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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평점 :
네이버 어학사전에 의하면 '순례'라는 단어는
1) 종교의 발생지, 본산(本山)의 소재지, 성인의 무덤이나 거주지와 같이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방문하여 참배함.
2)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방문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런 의미로 나와 있다. 종교적인 의미와 맞닿아 있어 그런지, 왠지 나에겐 경건한 단어로
생각되기도 하고 언젠가 내 인생을 위해 순례의 길을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마 이 작가도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한 1과 2의 뜻을 겸비한 순례의 길을 찾아나선 듯하다.
나 역시 나서고 싶은 길이지만 현실적으로 나가지 못하니 이렇게 대리만족이라도 해 보자 싶어 선택하게 된
박범신 작가의 <순례>
표지도 뭔가 경건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 높고 깊고 아득한... 어떤 것을 지칭하는지 모르겠지만 표지만으로 보면 히말라야 산맥이 아닐까하는.
정말 어마어마한 자연의 모습 앞에서 사람은 누구나 겸손해질 수밖에 없음을 알기에
아마도 그런 의미의 표지가 아닐까 추측해 봤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e/f/efu971004/IMG_DSC00346.JPG)
이 책의 저자는 박범신 작가이다.
한 번쯤은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작가. 개인적으로는 <은교> 때문에 알게 된 작가이기도 한데,
그 외에도 다양한 작품이 있어서 자주 만나게 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유명한 작가인만큼 문장력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기도 한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e/f/efu971004/IMG_DSC00347.JPG)
이 책은 '인생이란 시간을 따라 걷는 하나의 순례이다'라는 주제 아래
예전에 썼던 순례기를 줄인 내용과 최근에 쓴 순례기를 모아 둔 산문집이다.
1장은 비우니 향기롭다 -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사색편지
2장은 카일라스 가는 길 - 영혼의 성소를 찾아서
3장은 그 길에서 나는 세 번 울었다 - 산티아고 순례길
4장은 새로운 순례길의 황홀한 초입에서 - 폐암일기
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고 공감이 갔던 순례기는 1장의 내용이었는데
특히 이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티베트에 집집마다 지붕이나 문 앞에 걸린 흰 깃발인 '룽다'의 이야기.
'룽다'에 담긴 소망은 겨우 '거친 바람 부드럽게, 찬바람 따뜻하게' 정도입니다.
그들은 더 큰 아파트, 더 큰 텔레비전, 더 빠른 자동차를 원하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였는지 모르겠는데 이 부분을 보면서는 왈칵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뭔가 욕심을 부리게 되면서 내 맘이 불편했던 경험, 속상했던 경험 등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 같은데
비우면서 살아가며 내 안의 내면을 향해 살아가는 것,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e/f/efu971004/IMG_DSC00348.JPG)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이 시도 참 마음에 와 닿았다.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환상이고 덧없나니
이원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은
고통을 행복이라 여기는구나.
마치 칼끝에 묻은 벌꿀을 핥는 것처럼
실재인 것으로 굳게 집착하나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관심을 안으로 돌리게나, 친구여!"
이 시는 티베트 불교의 큰 스승이 썼다고 한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e/f/efu971004/IMG_DSC00349.JPG)
그 외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의 이야기들도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아무튼 책을 읽는 내내 전반적으로 뭔가 마음이 겸손해지고 경건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이어서
나 역시 순례길을 함께 걷는 듯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진짜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의 내면 속을 깊이 들여다보며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의미있고 가치있는 시간들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빨리빨리에 매몰되지 말고, 나만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다시 다짐해 본다.
*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