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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함께한 날 ㅣ 동화향기 1
김옥애 지음, 이선주 그림 / 좋은꿈 / 2019년 7월
평점 :
솔직히 나는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다.
친할머니는 중풍에 걸려서 항상 방에 갇혀 계셨기에 어린 마음에 가까이 가기엔
두려운 존재였고,
외할머니는 너무 멀리 떨어져 살았기에 자주 뵙지 못해서 어색했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할머니의 이미지는 거의 예전 동화책을 통해 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정다감하고, 무조건 손주에게 오냐오냐 해주는 그런 할머니의 모습.
이 책에서는 그런 동화책 속 할머니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그리고 더불어 할머니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도 함께 그려내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책 속 할머니의 손녀 솔이는 엄마, 아빠가 학생 때 솔이를 낳았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할머니의 손에 자란다.
솔이가 자라 할머니의 손을 떠나 엄마, 아빠 곁으로 갔지만 할머니가 너무 그리웠던
솔이는 결국 할머니 곁에서 다시 살게 된다.
그렇게 할머니집에서 학교를 다니던 솔이가 발견한 이야기를 들려줄 할머니를 찾는다는 광고!
그 광고를 보고 할머니에게 이야기하자 할머니는 그 일을 해 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인다.
매일 집에만 있으라고 하는 할아버지에게 눈을 흘기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줄 할머니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책읽기를 좋아하는 솔이는 이야기를 짓기 시작한다.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진솔하게 적어서 할머니에게 드리고
할머니는 그런 솔이를 응원하고 칭찬한다.
아무튼 그렇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가 된 할머니는
정말 즐거워보이는 모습이다.
솔이도 적극적으로 할머니를 도와드리는데
어느날 솔이네 반에 온 할머니는 뭔가 낯설다.
솔이가 도와드리지도 않았는데 뭔가 준비를 많이 해 오신 할머니.
알고보니 솔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솔이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신거다.
솔이는 서운해 하지만, 할머니가 그만큼 그 일에 열정을 가지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한 학기 동안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을 너무나 적극적으로 하신 할머니는
다음 학기에도 꼭 그 일을 하고 싶다며 자신의 의견을 내비치신다.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이 책은 많은 단원과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요즘 아이들에게 할머니의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엄마가 직장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할머니 손에 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솔이처럼 할머니를 마치 엄마처럼 따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게 아이의 심리 같은 것에 나쁜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한 편으론 엄마의 입장에서는
맘이 짠해진다.
하지만 이 책 속 솔이는 할머니를 마냥 포근하고 다정하게 느끼기에 엄마를 대신하기에는
할머니만한 존재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가족이란 진정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솔이 할머니는 할머니 자신의 일을 갖게 되자 정말 행복해하신다.
항상 집안에서 집안일을 하길 원하는 할아버지,
자기 아이들을 키워주길 원하는 딸(솔이의 엄마) 사이에서 할머니도
스스로 뭔가를 잘 할 수 있는 게 생겼다고 생각하니 신이 났을 것이다.
그런 할머니기에 솔이 동생은 못 봐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만의 일을 가지고 할머니도 누군가의 아내, 엄마, 할머니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성취감이 생기는 일을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해 나가길 어느새
나도 응원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가족이란 물론 서로에게 정서적으로 의지가 되고 돌아가고픈 포근한
보금자리 같아야만 하겠지만,
그것이 누구 한 사람의 희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할머니도 새로운 도전 속에 행복감을 느끼면서
할아버지, 딸, 손녀의 이해와 도움으로 모두 행복한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아무튼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의 이미지와,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듯한
할머니의 모습을 동시에 보면서 할머니도 하나의 인간으로 보게 된 책이었던 것 같다.
동시에 손녀와 할머니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았고...
부디 솔이의 동생이 태어났을 때도 할머니가 아이를 보는 할머니가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로 살 수 있길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