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마음들의 마을 - 우리는 각자의 지옥을 품고, 서로의 구원을 꿈꾼다
도널 라이언 지음, 정소하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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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몇 년 전부터 클레어 키건의 작품을 참 좋아하게 되었다.

담백한 문장 속에 인간의 외로움과 상처를 깊이 담아내는 힘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일랜드 문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러던 중 클레어 키건과 함께 현대 아일랜드 문학의 새로운 이름으로 자주 언급되는 작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도널 라이언이었다.

사실 그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작가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클레어 키건과 함께 이야기한다는 점이 궁금했다.

과연 어떤 작품을 쓰기에 그런 평가를 받는 걸까.

그 궁금증이 <부서진 마음들의 마을>을 읽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도널 라이언에 대한 정보도 한 번 상세히 읽어보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한 명의 주인공을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인물들의 목소리가 번갈아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물 관계가 생각보다 복잡해서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이 누구인지, 어떤 관계인지 자꾸 앞장을 넘겨가며 확인해야 했다.

솔직히 중간쯤까지는 이름이 헷갈려서 읽는 속도도 평소보다 훨씬 느렸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이 나와 잘 맞지 않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조금씩 인물들이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을 전체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내면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누군가는 후회 속에 살고 있고,

누군가는 상처를 숨긴 채 살아가며,

누군가는 용서를 구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아픔을 품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목을 곱씹게 된다.

정말 이곳은 부서진 마음들의 마을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좋았던 점은 작가가 누구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작가는 그 사람들을 선악으로 나누지 않는다.

그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상처가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연민'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지옥을 안고 살아간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한 사연이 있고, 감당해야 할 아픔이 있다.

책 속 인물들을 보며 결국 우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위 사진의 저 문구들이 마음에 걸려서 더욱 연민이라는 단어가 더 와 닿기도 했다.

"나는 그저 존재하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니,

질문조자 던지지 말아야 한다는 저주받은 태도로 살아간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설이 희망을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상처가 있다고 해서 모두 치유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서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이해하려 하고, 누군가는 조용히 곁을 지켜준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구원이 되어가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물론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인물도 많고 관계도 복잡해서 초반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고 나면 마치 실제로 그 마을에 살다 온 것처럼 인물 한 명 한 명이 기억에 남는다.

책을 덮고 나니 제목이 새롭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부서진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무척 우울한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작품은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붙들어 주며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클레어 키건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도널 라이언의 작품 역시 충분히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시선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이해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읽는 동안은 조금 더디게 읽혔지만, 책을 덮은 뒤에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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