 해즐릿은 단정 대신 질문을 남기고 책을 읽는 자는 질문을 따라 자신의 경험을 재배치하여 생각하게 된다. 진부한 비평가에서 시작된 말의 윤리 문제는 인격을 안다는 것으로 이어져 타인에 대한 태도를 묻고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선택과 자유의 대가를 조용히 상기시킨다. 인도인 곡예사의 순간적 경이와 병상의 풍경에서 발견되는 일상적 연약함은 서로 반대되는 듯하지만 결국은 같은 인간 조건을 드러낸다. 해즐릿은 이런 대비를 통해 삶을 드러내면서도 책을 읽는 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한다.이 에세이들은 읽는 이의 삶을 조금 더 맑게 만들어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예술과 신앙, 병과 회복과 같은 서로 다른 소재들이 하나의 리듬으로 흐를 때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순간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게 되었지만 해즐릿의 글들은 오랜 시간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