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펜션의 비밀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9
한영미 지음, 나오미양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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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어람주니어에서 고학년문고 아홉 번째 책이 나왔어요. 제목은 '숲속펜션의 비밀'입니다.

기와지붕 아래로 제목이 들어가 있는 모양이 눈에 띄어요. '숲속펜션'이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초록 나무로 글자 ㅅ을 표현했네요.

표지를 좀더 살펴보면 보름달이 떠 있고, 탑에 올라가 있는 아이, 삽질하는 할아버지, 항아리로 들어가는 듯한 사람, 화려한 모자와 보석 목걸이, 빨간 구두로 치장한 사람, 노트북으로 작업 중인 사람이 보여요. 가운데 이 책의 주인공이자 숲속펜션의 운영자 풀이가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 책을 만든 글, 그림 작가에 대해 알아볼게요.

 

글_한영미

경기도 화성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어린 시절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재미있어 동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공부했어요. 지금까지 쓴 책으로 《나뭇잎 성의 성주》 《부메랑》 《부엉이 방구통》 《나는 슈갈이다》 《랩 나와라 뚝딱! 노래 나와라 뚝딱!》 《낙서독립운동》 들과 《가족을 주문해 드립니다!》 연작인 《동생을 반품해 드립니다!》와 《친구를 바꿔 드립니다!》가 있으며 청소년 소설 《달콤한 알》이 있어요. 눈높이아동문학대전, MBC창작동화대상,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수상했어요.

 

그림_나오미양

대학에서 의류직물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숲속펜션의 비밀》을 작업하면서 깔깔 웃기도 하고 진지하게 나만의 도깨비방망이는 무얼까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개암을 딱! 하고 깨무는 비장의 순간을 노리며 재미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지금까지 그린 책으로 《홀려 향수》 《별아와 딸깍 마녀》 《청소녀 백과사전》 《은하철도 999의 기적》 《감정종합선물세트》 《재미재미 풍선껌》 《괴물들의 도서관》 《박물관이 살아 있다》 등이 있어요.

 

 

차례_

뒤쫓는 아이 / 8

이모래 씨의 편지 / 20

숲속펜션에서 방을 빌려 드립니다 / 36

금은봉 님 / 51

박백석 씨 / 67

푸하하하 / 81

초록산 어딘가에 / 96

어른들 / 111

공포체험단 / 126

개암을 딱! /144

 

어떤 책을 처음 볼 때 작가소개, 작가의 말, 차례를 먼저 읽어보는 습관이 있어요. 특히 '작가의 말'에서는 그 책을 쓸 때 가졌던 마음부터 작가가 이 이야기를 지을 때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고요. 다 읽고나서 다시 볼 땐 내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나 달랐던 점 등을 곱씹어볼 수 있어서 유심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 책은 마음씨 착한 나무꾼이 도깨비방망이를 얻는 옛이야기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숲속펜션의 비밀》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착한 나무꾼이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게 되면서 큰 부자로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옛이야기의 결말 부분에서 한참 지나와 시작됩니다. 대대로 도깨비방망이를 물려받은 후손들의 현재 이야기를 궁금해 했다는 출발점이 정말 이야기꾼답지 않나요.

지금 그 도깨비방망이는 풀이라는 아이의 집에 있어요. 아니, 있었어요. 분명히 풀이네 집에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풀이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도깨비방망이를 원래 있었던 산에 갖다 놓겠다며 떠나셨거든요.

 

 

도깨비방망이 덕분에 많은 재산을 누리며 살아왔던 풀이 부모님의 충격이 느껴지십니까. 급기야 풀이 엄마 왕진주 씨는 거품을 물고 쓰러졌고, 아빠 이지푸 씨도 땀이 송골송골...더이상 태평할 수 없게 되었어요. 부모님의 모습과 대비되는 풀이의 심드렁한 표정 좀 보세요. 풀이 가족의 성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그림도 재미있어요.

풀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는 것은 좋지만 부모님까지 집을 떠나는 것은 싫었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마다 부모님이 집에 없을까 봐 걱정됐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만석이가 따라오는 줄도 모르고.

본문 31쪽

 

 

 

왠만한 일에는 크게 놀라거나 흔들리지 않는 대범한 성격으로 보였던 풀이가 속으로는 부모님이 집을 떠날까 봐 걱정했다는 걸 읽으니 마음이 쿵 내려앉았어요. 결국 부모님은 쪽지 한 장만 붙여두고 집을 나갔고요. 아니 산꼭대기 집에서 산길을 헤치며 학교 다니는 아이를 혼자 두고 가긴 어딜 간다는 건지. 보나마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고, 그보다 도깨비방망이도 반드시 가져오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니 앞뒤 상황이야 보이지 않았겠죠.

언제 철들지 모를 풀이의 부모님은 온집안 물건들을 헤집어 놓고 풀이 방까지 뒤집어 엎어놓으셨군요. 이 정도 상황이면 풀이도 앞뒤 봐줄 것 없이 112를 눌러도 누가 뭐라 안 할 것 같은데, 얘 좀 보세요. 배가 고프다고 밥부터 챙겨 먹습니다. 명이나물과 깻잎으로 만든 장아찌로 밥을 볼록 떠서 한 입씩 먹어요. 장아찌는 완전 밥도둑이라며 배부르게 밥을 먹는 풀이를 보니 방금 전까지 한숨쉬던 것도 잊고 웃음이 났어요.

 

 

 

풀이는 집에 빈방이 많아져서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을 계획을 세웁니다. 손님이 오면 외롭지도 않고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숲속펜션을 열기로 하고, 자기 블로그인 '이 푸리한 세상'에 홍보도 합니다. 풀이의 블로그에 직접 글을 보는 것처럼 구성한 페이지가 실감났어요. 종이 위로 공감 누르고, 비밀글로 이용요금을 문의하고 싶게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이 집에 처음 찾아온 건 만석이 오빠였어요. 풀이네 도깨비방망이를 호시탐탐 노리며 대대로 섬으로 산으로 이사를 가도 따라오는 '박서방' 집안의 손주입니다. 만석이는 비밀요원이라도 된 듯 풀이네 펜션으로 들어와서 온집안을 뒤지고 다니며 맹활약을 합니다. 도깨비방망이든 보물이든 숨겨둔 걸 찾으려고요. 처음부터 자기네 것인 적이 없었던 물건들인데...너무 뻔뻔하고 집요하지만 똘똘한 풀이 눈에는 다 보이죠. 어차피 이젠 집에 도깨비방망이는 없으니까 그냥 내버려 둡니다.

나중엔 만석이 할아버지 박백석 씨까지 풀이네 펜션으로 와서 땅을 팝니다. 나무와 꽃을 심어 정원도 가꿀 겸 풀이는 허구헌날 땅을 파는 만석이와 할아버지도 내버려둡니다. 두 사람이 한창 땅 파느라 정신이 없을 땐 책에서도 땅 파는 그림이 페이지 하단에 계속 나와요. 파고, 또 파고, 또 파고...만석이는 코찔찔이답게 콧물을 흘리며 땅을 파요.

 

이 땅 파기 난리 전에 펜션을 찾아온 손님이 있어요. 동화작가인 금은봉 님입니다. 대청소가 끝나기 전에 온 손님이라 도깨비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마루 풍경이 예사롭지 않아요. 바닥에 있던 두루마리 휴지를 휙 던지는 풀이의 태연한 모습과 물건더미가 무너질까봐 긴장하고 있는 금은봉 님의 모습이 대비되는 이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저 어수선한 방구석('방구석'만큼 어울리는 표현을 못 찾았어요) 오래된 먼지 냄새와 산속 특유의 눅눅한 공기까지 느껴지지 않나요.

 

 

 

이 페이지는 금은봉 님이 숲속펜션을 예약할 때 풀이와 주고받은 블로그 댓글이예요. 역시 블로그 댓글란과 똑같이 구성되어 있지요? 풀이와 금은봉 님이 어떤 비밀댓글을 주고받으며 펜션 주인과 손님으로 만나게 되는지 독자들은 다 읽어볼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어요.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금은봉 님이 식탁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네, 그러세요."

"지금 어른들은 안 계시니? 엄마나 아빠 말이야."

"왜요? 어른이 없어서 싫으세요?"

"설마 이 거대한 저택에서 너희 남매만 사는 건 아니지?"

금은봉 님이 그저 한 번 물어보는 거라는 듯 가볍게 웃었다.

"우리 남매 아니에요. 만석이 오빠는 손님 겸 알바하러 온 거예요."

"그래? 그럼 어른들은 어디 가셨어?"

금은봉 님이 어른을 찾는 듯 집 안을 둘러보았다.

(중략)

"부모님도 안 계신데 네가 펜션을 운영하는 거야?"

풀이는 금은봉 님이 참 끈질기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제가 하는 거죠."

금은봉 님이 '크'하고 헛웃음을 치더니 또 질문했다.

"그런데 집이 왜 이래? 손님을 받을 준비가 덜 된 것 같은데?"

이건 만석이도 궁금하던 거였다.

"그래서 가격이 싼 거예요."

본문 59-60쪽

 

"그건 그렇다 치고, 저 두 사람이 집 안을 다 쑤셔 대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아?"

"덕분에 집안도 정리되었고, 곧 정원도 제 모습을 찾게 될 거예요."

하긴 박백석 씨가 땅을 파서 무성하게 자란 풀들이 땅속으로 묻혔기 때문에 한결 깔끔해지긴 했다. 정원이 온통 뻘건 흙바닥이어서 그렇지, 저렇게 일궈 놓은 땅에 나무를 심으면 잘 자랄 거라는 기대도 들긴 했다.

"그래도 집에 어른도 없는데 저러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선생님은 또 어른 타령을 하시네요. 어른이 없을 땐 어린이가 판단하고 결정해도 되지 않나요?"

"중요한 결정은 어른이 해야지."

"선생님 작품 인터넷으로 찾아봤어요. 동화인데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아니더군요. 선생님 말씀하시는 걸 보니 딱 답이 나와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아이들이 사는 이야기, 재미없어요. 이선아 선생님처럼 아이들 이야기를 써 보세요. 아이들이 생각하고 아이들이 고르고 결정하고, 그러는 거요."

"너 진짜 못 하는 말이 없구나?"

금은봉 님은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는지 몸을 휙 돌렸다.

"죄송해요. 선생님이 자꾸 어른, 어른 그러셔서요."

본문 87-89쪽

 

풀이와 금은봉 님이 나누는 대화들은 특히 눈에 잘 들어왔어요. 풀이같은 어린이는 어린 아이여서 못 하는 말이 없으면 안 되는 걸까요? 아이니까 무슨 말이든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아이의 말을 듣기에 장황하다고 막거나 지적했던 일들이 떠올라서 얼굴이 달아올랐어요.

이 대화가 오가는 시점이 만석이와 할아버지가 밥도 거르며 땅을 파고 있을 때였어요. 만석이는 이미 이 집엔 도깨비방망이가 없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지만 할아버지가 말도 못 꺼내게 하시니 마냥 땅을 파요.

만석이는 탑을 해체할 때 돌마다 번호를 써놓는 것이나 도깨비방망이의 행방을 추리하는 걸 보니 굳이 도깨비방망이 덕을 봐서 공부에서 해방되길 바라지 말고 그쪽으로 파고들어 유능한 형사나 프로파일러가 되면 어떨지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도깨비방망이가 있으면 금은보화가 마르지 않게 살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감출 수 없다고 해도 자기만의 재능을 도깨비방망이따위가 찾아낼 수 없어요. 스스로 발견해서 키우는 것은 가능하죠. 만석이가 이걸 빨리 알아야 할 텐데.

금은봉 님도 풀이가 하는 말에 얼굴만 빨개질 게 아니라 들은대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본다면 아이들이 공감하며 많이 읽게 돼서 어느새 베스트셀러가 탄생될 텐데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풀이는 못 하는 말도 없고,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모르는 게 있어도 몰라도 상관없게 잘 살 것 같아서 너무 부럽습니다.

 

 

 

 

한편 풀이의 부모님은 보시다시피 멀리서 저러고 계시다가 풀이가 공포체험단 어린이 손님들까지 맡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숲속펜션이자 집으로 "동굴을 찾아 헤매는 원시인"의 몰골로 돌아옵니다. 진작에 숲속펜션을 떠났다가 넝쿨로 질끈 묶은 긴 머리와 다 찢어진 옷을 휘날리며 금은봉 님도 곧이어 돌아왔습니다. 괴물같은 모습을 하고 돌아온 어른들에게 풀이는 공포체험단을 위한 괴물 역활을 시킵니다. 풀이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군요.

가을이 오자 만석이 할아버지 박백석 씨도 나무를 잔뜩 구해 펜션을 찾아왔어요. 설마 땅을 파서 나무를 심어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시는 건가요. 역시 사람은 집 나가서 고생도 해보고 땀 흘리며 일을 해야 하나봅니다. 아니면 어디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도깨비방망이라도 하나씩 구해왔는지도 모르겠어요. 노트북도 버리려고 했던 금은봉 님이 다시 동화를 쓰기 시작하고, 코찔찔이 만석이의 비염이 말끔히 사라진 것도 도깨비방망이의 힘일까요?

풀이는 누구에게나 가까이에 자기 도깨비방망이가 있는 거라고 말했어요. 못 하는 소리가 없고, 틀린 말은 입에 담지 않는 풀이가 하는 말이니까 믿어보려고 해요.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물려받을 데도 없는 도깨비방망이를 찾는 것보다는 똘똘한 풀이의 말을 한번 들어보는 게 아무래도 좋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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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펜션의 비밀》 굿즈는 미니 사이즈 책표지를 표지로 한 포스트잇입니다. 쓰기 좋은 크기에 모든 페이지에는 도깨비방망이가 그려져 있어요.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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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는 독후활동지를 제공하고 있어요. 재미있게 읽은 책을 아이들이 스스로 기록하고, 기억에 남기는 적극적인 독후활동을 돕는 좋은 자료이니 꼭 한번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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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을 참고할 자료를 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아래 링크는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출간 이벤트 페이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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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펜션의 비밀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9
한영미 지음, 나오미양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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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에서 고학년문고 아홉 번째 책이 나왔어요(2020년 11월 30일 발매 예정). 제목은 '숲속펜션의 비밀'입니다.

기와지붕 아래로 제목이 들어가 있는 모양이 눈에 띄어요. '숲속펜션'이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초록 나무로 글자 ㅅ을 표현했네요.

표지를 좀더 살펴보면 보름달이 떠 있고, 탑에 올라가 있는 아이, 삽질하는 할아버지, 항아리로 들어가는 듯한 사람, 화려한 모자와 보석 목걸이, 빨간 구두로 치장한 사람, 노트북으로 작업 중인 사람이 보여요. 가운데 이 책의 주인공이자 숲속펜션의 운영자 풀이가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 책을 만든 글, 그림 작가에 대해 알아볼게요.

글_한영미

경기도 화성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어린 시절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재미있어 동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공부했어요. 지금까지 쓴 책으로 《나뭇잎 성의 성주》 《부메랑》 《부엉이 방구통》 《나는 슈갈이다》 《랩 나와라 뚝딱! 노래 나와라 뚝딱!》 《낙서독립운동》 들과 《가족을 주문해 드립니다!》 연작인 《동생을 반품해 드립니다!》와 《친구를 바꿔 드립니다!》가 있으며 청소년 소설 《달콤한 알》이 있어요. 눈높이아동문학대전, MBC창작동화대상,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수상했어요.

그림_나오미양

대학에서 의류직물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숲속펜션의 비밀》을 작업하면서 깔깔 웃기도 하고 진지하게 나만의 도깨비방망이는 무얼까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개암을 딱! 하고 깨무는 비장의 순간을 노리며 재미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지금까지 그린 책으로 《홀려 향수》 《별아와 딸깍 마녀》 《청소녀 백과사전》 《은하철도 999의 기적》 《감정종합선물세트》 《재미재미 풍선껌》 《괴물들의 도서관》 《박물관이 살아 있다》 등이 있어요.

 

 

차례_

뒤쫓는 아이 / 8

이모래 씨의 편지 / 20

숲속펜션에서 방을 빌려 드립니다 / 36

금은봉 님 / 51

박백석 씨 / 67

푸하하하 / 81

초록산 어딘가에 / 96

어른들 / 111

공포체험단 / 126

개암을 딱! /144

 

어떤 책을 처음 볼 때 작가소개, 작가의 말, 차례를 먼저 읽어보는 습관이 있어요. 특히 '작가의 말'에서는 그 책을 쓸 때 가졌던 마음부터 작가가 이 이야기를 지을 때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고요. 다 읽고나서 다시 볼 땐 내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나 달랐던 점 등을 곱씹어볼 수 있어서 유심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 책은 마음씨 착한 나무꾼이 도깨비방망이를 얻는 옛이야기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숲속펜션의 비밀》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착한 나무꾼이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게 되면서 큰 부자로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옛이야기의 결말 부분에서 한참 지나와 시작됩니다. 대대로 도깨비방망이를 물려받은 후손들의 현재 이야기를 궁금해 했다는 출발점이 정말 이야기꾼답지 않나요.

지금 그 도깨비방망이는 풀이라는 아이의 집에 있어요. 아니, 있었어요. 분명히 풀이네 집에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풀이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도깨비방망이를 원래 있었던 산에 갖다 놓겠다며 떠나셨거든요.

 

 

 

 

도깨비방망이 덕분에 많은 재산을 누리며 살아왔던 풀이 부모님의 충격이 느껴지십니까. 급기야 풀이 엄마 왕진주 씨는 거품을 물고 쓰러졌고, 아빠 이지푸 씨도 땀이 송골송골...더이상 태평할 수 없게 되었어요. 부모님의 모습과 대비되는 풀이의 심드렁한 표정 좀 보세요. 풀이 가족의 성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그림도 재미있어요.

풀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는 것은 좋지만 부모님까지 집을 떠나는 것은 싫었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마다 부모님이 집에 없을까 봐 걱정됐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만석이가 따라오는 줄도 모르고.

본문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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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난민 도야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3
안선모 지음, 심윤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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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글_안선모 : 느릿느릿 걷는 것을 좋아하며 기웃기웃 다른 세상 엿보기를 즐겨 해요. 꽃밭 가꾸기, 동물 돌보기를 좋아하고 역사책을 즐겨 읽으며 사라져 가는 우리 것에 대한 관심도 많아요. 그동안 창작 동화 《성을 쌓는 아이》 《포씨의 위대한 여름》 《싸움 구경》 《교실로 돌아온 유령》을 비롯하여 《둥글둥글 지구촌 학교 이야기》 《궁금해요, 윤동주》 등의 다양한 책을 썼어요. 해강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인천 부평남초등학교에서 신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림_심윤정 : 어린이의 마음으로 조금 더 재미있고 유쾌한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린 책으로는 《우주 난민》 《김점분 스웩!》 《책에서 나온 아이들》 《떴다, 초원 빌라》 《세상을 바꾸는 크리에이터》 《진짜 수상한 구일호》 《딸꾹질 길들이기》 등이 있어요.


 

청어람주니어 저학년문고의 새 책 《꼬마 난민 도야》입니다. 이 책은 '2020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선정작'으로 1위 작품이기도 합니다. 안선모 작가님의 책은 얼마 전에 그림책으로 만나본 적이 있어요. 《따세와 함께한 10일》이라는 작품이었지요. 지난 그림책에 이어 이번에는 미얀마에서 온 아홉 살 여자아이 도야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난민의 생활을 알아갈 수 있었어요.

 

 

도야의 한국 이름은 김도영. 도야는 도영이라는 한국 이름도 한글도 음식도 모두 낯설기만 해요. 모범생인 오빠와 달리 도야는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그래도 도야는 학교를 좋아해요. 받아쓰기는 싫어하지만요.

이 글에서도 도영이가 아닌 도야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밝고 당당한 도야에게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니까요. 학교 가는 것 말고도 도야가 좋아하는 게 있어요. 바로 그림에도 잘 나타나 있는, 시원하고 달콤한 하드입니다.

 

 

도야는 한국에 오기 전에 난민 캠프에서 살았는데, 그때는 신발을 신은 적도 거의 없었고, 하드를 먹는 재미도 몰랐어요.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온지 2년이 다 되어가고 부모님은 일터에서 도야 남매는 학교에서 열심히 적응하고 있는데, 동네 사람들의 걱정이 끊이지 않아요. 그 걱정은 도야네 가족을 생각해 주는 건 아니고, 동네 집값이나 우리나라에도 못 사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에 대한 것들이고요.

 

 

도야는 난민 캠프에 살 때 날마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놀았다고 해요. 숲속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도야는 학교에서 점토 놀이를 할 때에도 나무와 숲을 만들어요. 난민이 뭐냐고 묻는 반 아이들의 질문에 대한 담임 선생님의 대답을 그대로 옮겨 적어보겠습니다.

"난민은 전쟁이나 재난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자기 나라에서 살기 힘들어 다른 나라로 온 사람들을 말해요."

선생님의 자상한 설명에도 한국 생활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도야처럼 반 아이들도 나라를 떠나야 할 정도로 심각한 전쟁이나 재난 상황을 겪여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난민에 대해 이해하기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 재미있는 점토 놀이만 할 수는 없으니 받아쓰기 연습도 하고, 숙제나 준비물을 잘 챙기라는 둥 책상 위를 치우라는 둥 하는 반장 민주의 잔소리도 들어야 되고, 귀찮게 구는 친구들도 상대해야 해서 도야는 매우 바쁜 하루를 보냅니다.

 

 

미얀마와 한국은 말과 글, 문화가 다 다르니 학교 안내장 내용이 무슨 뜻인지 알아보기 어려워서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리듬 악기가 뭔지 몰라서 준비물을 제대로 못 챙겨오지만 선생님의 도움으로 신 나는 음악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공부도 가르쳐주고, 영화관이나 뷔페에도 함께 가며 경험도 쌓게 해주는 대학생 멘토 오빠도 있어요. 친구가 꼬집는 행동을 따라하면 나쁜 버릇이라고 조용히 타일러주는 창수같은 친구도 있답니다. 도야는 피구도 엄청 잘해서 강당에서는 날아다니다시피 하지요.

 

이제 2학년이라고 해도 학교 생활은 만만치 않기 마련이지요. 받아쓰기나 안내장에 얽힌 일들이 벌어지고, 반장 민주와 다툼도 일어나서 무거운 마음으로 보내야 했던 날도 있었어요. 그날엔 도야 가족 뿐만 아니라 친구 창수네, 이웃집인 101호 할머니까지 모두 도야를 걱정하며 찾아나섰습니다. 도야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좌충우돌 도야의 학교 생활도 겨울로 접어들었어요. 도야가 그동안 미얀마 카렌족 아이들과 복지관에 모여 연습했던 공연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날이 되었어요. 101호 할머니도 창수도 도야의 공연을 보러 왔어요. 도야는 어려운 한글 가사로 연습한 노래를 열심히 불렀어요. 도야네 가족은 앞으로도 태어난 나라를 기억하며 한국 생활을 해나가야겠지요. 씩씩하고 당당한 도야도 학교 생활에 지금보다 잘 적응해서 주눅들지 않고 잘 지내길 응원합니다.

작가의 말을 보면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난민 아이들이 당당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작가 분이 난민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 경험이 있는 선생님이기도 해서 그 바람이 더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도야의 밝고 자유로운 모습을 그린 그림도 경쾌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난민 아이들의 생활을 그린 책을 접하는 일은 드물었는데, 덕분에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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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귀엽고 실용적인 굿즈를 정성껏 만들어 주셔서 책과 함께 선물받는 소소한 즐거움을 누렸어요. 우리집 똥강아지와 리듬악기 춤을 추고 있는 도야입니다. 캐릭터 냉장고 자석이랍니다.

청어람주니어 블로그(https://m.blog.naver.com/juniorbook/222124473277)에 가면 《꼬마 난민 도야》의 독후활동지를 다운받을 수 있어요. 책을 되짚어 생각해보고, 좀더 깊이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꼭 한번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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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바다 도란도란 마음 동화 3
조경숙 지음, 이수연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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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의 새 그림책 《아빠 바다》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조경숙 작가의 이름이 눈에 익어서 생각해보니 지난번에 읽었던 《단비야, 조선을 적셔라》를 쓴 작가 분이셨어요. 이번 그림책이 작가의 첫번째 작품이었다고 해요. 첫 작품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느껴지는 각별함이 있는 듯해요.

이수연 그림작가의 그림도 바다의 이미지가 생명력이 넘치고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인상깊었어요.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과 소리까지 연상됐답니다.

 

글_조경숙

《아빠 바다》는 저의 첫 작품이에요. 오래전 남해 바닷가에 갔다가 문득 생각했어요. '저렇게 넓고 깊은 바다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그 마음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아빠 바다》를 쓰게 되었어요. 그 이후 《만길이의 봄》《나는야, 늙은 5학년》《그림 아이》《비밀 지도》 등유 펴냈어요.

그림_이수연

제 아이들의 이름은 하늘과 바다예요. 푸른 하늘과 바다만큼 많은 사랑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요? 영국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하고 돌아온 후,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 주는 그림책을 만들고 있어요. 쓰고 그린 책으로는 《이사 가는 날》《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달에서 아침을》이 있고, 그린 책으로 《우리 동네엔 위험한 아저씨가 살고 있어요》《파란 눈의 내 동생》《사자와 소년》《소원》 등이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여름 바닷가도 드라이브 스루로 스쳐지나와서 추억이 거의 없는데요. 그래서 이 그림책의 푸른 바닷빛이 더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파도가 잔잔한 바다에 눈이 부시게 햇빛이 반짝입니다. 큰 나무 옆에 서 있는 아이는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앞뒤 면지도 예뻐서 한참 바라봤어요. 민박집 앞마당이나 큰창을 통해 내다보는 것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바닷가 풍경이지요. 저 바다 앞에도 아이가 머물러 있습니다. 앞쪽엔 한낮의 푸른 바다가 밀려들고 있고, 뒷쪽은 해질 무렵의 풍경 같습니다. 아이 혼자 그렇게 오래 바닷가에 나와 있었을까요.

 

 

"동해야! 동해야!"

엄마 목소리에 동해가 일어섰다. 동해 엉덩이의 고운 모래들도 총총 따라 일어섰다.

"여기 있었구나. 어서 가자. 오늘부터 바빠질 거야."

"손님이 오나요?"

"그래. 이제 휴가철이잖니. 한 달 정도 북적거리겠지."

"손님 중에 내 친구도 있을까요?"

"친구? 글쎄...그런데 친구는 왜?"

동해는 팔을 쭉 뻗었다. 동해의 손끝에 소나무 숲이 잡혔다.

"친구가 오면 멋진 곳을 보여 줄 거예요."

 

쏴아아, 바닷소리를 흉내내는 소나무숲과 깊고 푸른 바다가 있는 곳에 '동해'라는 바다 이름을 가진 아이가 살고 있어요. 할머니와 엄마는 여름 한철 민박집을 여는데, 마침 휴가철이 다가왔지요. 동해는 손님으로 올지도 모르는 친구를 기다립니다. 동해의 아빠는 바다에 계셔서 동해가 쑥쑥 자라는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동해의 아빠는 저 바다의 끝까지, 멀리 가셨나 봅니다.

 

 

동해가 펄쩍 뛰었다. 정민이도 뛰었다.

"우리 아빠는!"

"너희 아빠는?"

두 번째 물살이 다가왔다. 더 높았다.

"저 바다 끝에서!"

"저 바다 끝에서?"

세 번째 물살이 또 둘에게 덤볐다. 더 더 높았다.

동해가 힘껏 뛰어올랐다.

동해가 바라는대로 민박집에 또래 친구가 놀러왔어요. 바다가 없는 서울에서 놀러온 정민이에게 멋진 곳을 보여주게 되어 설레는 동해의 마음이 물씬 느껴졌어요. 자연 속에서 금새 친해져서 해맑게 바닷가를 달리는 두 아이의 건강한 발소리와 웃음소리도 상상이 되고요.

저녁이 가까워오자 부모님과 함께 들어가는 정민이와 헤어지며 순간 울컥하는 동해의 마음도 짐작이 갑니다. 열 살 딸아이는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긴 했어도 동해의 아빠가 왜 바다에 있다는 건지, 왜 이 책의 제목이 '아빠 바다'인지 다가오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이번에는 남편에게도 그림책을 한번 건네봤습니다. 아이에게도 아빠가 직접 읽어주기도 했는데요. 남편은 글의 표현에 좀더 집중을 했나봅니다. 초등학생이 보기에 좋은 책이라는 감상평과 함께 의성어, 의태어가 다양하게 쓰여서 아이들과 낱말의 뜻도 짐작해 보고, 이야기해 볼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가족 셋이 한 권의 그림책을 보는 시선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바닷물을 힘차게 밀고 당기는 아빠가 계신 넓디넓은 바다 곁에서, 동해의 마음에 아빠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위로가 깃들기를, 노을 지는 저녁의 바닷가를 그리며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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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의 새 그림책 《아빠 바다》의 굿즈로 그림 엽서 두 매를 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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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쟁을 울려라! - 조선을 바꾼 아이들 숨 쉬는 역사 12
박지숙 지음, 김옥재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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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 숨 쉬는 역사 12권, 《격쟁을 울려라!-조선을 바꾼 아이들》이 출간되었습니다. 숨 쉬는 역사 시리즈를 설명하는 글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무심코 스치는 돌담에도, 돌담을 휘돌아 가는 바람 속에도 역사는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숨 쉬는 역사>는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쉼 쉬고 있는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곤소곤 들려줍니다." (청어람주니어)


이전에도 이 시리즈 10권, 《소년 검돌이, 조선을 깨우다》와 11권, 《단비야, 조선을 적셔라》를 읽었어요. 12권, 《격쟁을 울려라!-조선을 바꾼 아이들》에도 조선의 역사를 새로 쓰는 지혜롭고 야무진 아이들이 등장해요. 연이와 홍이 자매, 그들의 친구인 길수, 그리고 도토리나무 숲을 품고 있는 구봉마을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요.


홍이, 연이, 길수, 구봉마을 아이들은 앞에서 읽었던 책 속의 친구들, 검돌이와 단비처럼 어린 나이에도 마음을 단단히 다지고, 하고 싶은 일을 행동으로 옮겨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을 헤쳐나갈 힘을 전해주었어요. 역병과 굶주림, 부당한 사회제도를 이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이제 책을 읽어볼까요.


먼저 묵구제비 홍이부터 만나볼게요. '묵구제비'는 먹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라고 해요. 본문 하단을 보면 어려운 낱말이나 사투리의 뜻을 풀어쓴 부분들이 있어요. 국어사전을 직접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독서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새로운 낱말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묵구제비'는 밝고 활기차지만 늘 속이 헛헛하니 배가 고픈 연이에게 귀엽게 어울리는 말이예요. 그런데 여기서는 아버지인 최진사가 할아버지의 제사 음식이었던 약과를 연이가 몰래 먹었다고 꾸짖을 때 쓰는 말로 나왔어요.

아버지는 몸이 약한 큰딸 연이에게는 다정했지만 작은딸 홍이는 차갑게 대했어요. 홍이는 자기가 태어나고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지의 따뜻한 정을 받지 못 한다는 생각에 주눅들고 슬플 때가 많았지요.

새어머니도 연이와 홍이자매에게 쌀쌀맞았어요. 새어머니는 마마라는 전염병이 돈다는 소문에 몸이 약한 연이를 외갓집으로 요양보내기로 합니다. 연이가 걱정된다기보다는 전염병에 걸리면 어린 아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으니 그 화를 막고 싶어서였죠.

홍이가 언니를 돌보겠다고 하고 자매와 함께 행랑어멈의 아들인 길수까지 길을 떠나게 됩니다. 연이와 홍이, 길수가 도착한 곳은 자매의 외갓집이 있는 구봉마을이었어요. 

그곳에는 어머니의 고향집이 있었고, 외삼촌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마음씨가 곱고 외숙모는 할아버지의 도토리나무 숲이 얼마나 우거졌는지 보여주며 가을이면 '도토리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정겹게 이야기해 줍니다. '도토리 빗소리'가 뭘까요? 도토리가 비처럼 쏟아진다고 상상을 해보니 안 들어봐도 무척 듣기 좋은 소리일 것 같았어요.

숲을 이루도록 수백 그루의 도토리나무를 심은 건 아이들의 친할아버지였다고 해요. 아이들의 외갓집과 친할아버지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있으니 꼭 책에서 읽어보세요.


그럼 이제 저 그림 속에 모여있는 아이들 무리 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연이와 홍이가 봄에 구봉마을로 막 들어왔을 때 진달래꽃을 따러 갔던 산등성이에서 만난 친구들이예요. 자매는 진달래꽃을 잔뜩 따서 꽃국수와 꽃전을 만들어 먹으려고 산에 갔다가 춘궁기에 꽃을 따 먹으며 배를 채운다는 마을 아이들을 만났어요.


활달한 성격답게 홍이는 이 아이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해 꽃국수와 꽃전을 같이 만들어 먹어요. 꽃국수를 만들려고 아침부터 오미자를 물에 담가 우려내는 홍이를 보니 묵구제비인 것만은 아닌 것 같죠?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있는 대로, 없어도 없는대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려서 나눠먹는 홍이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보리밥에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빈 비빔밥도 한입 맛보고 싶더군요.


가을에는 동네 아이들에게 도토리 저장법, 가루 만드는 법, 묵 쑤는 법까지 자세히 배워서 직접 손으로 익혀 보기도 하고요. 구봉마을에서 아이들은 힘을 합쳐 배고픔도 달래고 우정도 키워가며 잘 지냈지만 흉년과 기근의 고통을 피할 수가 없었어요. 백성들의 힘겨운 사정을 감싸주고 싶었던 임금의 마음을 거스르는 탐관오리들은 오히려 백성들을 더 핍박했습니다. 


이러한 폐해는 아이들의 눈에도 차별과 불공평으로 다가왔습니다. 연이와 홍이, 길수를 비롯해 아이들은 직접 백성들의 곡식을 독차지하려는 사또를 찾아가게 됩니다. 옥에 갇히기까지 하면서도 욕심 많은 사또의 횡포에 맞서는 아이들의 당찬 행동은 고을 어른들과 젊은 선비들도 움직이게 했지요.


아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우리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줬어요. 차갑고 쌀쌀맞던 자매의 새어머니와 아버지도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몇 번의 만남과 사건을 거치며 새어머니가 자매를 걱정하고 다정하게 대하게 된 것도 큰 변화였고, 아버지가 더욱 엄격하고 냉랭해진 것도 또 다른 변화였지요. 


아버지는 아이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일에 함부로 나서는 게 못마땅했습니다. 딸들이 그렇게 나서는 데는 하인의 신분임에도 글을 읽고, 영민한 길수가 부추기는 탓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버지의 노여움은 끝내 길수와 큰 갈등을 겪는 데까지 가게 됩니다.

아버지는 일단 구봉마을에서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아이들의 뜻을 꺾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나라에 재난이 끊이지 않고 역병이 돌면서 병들고 굶주린 유랑민들이 구봉마을에 모여들면서 연이와 홍이 자매는 길수의 만류에도 그들을 돕겠다고 나서게 됩니다. 홍이는 큰솥에 도토리죽을 쒀서 날마다 수백명의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고, 연이는 의원을 거들며 아픈 사람들은 돌보는 데 힘을 쓰게 됩니다.

구봉마을에서 백성들을 살린다는 소문은 한양에까지 이르러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고, 길수를 문책합니다. 이 과정에서 큰 갈등이 빚어지고, 길수 자신도 모르고 있던 비밀이 밝혀지게 됩니다. 일생이 걸린 일을 마주한 길수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요.

길수의 선택은 조선시대가 아닌 지금의 시각으로 봐도 쉽지만은 않은 길입니다. 길수의 선택과 연이, 홍이 자매의 고집스러운 뜻을 지금 우리 시대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들과 대비하며 찬찬히 읽어보길 권합니다.

이 책은 역사 이야기인 동시에 음식 이야기가 큰 틀을 이루고 있습니다. 배고픈 백성들의 고통에 충격을 받은 홍이가 꽹과리를 치며 격쟁(직접 궁궐로 들어가거나 임금이 행차할 때 꽹과리나 북, 징 등을 쳐서 말로 호소하는 제도)을 울리고 옥에 갇히기까지 했지요. 격쟁은 제발 살길을 열어 달라는 백성들의 간절한 외침이었어요. '모든 사람이 배부르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단 하나의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었지요.

이름부터 어여쁜 꽃국수, 꽃전, 도토리 이야기를 비롯해 한여름 복달임 삼계탕, 홍이의 헛헛한 속을 채워준 호박죽 이야기도 따뜻해요. 호박과 고구마도 잘 모르던 때의 음식 역사 속으로도 한발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이 책의 굿즈(포인트 차감)로 삽화가 정갈하게 담긴 책갈피가 네 장이나 함께 왔어요. 잘쓰고 있답니다. 그리고 청어람주니어의 강점! 독후활동지가 제공되니 블로그(https://m.blog.naver.com/juniorbook/222076299344)에서 다운받아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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