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 하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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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오노 나나미라는 이름은, 고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 꽂혀있던 <로마인 이야기> 이후 10년 만이다. 지금 다시 <로마인 이야기>를 읽는다면 아주 술술 읽힐 것 같은 느낌인데 그 땐 공부도 안하면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읽다 그만둔 그 책을 떠올리면서 그 때 다하지 못했던 완독을 지금 한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상권은 버스 터미널에서 지방 갈 때 읽을 요량으로 구입했고, 곧이어 하권도 마저 구입했는데 상, 하권을 합쳐 9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지면으로도 다 설명하지 못할 만큼 수많은 이야기가 있고 여러 세력들의 격전지였던 중세 지중해 세계의 역사를 시오노 나나미의 안내로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었다.   
 이젠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마치 시간 여행자라도 된 양 지중해 곳곳을 훑고 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시오노 나나미에 대한 정보는 오직 이 책의 책날개에 적혀있던 간단한 이력을 읽은 게 전부라 거의 아는 게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고, 그가 40여년에 걸쳐 추적한 역사이지만 이 책의 내용이 100% 사실에 의거하는지도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전문지식까지는 요하지 않는 나 같은 (혹은 오직 나 뿐?) 독자는 그의 필력을 빌려 중세를 탐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오노 나나미라도 어쩔 수 없는 치명적인 결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번역의 문제였다. 이 방대한 양의 작품을 번역하려면 번역가에게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이 작품 하나를 번역하기 위해 참고하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매우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독자들에게는 어쩌면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턴테이블 튀듯이 지중해 세계를 현실 세계로 돌려놓는 것은 바로 일본식 표현들이었다. 어쩌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아마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을 모국어인 일본어로 집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다면 어느 나라 언어로 책을 썼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 책에서 수도없이 등장하는 일본식 표현이나 일본식 문장들 때문인데 사실 그 문장들을 그대로 읽어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될 것은 없지만 일본어를 마치 번역기 돌린 듯해 한국어 문장으로 보기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 게 사실이었다. 흔히 어순이 비슷해 일본어와 한국어가 흡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언어들은 분명 다르다.

  왜 그렇게 느꼈을까 생각해보면 첫번째로 내가 일본어를 공부했었기 때문에 조금 더 민감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두번째로는 원서의 느낌을 살려 직역을 하는 것이 번역가의 스타일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자든 후자든 간에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문득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할 만큼의 일본어 실력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참 부끄럽긴 하다 아흙!!ㅠㅠ)

 이런 의견을 공개된 공간에 게시하는 것에 있어 상당히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런 것에 있어 어쨌든 나는 비전문가이고 이 방대한 양의 작품을 번역하느라 애를 쓴 번역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게시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은 한 명의 독자의견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간에 개인적으로는 최근 이탈리아와 조금 관련이 생긴 관계로 약간 더 관심이 생긴, 지중해를 향해 다리를 쭉 뻗은 이탈리아 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중세 논픽션 활극(?)을 감상하느라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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