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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왕의 꿈 ㅣ 선스시 동물동화 5
선스시 지음, 이지혜 그림, 박지현 옮김 / 다락원 / 2018년 8월
평점 :
지난 달에 '사슴왕 하커' 책을 읽다보니 선스시 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고 선스시 동물동화 시리즈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 일부러 찾게 되었습니다. 두번째로 만난 책은 선스시 시리즈 중 독자가 가장 많았던 책이었고, 타 출판사에서도 여럿 출판한 책이어서 궁금하여 선택한 이유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한테 보여주었더니 이미 읽은 책이라고 하네요. 독자가 많았던 만큼 제 아이가 독자였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네요.
사슴왕 하커 처럼 여러 이야기를 모아뇌서 초고학년도 읽을 수 있는 책이었겠거니 했는데 차례를 보니 이야기가 두 가지 밖에 없네요. 초고학년이 이걸 읽고나면 긴 책도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길 것도 같습니다.
다락원 책은 그림도 마음에 들어요. 번역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뜸하게 들어있는 그림들에서 읽을 수 있는 현 상황과 심리 상태 등이 강해서 이야기데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제목만 보면 수컷 늑대가 왕이 되는 꿈을 가지고 노력하다가 선스시 이야기들이 많이 그렇듯 현실에 직면하는 마무리가 아닐까 했지만 읽어보니 예상과 다른 이야기였어요. 암컷 늑대가 주인공입니다. 늑대왕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헤이쌍은 쯔란과 함께 늑대왕이 되려는 모의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행직전에 맷돼지의 송곳니에 찔려 세상을 떠납니다. 남겨진 쯔란에게서 4마리의 늑대가 태어납니다.
쯔란은 남편을 왕으로 만드는 것을 실패했으니 아이를 왕이 되도록 키우려 합니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는 흔할 수 있는 스토리였죠. 선스시 작가의 특징이 스토리도 있지만 서술 과정이에요. 그림을 보듯, 만화를 보듯 이야기가 눈앞에서 그려지는 효과를 얻는 세밀한 묘사와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세심한 심리 묘사. 그래서 선스시 작품만의 특징을 느껴보며 끝까지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읽어내려갔습니다.
쯔란은 헤이짜이, 란후얼, 솽마오, 메이메이 네 아이 중에 가장 강해보이는 헤이짜이를 선택하고 그를 미래의 늑대왕으로 미리 찜하며 키웁니다. 아이에게 사랑을 주기 보다는 본성을 일깨워주며 키우고 다른 아이들과도 차별해서 대우하지요. 동굴 밖의 세계를 빨리 경험시켜주겠다는 엄마의 교육은 실패하고 헤이짜이는 맹금류에게 잡혀 먹습니다. 그렇게 첫 아이를 잃습니다.
쯔란은 야망 때문에 아이를 잃었지만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남은 아이들 중 란후얼을 늑대왕으로 키우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만해도 아버지가 되고자 한 꿈을 아이들이 이루도록 도와주는 엄마라고만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점점 현실이 느껴지니 이야기가 더 재밌고 뒤가 궁금해졌습니다.
란후얼을 모질게 대하며 늑대왕으로 키우려고 하지만 사냥꾼의 올가미에 걸리게 되고 쯔란은 란후얼을 단번에 죽여 고통을 없애줍니다. 그렇게 자신이 직접 아이를 죽이는 안타까운 상황도 겪지만 포기하지 않는 쯔란.
이번엔 열등감과 약한 체력의 솽마오를 늑대왕으로 키우기 위해 메이메이와 함께 늑대의 본성을 일깨워줄 작전을 폅니다. 그 작전으로 인해 쯔란은 절름발이가 되지만 자신의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는 늑대의 잔인한 본성을 끄집어 내는데 성공합니다. 통치하는 자의 권세와 위엄, 노예를 부리는 재미를 알게 되고 다른 늑대의 운명까지 손에 쥘 수 있는 권력을 가진 늑대왕을 넘보게 만들지요. 하지만 늑대왕이 결정될 바로 그 날 다시 숨어있던 열등감이 올라오며 대결에서 죽고 맙니다. 솽마오는 어떤 삶을 원했을까요?
아들을 차례로 다 잃은 쯔란은 늠름한 늑대의 자손을 또 낳아 꿈을 이루려 하지만 이미 끝없는 슬픔과 상처, 괴로움, 불공평한 운명 등을 감내하고 늙고 앞니 몇개가 부러진 절름발이 암컷은 인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작전을 바꾸지요. 암컷 메이메이에게 강인하고 사나우며 뛰어난 수컷 늑대와 짝을 지어줘 늑대왕손자를 키우자는 작전이었어요. 이쯤되니 이건 모성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말이 어떻게 될까 점점 궁금해졌어요. 성공한다면 대단한 암컷 늑대인 것이고 실패한다면 과유불급이었다 말해주고 싶었거든요.
엄마의 기준에 못난 늑대라는 이유로 메이메이가 만나는 수컷 늑대는 쯔란에게 물려죽고, 메이메이는 우울증에 걸립니다. 쯔란이 유전자를 위해 좋아했던 늑대는 메이메이와 짝을 이루길 원하고 쯔란은 메이메이의 마음은 무시한채 부모의 장점을 물려받아 늑대왕이 될 후손을 상상하며 짝을 짓게 해주지요.
그리고 동굴을 내어준 쯔란은 메이메이에게 돌아오던 날 헤이짜이를 죽인 맹금류가 태어날 어린 늑대들을 노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가. 쯔란은 헤이짜이처럼 또 잃는 일은 원치 않았기에 검독수리와 싸우다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요.
작가는 아기 늑대들에게 늑대왕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결말을 맺습니다.
늑대왕의 꿈은 쯔란의 희망일 뿐. 그 권력을 누리게 해주기 위해 모진 모성애를 발휘하여 아이들을 하나씩 죽게 만들었어요. 끝까지 후회는 없어보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만이 각자 느낌이 있을 뿐이죠. 아이들이 꼭 늑대왕이 안 되더라도 엄마와 더 행복한 현실을 겹겹이 쌓아 좋은 추억으로 남겨주었다면 더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며 대를 이어가며 잘 살지 않았을까요? 모성애를 다룬 이야기라서 좀 더 특별하게 읽혀진 책이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늑대개'.
늑대왕의 꿈이 분량이 많았던 터라 늑대개는 아주 금방 읽었습니다. 충직한 경찰견으로 훈련을 받았지만 늑대라서 받아들여지지 못한 단후이. 개라서 거절당하는 동물원. 외모때문에 정을 주지 않는 촨니. 마지막까지 단후이는 충직했고 촨니가 깨달았을땐 이미 늦었습니다. 차별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인데. 마지막 결말의 그림에서 그동안의 설움과 억울함이 씻기며 눈물이 났습니다.
다락원 선스시 동물동화 시리즈는 마지막에 동물의 특징에 대해 나옵니다. 이번엔 늑대에 대해서 자세히 읽어볼 수 있어서 교육적으로도 좋았습니다.
지난 번에 사슴왕 하커를 읽을 때 늑대도 등장했던 지라 늑대가 궁금하여 늑대왕의 꿈을 선택하고 읽었는데 다음 동물을 누구를 만나볼까 생각해보아야 겠습니다. 어떤 동물이 어떤 교훈을 줄지 궁금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