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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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은 거의 대화로만 이야기를 끌고가는

짧은 소설이다. 짧다고 만만하게 볼게 아니었다.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따로 휴식을 취할 새도 없이

곧바로 결말을 향해 내달렸다.

처음에 피버 드림을 집어 들었을 때는

단지 164페이지에 불과한 얇고 작은 책이었을

뿐인데 곧 혼란스러워졌고 불편해졌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과는 전혀 다르다. 장담한다.

아만다는 데이빗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반의식 상태에 빠져있는 아만다의 이야기는

추상적으로만 느껴지고 데이빗의 존재는 섬뜩하기

까지하다. 이 혼란스러운 대화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스토리를 갖춰가고 그제서야 아만다는

자신에게 어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떠올리는데..

피버 드림은 초반에 내가 기대했던 것과 완전 다른

결말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지? 등장인물간의 서술에만 의존해서 이런 괴물 같은

공포를 맛보여 줄 수 있다니. 극도로 추상적이면서도

실제로 설득력까지 갖추고 있다. 소름끼지게도!

무릎을 탁. 치게 할만한 반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난 중간에 혹시 놓친게 없는지 곱씹어 봐야했다.

이 책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쓰여진 책이고,

나는 첫장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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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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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롭 하트가 그려낸 현실적이면서도 그래서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디스토피아적 소설

<웨어하우스>의 책장을 막 덮었다.

웨어하우스에서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환경파괴,

실업 문제 등으로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경제와 도시들은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곳곳에선 폭력과 살인이 일어나고

실업이 급증하고, 정부마저 무너져 시민들이

의지할 곳을 잃어가고 있을 때 클라우드라고 불리는

지금의 아마존과 같은 회사가 다른 회사들을 몰아내고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미국 가정에

드론을 이용한 배달로 공급하는데,

이 모든 게 타 기업에 비해 가장 낮은 가격,

간편한 제공 덕분에 시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물건을 구하러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졌다.

경제 몰락으로 인한 대량 실업과 만연하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외출을 기피하는 사람들.

이러한 현실을 파고들어 클라우드는 대부분의

독립 소매업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점점 더 영역을

확장해서 정치 체제까지 장악해나간다.

모든 사람들의 편의성을 위해 존재 자체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클라우드이지만

책을 읽어 나갈수록 뭔가 수상쩍다.

무섭게 무너져내린 현실에 실물하는 상점은

온라인 쇼핑의 기세에 몰려 어느새 자취를 감췄고

그 자리를 클라우드가 대신하고 있는 미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소비의 요구에 부응했고,

또한 생산성과 효율성의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높이고 직원의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클라우드는 제한적이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직원들을 뽑고 일할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숙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라이브 워크 단지를

전국에 건설했다. 사람들은 배정된 모든 업무에서

하루 12시간, 주 7일 근무하며 클라우드 내 숙박,

음식 및 기타 상품에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을 받는데

이러한 기본적인 편리함을 대가로, 직원들은 개인 추적

장치에 의해 지속적인 감시를 받고 모든 활동은

감시받는다. 또한 그들은 성과에 대해 일정한 별점을

유지해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다시

무법천지인 바깥세상으로 쫓겨나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마땅히 자유를 헌납하며 클라우드에 복종한다.

일자리가 귀하디 귀한 현실에서

클라우드는 분명 누구나가 탐낼 곳이지만

별점? 감시? 내가 만약 이런 곳에서 일해야 한다면

난 내 삶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모두에게 안녕과 편안함만을 제공하는

이곳에 복수와 파괴라는 다른 동기를 가지고 등장한

팩스턴과 지니아. 이들이 클라우드에서 요령을 익히며

운영의 핵심으로 가면 갈수록 이야기의 전개는

더욱 빨라지고 책에 집착하게 되는 나를 발견.

절박하고 황폐화된 삶에 서서히 파고들어 처음에는

구세주와도 같이 느껴졌던 클라우드의 존재는 뒤로

갈수록 자유로운 힘을 가진 독점? 독재?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고 언론매체와 정치 등 사람들의 삶..

그 모든 부분에 가느다란 촉수를 뻗고 있는 짐승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너무 과장된 감상일까? ㅋ

웨어하우스를 읽고 있다 보면 미래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볼 수 있는, 또 충분히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사실감을 넘어

오싹하기까지 했다. 지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나

아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을

쟁취하기 위해 절박하고 전쟁 같은 매일을 보내야

했던 롭 하트가 그려낸 가상의 미래

<웨어하우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스릴러의 형식을 빌려 마치 경고장을 읽은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흐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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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 - 대한민국 1호 도슨트가 안내하는 짜릿한 미술사 여행
김찬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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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도슨트란 말을 처음 들었다.

그래서 얼른 검색을 해봤더니


(Docent)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의미한다


아하. 또 하나 책을 통해 배웠다.

무튼. 대한민국 1호 도슨트 김찬용님의

책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을 읽었다.

사실 미술에 관해서는 정말 무식 중의 무식이지만

그래도 그림을 보는 건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미술 관련 책을 읽어보는 것도 즐기는데

우리나라 1호 도슨트님의 책이라니..

어떻게 나를 안내해 줄지 기대기대.

솔직히 뭐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배운다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정말... 식상한 표현이지만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너무 너무 재미나게 책장을 폴폴 넘겼다.

그렇다고 막 가볍게 설명을 날리는게 아니고

포인트만 콕콕 집어서 군더더기 없이

간단하고 명확하게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스토리를 읽고 나서 그림을 보고나면

오오오오~~~ 그림이 다시 보인다.

정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재미나다.

나 처럼 미술사가 어렵다~ 어려워 하는 사람들에겐

엄지척 자동으로 올라가는 미술사의 내비게이션!

어쩜 이렇게 설명들이 명쾌할 수가 있냐며

페이지 넘길 때 마다 박수. ㅋ

어렵지 않고 간략하면서도 명쾌~

요즘 트렌드에 딱 맞는 설명이었다고

개인적으로는 주장하고픈데

다른 분들은 어땠을런지... ㅎㅎ

완전 취향 저격당해 읽는 내내 유쾌했던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 넘나 추천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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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은맘의 손뜨개 인형 - 코바늘로 뜨는 창작 인형 인기 클래스
황부연(시은맘) 지음 / 황금시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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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체스를 영접할 수 있나요?ㅋ 너무 기다렸던 시은맘님의 책이 나오다니 축하드려요. 고생많으셨을텐데 뿌듯하시겠어요. 대박 기원하며 배송될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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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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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작가 루스 웨어의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미리 읽어본 분들의 평이 너무 좋아서

기대를 많이 하고 읽었는데 중간까지 읽다가

왜 다들 그렇게 후한 평가를 내린지 알았는데

2020년의 마지막을 이렇게 매력적인 책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니... 럭키~~ 乃

한 여성이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리며 자신은

무죄이고 그것을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서신 형식으로 시작하는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우연히 발견한 말도 안 되게 후한 보수의

아이 돌봄의 구인공고를 포기할 수 없었던 로완은

결국은 이력서를 넣게 되고 면접까지 통과하며

구직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로완이 오기 이전에

4명이나 이 완벽한 일자리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미리 들었음에도 넉넉한 월급과

멋진 집에 이끌려 그녀는 일을 수락하게 된다.

하. 지. 만...

매일 밤 들리는 이상한 소리와 초자연적으로

느껴지는 수상한 일들, 거기에 소름 끼치는

기능을 모두 갖춘 이 "스마트 하우스".

로완이 그랬던 것처럼 마치 내가 헤더브레 저택에서

수없이 많은 밤을 보내는 것처럼 책장을 넘길 때

마다 로완과 함께 지쳐가고 깜짝깜짝 놀라고

화가 나고 그리고 고립되어갔다.

나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미쳐가지 않았을까?

첫 페이지에서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더니

정말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고 넘기고.

그러다 마지막에 와서 Oh My God.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작가 재미난 걸 썼네? 하고

읽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다시 한번 크게 훅!

솔직히 사연을 가진 오래된 집이 배경이 되는

추리 소설이라면 대부분 가독성이 나쁘지 않아

쉽게 읽힐 줄은 알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매력적인 소재에 더해진 미스터리는

가독의 속도를 최대치로 올려준다.

스코틀랜드의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오래된 빅토리아 시대 스타일의 고 저택.

하지만 집안의 거의 모든 것이 현대적인 앱으로

제어되는 "스마트"집이라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조합이

오히려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포인트.

지루한 일상 속 흥미로운 페이지 터너가 될

추리 소설을 찾고 있다면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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