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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다의 목격 ㅣ 사계절 1318 문고 131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닷다의 목격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걸 보는 기분은 어떨까? 가령, 시골 할머니 댁에서 얻어온 도마를 봤는데 도마 위에 하얀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긴 할머니가 앉아 있거나, 교실에서 눈가가 거무스름하고 전체적으로 까무잡잡한 데다 의자 뒤로 살랑 솟아오른 줄무늬 꼬리가 북실북실한 너구리, 버스 정류장에 우울한 표정으로 서 있는 오랑우탄, 카페 구석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바나나 셰이크를 코로 들이마시려 애쓰는 코끼리, 영화관 옆자리에서 화면에 좀비가 나올 때마다 소리 지르던 하이에나, 몹시 피로한 얼굴의 아저씨 등에 업힌 할아버지를 보는 기분 말이다. 닷다는 이 모든 걸 보는 능력을 지녔다. 그리고 닷다는 이것들을 볼 때, 조금 놀랄 뿐, 두려운 기분은 들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도 갖지 못한 이 능력을 가진 닷다가 드디어 이를 발휘할 사건이 터졌다.
남학생 둘이 여자 화장실에 숨어서 핸드폰으로 촬영하다가 여학생들에게 잡혔다. 남학생 둘은 여학생들을 거칠게 밀치며 튀어나왔고 곧 싸움으로 번졌다. 학주(학생주임의 준말 같은데, 요즘은 학주라는 말을 잘 쓰지는 않지만, 어쨌든 학생 생활 지도를 주로 담당하는 사람)의 등장에 싸움 구경을 하던 아이들은 흩어졌지만, 닷다는 아쉽게도 이 재미있는(?) 싸움 구경을 놓치고 말았고, 남들은 보지 못하고 닷다 눈에만 보이는 너구리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다. 학주에게 불려간 학생들은 서로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는 시도에, 남학생은 사과를 하나, 여학생은 끝까지 남학생의 핸드폰을 조사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학주는 이를 거부한다. 그런데 남학생 중 한 명의 부모가 신고하여 학폭위가 열릴 상황에서 도리어 여학생들이 가해자가 될 위기에 처하자, 이 위기에서 구한 건 너구리.
남학생의 핸드폰에는 여학생들의 말처럼 민망한 장면이 찍혀 있었고, 학주는 이 모든 걸 보고도 사건을 무마시키려 하며, 이 중요한 증거품을 닷다에게 너구리가 가져다 주면서 아마도 사건은 사필귀정이 될 것 같다.
닷다가 본 너구리는, 닷다의 내면 속,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밝히려는 양심의 목소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