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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예상치 못한 한국의 선전으로 뜨겁고 강렬했던
2002년 한여름. 고3이었던 해언이 공원에서
머리에 둔기를 맞고 살해된다. 용의자는 있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범인은 잡히지 않고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된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해언의 동생인 다언은
사건 당시 용의자였던 한만우를 찾아가게 되는데...
처음에는 해언을 죽인 범인이 누구일지 궁금해서
책장을 급히 넘겼는데 열린 결말로 끝난 마지막
장에서 잠시 얼이 나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끝났구나...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고 또 한편으로는 좀 답답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레몬>에 제일 잘 어울리는
엔딩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예기치 못한 사건이 닥친 한 가족의 비극을
종이 너머로 바라보며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집착했던 범인 색출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늘 그렇듯 이어지는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자칫 지루하기만 한 내 하루가
뒤돌아 봤을 때 그 누군가에게는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갖고 싶은 시간이라는걸... 우리는 알면서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굳이 내 가족에게 비극이
다가오지 않더라도 책 너머로 엿본 다언과 해언에게
찾아온 날벼락 같은 사건을 통해 지금 내가
허송허송~ 시간을 날리고 있는 이때가 나중에
뒤돌아 봤을 때 참 소중했었지..라고 여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해언의 사건이 큰 줄기이긴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어제를 살았고 오늘을 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건을 파고들어 집중적으로 추적을 해 나간다는
느낌이 적어 <레몬>의 장르가 조금 애매해지긴
했는데 그렇다고 이야기의 재미가 줄어든 것은 아님.
어떠한 큰 사건 뒤에도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 그래서 더 무거웠고
가슴 한편이 아리기도 했던 <레몬>.
명확한 확답을 주지 않고 끝내버렸지만
억지스럽지 않아 더욱 여운이 남았던 <레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