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평점 :
자연은 지극히도 아름답고 잔혹하며, 내가 아무리 무수하게 애원해도 통보도 없이 나를 버려둔 채 나아가고 변화해왔다. 자연은 자애롭지도, 악의적이지도 않으며 무심할 뿐이다. 우리는 전체의 일부이고, 자연은 그걸 안다. (p.182)
랠프 월도 에머슨의 『자연』에서 시작된 스무 편의 에세이를 만날 수 있다. 『침묵의 봄』의 저자인 레이철 카슨, 문화예술 저널리스트, 시인, 과학기술 전문가, 조경가, 유기농업 농부, 건축가 등 ‘다양한 배경과 전문지식을 지닌’ 작가들의 짧은 에세이는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킴 스태퍼드, 「우리가 저마다 땅의 시를 적어 내려갈 때」
『옥스퍼드 어린이 사전』에서 도토리, 미나리아재비, 개암나무, 왜가리, 감로수, 수달, 물총새와 같은 단어가 누락되었다. 첨부, 블로그, 글머리 기호, 명사, 음성메시지 같은 단어를 추가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비자연적인 언어’는 인간성을 멍들게 한다.
언어의 특수성은 촘촘한 야생 그물망 안의 상세한 것들을 면밀히 보게 한다. 정확한 말들이 없다면 풍경은 성에 낀 유리창으로 비스듬히 바라보는 흐릿한 아름다움으로 축소될 것이다. (p.54-55)
데이비드 해스컬, 「로키산의 노장들, 브리슬콘소나무를 찾아서」
콜로라도 브리슬콘 숲에서 가장 늙은 고목은 2100살이고, 1000년을 산 나무가 몇 그루 있다고 한다. 17세기나 18세기에 태어난 ‘젊은’ 나무도 있다. 우리의 기준으로 브리슬콘소나무는 ‘긴 시간’을 사는 것 같지만 ‘다른’ 시간을 산다. 소나무도 새도 미생물도 저마다의 시간에 따라 존재한다.
세상의 어느 곳이든 수천 개의, 아니 어쩌면 수백만 개의 시간들이 공존한다. 땅은 우리에게 인간의 시간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과는 다른 박자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보라고 외친다. (p.67)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이 출현하고 지구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게 된 기간은 너무나도 짧다. 하지만 우리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다른 종들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인간으로서 죄스럽다. 스무 편의 다양한 이야기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만들고 경각심도 일깨워 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