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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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후감을 쓰려니 문득 떠오르는 한 얼굴이 있다. 이름만 대면 모든 이가 알만한 유명인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존경을 받을 만한 대단한 학식과 덕망의 소유자도 아니다. 그런 그가 수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내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는 것은 그가 언젠가 TV 토크쇼에서 내뱉앴던 한 마디 말 때문이다.

“(오랜 방황 끝에) 전 하고 싶은 일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찌 보면 어디서나 쉽게 들을 만한 진부한 말에 불과했을 지도 모를 이 말은 당시 진로 선택의 문제로 한참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나 자신의 성장통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레 내게 깊은 흔적을 남겼었다.

 

 그리고 그 영향 때문이었을까. 얼마 후 나 역시 그처럼 하고 싶었던 일보다는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는 자신이 하기를 원했던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 뿐이다. 아무튼 일단 시작한지라 잘할 수 있을 일을 정말 잘 해보기 위해 나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려 애썼다. 그런 생활이 거의 1년간 지속되었다. 그런데 매우 역설적이게도 그 시절의 분주함은 잘할 것만 같았던 일을 결국 잘할 수 없게, 아니 포기하게 만드는 데 성공하고 만다. 대학 입학 후 4년 만의 일이었다. 참고로 남들 같으면 한참 취업이네, 시험 준비네 하며 앞날을 대비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다.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는 찰나에 서 있다. 작품에 빗대어 말하자면, 집시 노파와 살렘의 왕으로부터 ‘피라미드의 보물’, 자아의 신화‘ 등에 대해 듣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는 배위에 선 산티아고와 같은 상황이랄 수 있겠다. 그리고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위해 기나긴 여정을 떠나기로 한 스스로의 결정에 대해 매우 불안해했듯이, 지금의 나 역시 그러하다. 도무지 나의 결정이 잘한 일인지 확신할 수가 없는 것이 지금의 나의 솔직한 모습이다. 더구나 출발선에 서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긴박한 처지인지라 그 불안과 번민은 더해지기만 한다.

 

 나의 보물을 찾아 떠날 앞으로의 내 삶에서 나도 산티아고처럼 스승에게서 많은 가르침을 얻고, 그에 힘입어 보물을 위한 표지들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출 수 있을지……. 나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와 줄지 솔직히 의심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말해 주었다. 그런 행운이란 결국 나에게서 비롯됨을. 스승과의 만남, 표지의 발견 등도 모두 현재에 충실하고, 스스로의 마음과 솔직히 대화하며, 세상의 진리라 할 만물의 언어를 익히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신실함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필요한 것도 하나뿐이겠다. 보이지도 않는 미래에 대한 쓸데없는 불안일랑은 접어두고, 지금 이 순간에 담긴 소중한 무언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진실된 땀을 흘리는 일에만 집중해야할 것이다. 카르페 디엠~~.

 

 이처럼 <연금술사>는 지금껏 수도 없이 들어온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따끔한 경종과도 같은 책이었다. 또한 이 무거운 주제를 마치 동화와도 같은 쉬운 이양기체로 풀어 헤쳐 놓았기에 그 가치는 더하다 할 수 있다. 역시 코엘료가 일거에 ‘뜬’ 책일 만하다. 일상에 파묻혀 산티아고처럼 사막이 두려워질 때, 다시 한 번 꺼내 읽을 수 있도록 책장에 꽂아 놓을 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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