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의 기분 문학동네 시인선 41
박상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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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특히 여성성을 주체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을 자주 맞게 됩니다. 그래서 일부러 여성성이 주르륵 흘러 넘치고 있는 시집을 찾아서 읽게 되었지요. 시집에서 온통 딸기향이 날 것만 같은 이 시집은 작년 봄에 이미 주목을 받았습니다만, 저는 항상 뒷북을 치기 때문에 이제야 읽어봤습니다. 


 여성들은 꼭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여성성을 불안하고 위태롭게 가지고 있지요. 사실 여성성은 잘 길들여진다면 따뜻한 감수성과 섬세함이 되겠지만 대개 이 여성성은, 어떤 폭발물처럼 뻥 터지기도 합니다. 하필 좋아하는 남자애 앞에선 참으려고 하다가 더 뻥 터트리고 말지요. 

 

이런 순간을 제대로 포착해 놓은 시가 바로 「기대」라는 시인데, 아마 읽어보시면 "맞아, 저거 내 이야긴데, 내가 왜 그랬지?"라고 하게 될 겁니다.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정확해서 슬퍼지기까지 하죠. 

우리의 여성성이 터질 때는 거의 이성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객관적으로 묘사해내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반성적일 수가 없는데 이 시를 읽게 되면 어떤 반성까지 하고 싶어집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들어도 여성성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뛰쳐나가겠지만요.

 

그 외에 여자들만이 제대로 할 수 있는 왕따시키기나 죄없는 사람 죄인 만드는 상황들을 포착한 시도 많고요. 구직활동을 하러 교회에 가서 열심히 비는 청년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굴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모습들을, 정확하게 그려냈으니까 화가 나거나 보기 싫을만도 할텐데, 어딘가 따스하고 사랑스러워하는 시인의 태도 때문에 그 굴욕플레이를 반복했던 사람 조차도 그녀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 이 시집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특히 시인의 말에 나오는 "샤라랑 샤라랑"은 숙녀들을 사랑하게 되는 주문인 동시에 봄을 부르는 주문 같기도 해서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자, 그럼 주문을 외우면서 올봄에도 숙녀들의 멋진 굴욕플레이를 기대합니다. "샤라랑 샤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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