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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마음의 나라
박영주 지음 / 아띠봄 / 2016년 4월
평점 :
나는 지금 30대의 끝자락에 살고 있다.
20대를 끝내고 30대를 시작했을 때는 사실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40대의 문턱에
서니
하루하루가 허해지는 느낌, 내가 비워지는 느낌에 정말 힘든 시간들을 보내는 중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책, <세상의 끝, 마음의
나라>.
여행심리에세이라는 조금은 독특한 형식의 책인데다가 일러스터가 내 마음에 쏙 들어 더더욱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아띠봄이라는 출판사의 이름도 너무 예뻤고...
(아띠는 순수우리말로 '친구'라는 의미라고 한다)

박영주라는 작가가 쓴 책인데,
상상과 감성을 글로 담든 청춘 예술가로 인생에서 여행과 음악, 꽃을
빼고는 낭만을 말할 수 없는 여자 사람이라는 소개가 뭔가 비슷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래서 더더욱 호기심이 생겼던 책이기도 하다.

400여페이지가 훌쩍 넘는 만만치 않은 두께의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들고서 밤낮으로 이 책 속에
빠져
살았다.
지금의 내 마음의 끝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가의 마음 끝도 아주 궁금하기도 했고...
이야기는 작가의 꿈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흑곰에 잡아 먹히는 토끼 꿈을 꾸는
저자.
그리고 그 토끼가 이야기하는 마음의 나라를 찾아가기 위해 남미 여행을
시작한다.
그랜드케년을 시작으로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로 향하는 여정을...

그랜드케년의 여행 중에 꿈 속의 토끼 아모를 만나고, 아모와 함께 마음의 나라를 위한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사실
처음엔 이 꿈 속 토끼의 등장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동화적인 요소로 지극히 현실적이고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를
풀어내었기에
오히려 조금은 담담하게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구성이 참 마음에 들었던 책.
이렇게 중간중간 여행지의 사진들이 등장하는데, 그 때마다 등장하는 작가의
모습과
아모의 모습이 일러스트로 표현되어 더더욱 동화적인 느낌이 더해졌던 것 같다.


설정은 그러했지만, 이야기는 참으로 현실적이었다.
여행지를 한 곳, 한 곳 찾아갈 때마다 토끼 아모에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20대 청춘의 이야기가 아주 현실적으로 펼쳐진다.
프로듀서로 일하다가 창작을 하고 싶다는 꿈 하나를 믿고 시작한 20대의 꿈을 향한
열정.
그
열정으로 몇 년간 '고양이달'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이 참으로 세세하게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잃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
혼자서 결국 아띠봄이라는 문화벤처기업까지 만들어내는 열정에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수없이 아팠던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가슴에 와 닿아서 나도 같이 많이 아팠다.
읽는
내내 참 많이 울기도 했고....
나의
20대는 사실 이 작가처럼 치열하지 못했다.
나는
이미 어렸을 적부터 꾸었던 꿈을 대학 졸업하면서 바로 이루었고, 그냥 그 생활에 만족하며
살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서 30대를 시작했으니까...
그래서 사실 그 때는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그
시간이 그저 즐겁기만 한, 어찌보면 가장 화려했던 시절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30대를 되돌아보는 이 시간이 되고 보니 뭔지 모를 허무감에 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작가는 치열했던 청춘인 20대를 보내며 오히려 너무 열정적이고 치열하게 살았기에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면,
나는
그런 20대의 과정도 거치지 못했고, 30대는 내 인생보다는 오히려 육아에 치중한 인생을 보내고 나니 나 자신을 잃은 허무감에 이런 시간들이
찾아온 것인 걸까?
하여간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이라는 것은 남았지만,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
내
중심이던 세상이 완전히 무너지고 아이들 위주의 세상 속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들에 대해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임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 것 같다.
작가의 치열했던 20대를 바라보며 그리고 마지막엔 마음 속 깊은 응어리를 다 들어내고 새로운 30대를
시작하려는 모습에서 나 자신의 마음 속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정도 위로가 되었다. 결국 내가 만든 선택에 의해서 이끌어 온 삶이기에 그 자체로도
소중한 것임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아마도 다시 살아간다해도 결국은 이 삶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그리고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청춘들은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20대의 치열한 청춘의 자화상 끝에서 고백하는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은 현명한 선택을 하며 20대의 꿈과 사랑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