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
허나영 지음 / 비에이블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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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버지의 죽음과 나의 갱년기,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의

우울증까지 내가 다 받아줘야 하는 상황으로 나의 정신도 피폐해진 것 같았다.

특히 생각보다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아버지의 죽음은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여러 가지 감정을 떠올리게 했고 거기다 겹친 나의 갱년기는

하루에도 기분이 수십번 왔다갔다 하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무기력함을

불러왔기에 너무 힘들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 #바람부는날이면그림속으로숨는다 >

예전 나도 우울할 때면 그림을 보는 일이 잦았기에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럴 거라는 예상으로

이 책을 펼쳤다.



예술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삶을 통해 예술을 바라보는 저자라는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그림과 연관하여 자신의 생각들을 조용히 들려준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엿보는 느낌도 들지만, 거기에 그림이 함께 있기에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우리의 인생을 날씨로 비유하여 '세상엔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뿐이다'라는 문장에 맞게

안개 낀 아침, 바람부는 날, 별이 빛나는 밤 등으로 챕터를 나눠두었다.

그런 챕터의 제목들도 참 마음에 들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그림들을 보는 재미와 저자의 속마음을 이렇게 알아도

될까 싶은 미안함도 같이 생겨났다.

어릴 적 상처에 대한 이야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자신을 사랑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조금씩 풀어놓는데

나와도 너무 비슷했기에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 책은 #예술가의그림 을 보면서 #마음의날씨 를 살피는 #다정한미술관 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마음에 와 닿았던 구본주의 <미스터 리>에 대한 이야기도 참 좋았다.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삶을 집약해 보여주면서 한국에서 흔한 성씨인 '이 씨 남자'를 지칭하는

이 조각은 너무 나의 상황 같아서 눈물겹기도 했다.

그렇다면 미스터 리는 왜 이토록 죽은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작가는 그의 이름에서 제시한다.

바로 그 이유가 '미스터리mystery' 즉, 알수 없다는 뜻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았다.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고

이렇게 노력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내 인생을 한 번에 마주한 것 같아서이다.

그리고 구본주의 다른 작품 <위기의식1>과 <눈칫밥 30 년>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작가가 내린 결론에 너무 위로가 되었다.

" 그만하면 됐어. 충분해. 수고했어."

눈치만 보며 팔다리를 더 세차게 젓는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파랑새 이야기처럼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은 결국 내 마음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 스스로도 나를 너무 몰아붙이고만 살아왔구나 싶었다.

돌아보면 나를 위한 것들은 별로 없었다.

옷도 신발도 제일 싼 걸로. 먹는 것도 식구들이 좋아하는 것들만,

가방 등 액세서리는 사치품으로만 생각하면서 살다보니 결국 나에게 남은 건

초라한 늙은 아줌마의 모습 밖에 없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바보같은 아줌마.

이 책은 이제는 그렇게 살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편안하게....●


이 책을 읽는 동안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마지막으로 정리해 본다.

· "지혜로운 사람은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설법을 했다. 이 구절은 혼자 고립되어 외골수가 되라는 뜻이 아니라 인간에게는 스스로 선택한 자유로운 고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한 개인이 느끼는 고통은 어느 누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마음의 병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려 노력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각자가 가지는 슬픔과 괴로움의 깊이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다리 한쪽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가 뛸 수 있으니 더 노력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심리적인 아픔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당신 말고도 모두 똑같이 겪는 일이니 견디라고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 성폭력과 관련한 글 중 마음에 와닿는 표현이 있다. 아프테미시아와 같은 여성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라는 말이다. 영혼이 무너질 만큼 참혹한 일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살아남았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마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되살아나겠지만, 그럼에도 다시금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과거의 나를 보내고 이제는 새로운 나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과 운동, 음악, 취미를 하나씩 발견하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다 보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를 몰아붙이는 삶이 아니라 여러 갈래에서 조금 더 행복한 나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목적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있음 자체를 느끼는 시간으로 말이다.

·하지만 내 마음을 뒤로 미루는 선택들이 쌓여서 결국 나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늦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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