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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가 1 - 무량 스님 수행기
무량 지음, 서원 사진 / 열림원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최근에 저는 외국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와 함께 동행한 책이 바로 이 책이었죠.
두 달간, 쉽지 않은 여행을 하면서 여행을 하는 다른 한국인들도 만날 수 없었고,
한국어도 일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생각에
애초 왜 여행을 시작한 건지도 생각해내지 못하는 채로 모든 용기를 잃고
거의 절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죠.
그럴 때 이 책을 수도없이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흥미로, 그 다음에는 글자 한글자 한글자를 새겨가며 읽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스님의 거짓없는 글...
진리를 찾기 위한 노력...
오직 할 뿐이라는 스님의 자세...
맨 손으로 시작해 모하비 사막에 결국은 한국식 절을 지어내고야 마는 스님의 의지...
생각으로만 멈추지 않고 실천하는 모습...
이 책을 붙잡고 울기도 했고, 희망을 얻기도 했습니다.
주위에 신경써야할, 생각해야할 것들이 사라지고 나니 이 책에서 스님이 얘기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 있었죠.
숭산 대선사께서 무량스님에게 주신 가르침처럼,
저 역시 여행을 시작했으니 오직 여행을 계속할 뿐이라고...
저는 불자가 아닙니다. 종교와 관련도 없고 아는 것도 없습니다.
단지 그 여행을 시작하면서... 이 책을 가져가야 한다는 어떤 힘에 이끌려 서점에서 사 버렸죠.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나니, 그 우연이 우연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에게는 1권에는 스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출가하게된 배경,
그리고 2권에는 태고사 이야기...
불교나 진리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들이라 실망하셨을 수도 있겠지요...
읽는 분이 판단하실 문제니까 충분히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무량스님은 현각스님과 다른 분이시고...
[솔직히, 무량스님께서 훨씬 더 가식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코 현각스님을 폄하하려는 발언은 아닙니다만.]
저도 현각스님의 책을 읽어 보았고 가지고 있지만...
그 옛날, 어떤 스님께서 출가하시기 전의 숭산 대선사님께 하셨다는
불교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잊어버리는 것이라는 말씀...
잘은 모르지만 그것이 맞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책을, 제가 여행한 나라의 깊은 산에 있는 아름다운 산골마을에 두고 왔습니다.
제게도 여행을 계속할 힘을 준 소중한 책이라 한참을 망설였지만요.
한국인의 흔적이라곤 별로 보이지 않는 그 곳에, 혹시나 저처럼 지친 마음을 끌고 오신 분이 계시다면
스님의 꾸밈없는 이야기들을 보시고 저처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거라는 생각에요.
그리고 저는 이 책을 다시 구입할 겁니다.
무량스님을 직접 뵙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나마 참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