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 빈치 코드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이창식 번역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알기로만 해도 베스트셀러 목록 1위 자리를 1년 넘게 차지해온 책이었다. 베스트셀러 일수록 ‘가치’와 ‘깊이’가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역설적 명제를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일까. 그 동안 나는 이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돈벌이를 위해 쓰인 그저 그런 책일 것이라고만 생각해버렸다. 또 이 책을 둘러싸고 오고간 수많은 설왕설래를 슬쩍 엿보는 것은 그런 나의 믿음은 확인해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세간의 평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주위 사람들이 계속 돌려보던 통에, 책의 붉은 표지는 결국 나는 유혹하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공부도 잘 안되고 말년 생활의 지루함에 질식해버릴 것만 같았던 때였던지라 뭔가 ‘재미’있는 것을 찾고 있던 나는 마치 그것이 예정된 운명이기라도 한 듯 나도 모르게 이 책의 첫 장을 펼치고야 말았다. 그리고선 이틀 만에 모두 읽어버렸다.
2권을 합하면 800여 쪽에 이르는 적잖은 분량을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재미있어서가 아니었다. 일단 잡은 책을 끝장을 봐야만 다른 책을 손엘 들 수 있는 고질적인 못난 성격 탓이었다. 그리고 이 고질병 덕분에 난 내 귀중한 시간을 스트레이트로 날려버린 꼴이 되고 말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웰 메이드 소설 상품’ 이랄 수 있겠다. 작품으로선 성공적이랄 수 없지만 상품으로선 정말 톡 튀는 녀석이다. 추리 소설의 얼개를 띠고 있어 자연스레 읽는 이의 흥미를 모을 수 있었고, 언제 어디서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알맞은 소재인 음모론․신비주의적 요소가 맛깔나게 배치되어 있어 누구나 즐길 수 있기에 딱 알맞았다. 더구나 이러한 오락적 특성을 더욱 살려주는 속도감 있는 전개는 마치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읽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화려하였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외양은 삐까뻔쩍 했으나 알맹이는 말짱 꽝이었다. 돌이켜보건대 남겨둘 만한 것이 도대체 찾아 볼 수가 없다. 800쪽을 넘는 장편의 글이 고민하고 생각해 볼 꺼리 하나도 던져주지 못했다. 이만하면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라고 해도 무색치 않을 정도이다. 오직 머릿속에 맴도는 의문 하나. “소설이 이래도 되는가. 그저 재밌기만 하면 끝인가.”이건 참여문학과 순수문학 사이의 치열한 논쟁과는 논의의 틀 자체가 다른 이야기이다. 그저 재미있고 마는 소설. 이를 문학이라 칭해도 되는 것일까. 하긴 할리우드 액션 영화도 영화로 쳐줄만한 아량이면, 문학이라 못할 것도 없겠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소설이란, 아니 문학이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라는 심오한 메타문학적인 질문을 남겼으나,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희귀한 작품, 아니 문학적 상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