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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ㅣ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9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6월
평점 :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뜻밖의 선물을 만난 기분이다. 사탕꾸러미 같은 소설집을 받아들고 사탕을 까먹듯 하나씩 읽어보았다. 체호프의 단편 같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유머러스하고 경쾌하다. 이 책에 실린 63편의 작품들은 '단편소설의 거장'으로서의 모파상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그의 대표적인 단편인 <목걸이> 외에도 수십 편의 단편에서 그의 독특한 사고를 엿볼 수 있다.
모파상은 전쟁의 참상,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남녀간의 사랑 등을 주제로 다양한 단편소설을 썼다. 개인적으로는 <비곗덩어리> 같은 전쟁이야기보다는 <시몽의 아빠>, <폴의 연인>, <미망인>, <나막신>, <의자 고치는 여자>, <어느 농장 아가씨 이야기>, <달빛> 등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들이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들을 소개해보면, <어느 농장 아가씨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농장에서 일을 하는데, 같이 일하던 남자와 연애를 하다가 아기를 갖게 된다. 애인과는 헤어졌으나 아이를 숨겨놓은 채 지내던 그녀는 농장 주인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자 농장주인은 여주인공을 함부로 대하고 때리기까지 한다. 참다 못해 그녀가 자신에게 아이가 하나 있음을 고백하자, 농장 주인은 기뻐하면서 소설이 끝난다. 나는 이 짧은 단편을 읽고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자신의 아내가 전에 만나던 사람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있다고 하면 화를 내거나 질투를 해야 마땅할 텐데 기뻐하다니. 농장주는 한 여자로 그녀를 사랑하기보다는 자신의 대를 이어줄 아이를 낳아줄 수단으로 취한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아이가 있다는 말에 그렇게 기뻐하지 않겠지. 아마 모파상은 그 당시, 사랑이 없이 결혼하던 사람들을 풍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기억나는 단편은 <미망인>이다. 이 단편은 열 세살짜리 남자 아이의 미망인으로 남길 결심한 노처녀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사랑에 목숨을 건 집안의 남자 중 한명을 알고 지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린 아이였던 그가 그녀를 좋아한다고 하자 장난스럽게 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놀기도 했던 그녀는 결국 그 어린 남자 아이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그런 후에, 그녀는 결혼하기로 결심했던 남자와의 결혼을 포기하고 열 세살짜리 남자 아이의 미망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 이야기를 다 들은 사람 중 한 사람의 말처럼 "사람이 그 정도로 감상적인 건 불행한 일"일 테지만, 어린 아이의 사랑을 진지함 없이 받아들였던 그녀 역시 어떤 책임을 져야할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열 세살짜리의 미망인이 된 것일 테고.
이렇게 조금은 황당하고 이상한 사랑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탕을 까먹듯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들이었고 그 단맛은 오래도록 혀끝에 맴돌면서 생각할 거리들을 주었다. 단편소설의 거장답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써나간 것이 돋보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