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곡, 3월의 전설, 빛의 걸음걸이...이 단편들만큼 봄과 문학적으로 어울리는 작품이 또있을까요. 이 책을 펼치면 가만히 봄이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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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블루데이북 - 우리에게도 우울한 날은 있어요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이상희 옮김 / 다산기획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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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라는 부제를 달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블루데이북』이 어린이 버전으로 새로 나왔다.
우울할 때 펼쳐보면 갖가지 동물들의 갖가지 표정을 담은 사진과 함께
간결하고 유머러스한 글을 보며 슬며시 웃음 지을 수 있었던 사진 명상집
『어린이를 위한 블루데이북』의 부제는 “우리에게도 우울한 날은 있어요
흑백 사진 속의 동물들은 여전히 절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각각의 사진에 딱 맞아떨어지는 문장들도 유쾌하다.
어른책은 신현림 시인이 번역했고,
어린이책은 이상희 시인이 번역했다.

어린이들에게도 우울한 날은 있게 마련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우울했던 기억도 많은데,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놀면 되니
얼마나 좋을까 생각할 때도 있다.
실제로 요즘 아이들은 뛰어놀면 되는 때가 별로 없지만,
덮어놓고 천진난만 단순발랄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이 책을 넘기다보니 새삼 아이들도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끔찍하다는 생각만
” 들어서 우울한 날이 왜 없을까 싶었다.
심술이 나고, 외롭고, 모든 것이 두렵고, 완전히 녹초가 되고,
기분이 엉망진창이고, 모두가 나를 못살게 굴고, 부모님이 화를 내고,
학교 쉬는 시간에 꼼짝도 못하고, 친구들과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살금살금” 다가오는 우울한 날 말이다.

우울한 날의 오만가지 이유들은 사진으로 분명하게 표현된다.
‘내가 그래서 우울하다’는 얼굴 표정을 짓고 있고,
만사 다 귀찮고, 매사 다 번거롭다 하는 포즈를 잡고 있는 동물 사진들은
간결한 글을 통한 공감을 재확인하게 하고,
때로는 전혀 웃기지 않은 “뛰어놀고 싶지도 않고, 웃고 싶지도 않아.”를
읽다가 큰웃음이 빵- 터지게도 한다.

우울한 날을 잘 넘길 수 있는 좋은 방법들을 제시하는 후반부로 접어들면
거짓말처럼 기분 전환이 되면서 우울함이 날아간 자리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차오른다.
낮잠을 좀 자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목청껏 부르고 신나게 춤도 춰 보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을 때 혼자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거나,
엉뚱한 상상을 하고, 평소와 딴판으로 전혀 해본 적 없는 일을 해보고,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친구랑 진짜 웃기는 짓을 하고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고……
그러다보면 살금살금 다가왔던 우울한 날이 지워지고,
얼굴에서 웃음이 살그머니 피어날 수 있다고 일러준다.
기분 좋은 꿍꿍이와 멋진 상상으로 원래 자기 모습을 되찾아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이 있지만
이렇듯 기운 나는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아
무거운 마음의 짐이나 착 가라앉은 기분을 털어내면 그만이다.

배우 김명민이 “꼬마 마음 아세요?”라는 대사로 시작하는 한 광고 생각도 났다.
툭하면 다치고, 자동차는 덤비고, 학교는 11년이나 남았고……
꼬마 마음이 되어, 기억 속에서 어릴 적 나를 불러내
이 책을 다시 보니 이해받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아이랑 함께 보라고 친구에게 선물했는데,
나도 가끔 생각날 것 같아서 한 권 더 샀다. (부록으로 영문판 미니북도 함께 온다.)
어른도, 아이도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으니까. 그런 날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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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목사님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10
로알드 달 지음, 쿠엔틴 블레이크 그림, 장미란 옮김 / 열린어린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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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한 가지 헛갈리는 게 있어요. 
성찬배가 왔을 때 포도주를 진짜로 마셔야 할지 어떨지 모르겠어요. 
마신다면 얼마나 마셔야 하나요?
그러니까 한모금 꿀꺽 마셔야 하나요. 그냥 홀짝 마셔야 하나요?" 
목사님이 큰 목소리로 말했어요. 
"여러분, 절대로 꺽꿀 마셔선 안 됩니다! 
모두가 꺽꿀꺽꿀 마신다면 네 사람도 지나지 않아서 잔은 텅 비게 될 테고, 
나머지 사람들은 포도주를 맛도 보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반드시 짝홀 마셔야 해요. 조금씩 짝홀요.
여러분 모두 반드시 짝홀, 짝홀, 짝홀 마셔야 합니다. 무슨 알인지 아시겠어요?" - 본문 18쪽  

영어 울렁증이 있는 내가 유일하게 로알드 달의 작품들은
원서와 한글판을  한 권씩 즐겁게 모으고 있다.
역시! 유쾌한 글과 그림, 로알드 달과 퀜틴 블레이크의 멋진 만남이었다.
로알드 달의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환상의 짝궁 퀜틴 블레이크의 유머러스한 그림과 어우러져 있다.

영국의 작은 마을 니블스윅에 첫 부임지로 오게 된 로버트 리 목사님은
어린 시절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심한 난독증을 앓았으나
난독증 협회의 뛰어난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보통 사람들처럼 읽고 쓸 수 있게 되었고,
성직자 교육과정에 들어가 목사님이 되겠다는 꿈도 이루었다. 

그러나 니블스윅에서 모든 일은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에 
갑자기 불안해진 리 목사님은 여러가지 걱정에 휩싸여 
한동안 잠들어 있던 난독증을 깨어나게 했다. 

그 증세는 아주 희한하게 나타났는데,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자기도 모르게 가장 중요한 단어를 거꾸로 내뱉고 마는 것. 
교회는 회교, 선생은 생선, 계시는 시계, 개(Dog)는 하느님(God)으로 말하는 식이다.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마을 사람들은 리 목사님이 미쳤구나,
완전히 정신이 나갔구나, 굳게 믿게 된다. 
그렇다고 착하고 다정한 리 목사님을 깊이 미워할 수는 없었다. 

설교할 때에도 괴상한 말을 줄줄이 늘어놓는 리 목사님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던 마을 사람들은 
이내 늘 지겹도록 듣던 말이 아닌 새롭고 익살스러운 말을 들어서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여기게 된다. 

이 부분이 특히 유쾌한 '반전'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거꾸로 말하는 리 목사님을 더 이상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고, 
젊은 괴짜 목사님이 엉뚱한 말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고 마음에 들어한 것.  

마을의 친절한 의사 선생님은 간단한 치료 방법을 일러주기도 한다. 
말할 때 거꾸로 걸으면 단어가 올바르게 나올 거라는
역시나 엉뚱한 치료법은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뒷걸음질 치며 고개를 돌려 뒤를 봐야 하는 불편함은
리 목사님이 스스로 뒷거울을 고무줄로 머리에 매달아 간단하게 해결한다.
마을 사람들도 곧 뒷걸음질로 걸으며 설교하는 리 목사님의 모습에 익숙해지고,
리 목사님은 평생 니블스윅의 괴짜이자 든든한 기둥으로 사랑받았다는 따뜻한 결말에 이른다. 

장애를 꺼리거나 지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도
자신의 장애를 감추거나 상황에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적극적이고 자연스럽게 행동한 리 목사님의 모습도 
귀감이 되었고, 이야기와 그림 자체가 매우 유쾌해서 읽는 내내 
마을 사람들 얘기대로 "솔직히 말하면 아주 즐거웠"고, 리 목사님이 마음에 들었다. 

"로알드 달이 남긴 마지막 작품"이라는
뒷표지의 문구가 잠시 가슴을 시리게 했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을
즐거운 이야기 세상으로 이끌어줄 좋은 작품들을
남겨주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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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목사님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10
로알드 달 지음, 쿠엔틴 블레이크 그림, 장미란 옮김 / 열린어린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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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따뜻하고 유쾌! 로알드 달의 마지막 작품이어서 더 소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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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달구지 여행 열린어린이 그림책 22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윤인웅 옮김 / 열린어린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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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스타이그의 새 그림책이예요. ‘뒤죽박죽 달구지 여행’ 표지의 빨간색 글씨가 이제 막 덜커덩거리며 달구지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자국 같아요. 불그스름히 물든 하늘에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어요. 농부 팔머와 일꾼 에브네저가 달구지 가득 야채를 싣고 시장으로 향하는 중이군요. 그림책을 설렁설렁 한번 보고나서 다시 표지를 들여다보니, 아, 이때까지는 별일이 없었겠네요. 때는 8월이라 아무리 서둘러도 집에 돌아올 때쯤이면 뙤약볕 아래를 걸어야 하니, 새벽 공기를 가르며 부지런히 걷고 있는 농부 팔머와 일꾼 에브네저의 모습이 일견 평화로워 보이기도 하고요. 

 아침 일찍 마을 시장에 도착해 두어시간 만에 가져온 야채는 모두 팔렸지요. 농부 팔머는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고, 자기 걸로는 은시계를 장만했어요. 일사병에 시달리는 늙은 에브네제에겐 밀짚모자를 선물했어요. 이제 칡즙 한 잔씩 걸치고 목도 축였으니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일만 남았어요. 야채도 다 팔았겠다, 사진기, 연장함, 자전거, 하모니카 등등 식구들 선물도 잔뜩 샀겠다, 아지랑이 사이로 이글거리는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이 대수인가요? 집으로 돌아가는 건 ‘일’도 아니지요.  

 비라도 한바탕 오면 좋겠다고 주고받은 말이 씨가 되었는지, 깊은 숲속에서 장대비를 만났네요. 번개에 맞아 쓰러진 나무는 그대로 달구지를 덮쳐 버렸고요. 농부 팔머와 일꾼 에브네저는 이대로 죽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겁이 덜컥 났습니다. “이제 어떻게 집에 가지? 사랑하는 아내와 애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말이야.” 곧 농부 팔머는 침착하게 스스로 답을 찾았어요. 아들 맥에게 주려고 산 연장함에서 톱과 도끼를 꺼내 쓰러진 나무를 찍어댔지요. 이 장면을 놓칠 수 없었던 에브네저는 팔머 부인의 사진기를 찾아 눈에 힘을 꽉 주고 어금니를 앙다문 채 “썩썩, 씩씩, 쩍쩍” 톱질을 하고, 도끼질을 하는 돼지(농부 팔머는 돼지, 일꾼 에브네저는 당나귀랍니다.)를 찍었어요. 마침내 달구지가 풀려났고, 비도 멎었어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이번에는 내리막길에서 바퀴를 축에 고정시키는 암나사 하나가 풀려나갔어요! 혼자가 된 것이 기쁜 듯이 신나게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바퀴. 헐레벌떡 바퀴를 쫓아 뛰어내려가는 농부 팔머. “제발 거기 좀 서. 안 그러면 우린 이제 집에 못 가게 된단 말이야. 식구들이 기다린단 말이야!” 이윽고 농부 팔머는 막내아들 지크에게 주려고 산 하모니카를 꺼내, 가쁜 숨을 내뱉고 들이키며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쀼우 푸우, 뿌이 푸우-” 마침내 바퀴가 이 기막힌 연주를 듣고 제자리에 멈췄어요. 농부 팔머는 바퀴살을 움켜잡고 한껏 흔들어 야단을 쳤지요.

 바퀴를 달구지 축에 다시 고정시키고 둘은 지친 발걸음을 뗐어요. 얼마쯤 가다 에브네저가 거북이를 피하려다 발목을 삐끗하긴 했지만 농부 팔머가 일꾼 에브네저를 태우고 달구지를 몰았어요. 휴식을 취하게 된 당나귀는 짐나르는 돼지의 사진을 찍었어요. 흠, 역시(?) 언덕 너머 언덕이네요.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 내리막길을 바라보며 가볍게 발돋움을 하는 찰나 이번엔 바퀴가 아닌 달구지가  통째로 내달리기 시작했고요. 당나귀와 돼지, “한때 달구지였던 것들”은 제각각 들판에 널브러지고 말았어요. 그래도 이 세상을 마지막으로 보는 구나 싶었던 위기에서는 벗어났네요. 이제 둘은 농부 팔머의 딸 마리에게 주려고 샀던 자전거에 올라 집으로 향하지요. 식구들 선물을 짐받이와 에브네저의 등에 나눠 묶고요. 농부 팔머가 자전거 핸들을 잡고, 일꾼 에브네저는 뒤에 올라탔어요.

 문 앞에서 서성이던 아이들 눈에 휘청거리는 뭔가가 들어온 건 이미 저녁 해가 기운 뒤였어요. 안도의 한숨과 기쁨의 웃음과 눈물이 뒤엉킨 인사와 뽀뽀가 오고갔지요. 무사히,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집에 돌아온 거예요! “조금 뒤 그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쉴 틈 없이 재잘거리며 흥겨운 식사를 했어요.” 늙은 일꾼 당나귀 에브네저는 삔 발목 때문에 침대에 누워 저녁 식사를 했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요? 집에 돌아왔는데.  

 잘 안 될 게 뭐가 있겠냐 싶었던 시장 다녀오는 길이 이렇게 험난할 줄이야. 농부 돼지 팔머와 일꾼 당나귀 에브네저는 뒤죽박죽 달구지 여행에서 ‘세상의 마지막’을 한두번도 아니게 보게 되지요. 하지만 그들의 뒤죽박죽 여정을 보는 입장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목가적인 전원 풍경과 상관없이 펼쳐지는 등장인물들의 숱한 우여곡절이 배꼽을 쏙쏙 뽑아가니까요. 게다가 표정과 동작이 살아 있는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 그 편안하고 따뜻한 색감이 마음놓고 웃게 해줍니다. 다양한 의성어·의태어로 생생하게 표현한 이야기도 흥미롭답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닥치고 어려운 사정이 생겨도 스스로 충분히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서로 도우면 문제 해결이 한결 쉽고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것도 일깨워 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언제나 힘과 지혜를 북돋아주는 건 '내가 돌아갈 집과 가족'이라는 것도 가슴 깊이 느끼게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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