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에티켓 -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당신의 마지막에 관하여, 개정판
롤란트 슐츠 지음, 노선정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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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맞이하는 줄 알면서도 남의 일로만 여겼던 죽음의 실존을 느낀 건 이 년전 아이들 아빠가 세상을 떠나면서였습니다.

차가운 바닥보다 더욱 더 차갑게 굳어버린 몸과 표정을 보고, 처음으로 저도 언젠가 반드시, 전혀 알 수 없는 형태로 죽음을 마주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죽음을 인식한 삶과 인식하지 않은 삶

수면제를 끊으며 어느 때 보다 치열하게 살고 싶은 순간에 코끝까지 다가 온 죽음이 무서웠습니다. 살아 있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인식하자 그냥 살아 숨쉬는 존재가 아니라, 더 나은 모습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성장한 모습으로 살고 싶은 열망이 생겼습니다.

무조건 피하고 싶은 죽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죽음을 생각할 수록 삶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지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렬함은 옅어졌지만 죽음을 인식한 삶과 그렇지 않았던 과거의 삶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래서, 죽을고비를 넘긴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었고 저 또한 비슷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죽음의 에티켓은 지독할 정도로 생생하고 현실적인 죽음의 과정을 다룹니다.


죽음 이후 육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병원과 장례식장에서 어떤 행정적, 법리적 절차가 진행되는지 아주 덤덤하고 상세하게 묘사합니다. 어떻게 보면 '품위 있는 죽음'이라는 환상을 깨뜨리기도 합니다.

공포와 당황스러움에 경황이 없는 아이들과 새하얗게 질린 저에게 검안 후 사무적으로 비용청구를 하는 의사에게 묘한 반감을 느낀 건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유족들이 경험하는 하나의 통과의례였습니다.

모든 죽음은 오롯이 홀로 치러내는 단 한 번뿐인 비극이지만, 동시에 매일 같이 반복되는 가장 흔한 일상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죽음만큼 당연하고 보편적인 것은 없습니다.

죽음의 에티켓 95페이지

남녀노소는 물론 어떠한 조건을 가리지 않고 가장 평등하고 일상적인 것이 죽음이라는 사실에 안도감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당신은 온전히 혼자입니다. 외롭다는 뜻이 아닙니다. 친구와 가족, 온 세상이 침대 곁을 지키고 있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은 홀로 쉬고 홀로 꿈을 꾸듯, 결국 혼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죽어가는 것에는 저마다의 시간이 필요하며, 오직 자신만의 속도로 흘러갑니다.

죽음의 에티켓 83페이지

함께하는 것 같지만 결국 홀로인 것이 인생인 것처럼 마무리 역시 홀로 마치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죽음은 결코 아름답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삶에 매달리며 떠나기 싫어했던 이도 있었고, 두려움에 질려 제발 나를 함께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던 이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마지막 단계를 겪어본 이들은 죽어가는 일이야말로 평생 마주한 가장 고된 노동이었다고 말합니다.

죽음의 에티켓 71페이지

아름다운 죽음은 없습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순간을 아름답게 만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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