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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있는 듯하다. 때 이른 더위로 이미 여름의 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지만 계획했던 여름 휴가가 실행되고, 장마전선이 등장하는 걸 보니 진짜 여름이 왔구나 싶다. 수박, 복숭아, 자두 등 각종 제철 과일들이 얼굴을 내밀듯 반가운 한여름의 소설들을 소개한다.
1. 윤고은, 『알로하』
"알로하!", 마치 경쾌한 인사를 건네며 우리를 저 멀리 낯선 바다로 데려가 줄 것 같은 책이다. 책의 표지에서부터 여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이 책에는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해마, 날다」를 비롯한 총 9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단편소설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사회 속에서 소멸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이라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받기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하는 주인공들은 곧 우리의 모습일 텐데, 그러한 몸부림을 우아하게 그려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2. 밀로시 우르반, 『일곱 성당 이야기』
'체코가 낳은 움베르트 에코'라는 찬사를 받는 밀로시 우르반의 장편소설. 성당이라는 건축물을 소재로 체코, 프라하의 역사와 문화, 과거와 현재, 아름다움과 추함 등을 가감없이 드러내준다고 하니 웬만한 여행서적보다 좋을 것 같다. 아름답고 아기자기해서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인 프라하. 그곳에서 일어나는 잔인하고 충격적인 사건들을 작가는 과연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해진다. 한여름 밤, 심장이 조여오는 오싹한 느낌은 우리 모두의 더위를 날려주지 않을까. 여름밤과 스릴러물은 괜찮은 조합이니까.
3. 기 드 모파상, 『기 드 모파상』
단편소설이라는 장르에 많은 영향을 미친 모파상의 단편집. 그동안 국내에 출판되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까지도 꾹꾹 눌러담았다고 한다. 총 63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이 작품집을 통해 거장의 관찰력과 사상 등을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톨스토이와 니체 등이 특히 애착을 갖고 읽었던 그의 단편들을 읽으며 인간과 인생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보는, 정신적으로 뜨거운 여름이 되었으면 한다.
4. 윤보인, 『밤의 고아』
"어떤 것을 상실한 후에야, 뼈아픈 고독을 겪은 후에야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다." 작가의 말 중에 있는 이 말들이 독자로 하여금 그녀가 경험한 상실과 고독, 어둠으로 빠져들고 싶게 한다. 물론 그녀는 그녀가 경험한 것들을 함부로 말하지 않겠지만, 정확히 말하려 애썼을 것이고 그 기록의 일부가 이 소설이 아닐까 싶다. 가난하고 소외된 주인공들, 실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고아인 그들을 통해 작가는 어떤 말을 하려 했을까. 궁금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