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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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선생님 소설, 너무 오랜만에 봤네.

뭐 그래봤자 작년 가을즈음에 <은교> 본 게 다였지만 그 임팩트가 컸어서 그런지

아주 오랫동안 지켜봐온 작가인것마냥 작가 슨새임 이름이 가슴에 콕 박혀있었는데

이번 작품도 역시 콕. 얼른 <촐라체>랑 <고산자>도 후딱 봐버리고 싶다.

 


이 책은, 세상 사는 사람들을 돈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분류하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돈 있는 사람들이 사는 신시가지와 없는 사람들의 구시가지로 구분한다.

그 중 사법고시생 생활을 10년만에 포기하고 월100도 안되는 회사에 다니는. 하루에 제대로 된

말 한 마디조차 나누지 않을만큼 이제는 소원해진 남편과 함께

하나밖에 없는 아들 정우를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한 과외를 시키기 위해서

몸을 파는 비즈니스를 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구시가지에 사는 여주인공에게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참 씁쓸하다.

이 책에 대한 보도자료를 접했을 당시에는 아마도 읽는내내 조정래 선생님의 <허수아비춤>이

계속 떠오를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자본주의의 현실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소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던 <허수아비춤>과는 달리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비즈니스>는 현실 속에서 그 양면의 모습이

더 여실히 보이는 것 같아서. 절대 같을 수만은 없지만 여주인공의 현실이 남일같지만은 않아서

가슴 아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참 현실이 그렇구나... 싶었다.

 

 

각자의 피치못할 사정에 의해 성업중이던(?) 비즈니스 활동 중에 만나게 되었던

거의 운명과도 같았던 '칼라'와 '옐로'의 만남은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 (스포자제중)

사실 너도 나도 비즈니스를 하는 비즈니스맨, 우먼인 마당에, 책을 보고 있던 나 자신조차도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달리, 비즈니스라는 말 외에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어져서 빈부의 양극화를 보여주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어째 이렇게 등장인물 이름들이 한개도

생각이 안날수가 있는건지. 자꾸 '미스터 정'만 생각난다. 나의 부끄러운 기억력)의 사연을

빌어서 또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또 다른 비즈니스를 하며 살아가는

비즈니스맨의 대표주자, 시장과 타잔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함께 전개해나가다보니 살짝은

어수선한 면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상황 묘사나 등장인물 속내에 대한 설명들이

예전의 <은교>를 살짝쿵 떠올리게 하더라. 좀 더 두꺼웠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좀 더 박범신 슨생님이 하고싶은 말이 많았을 것 같은데. 하는 나의 예감만이!!

 

 

또 약간 씁쓸한 얘기긴 하지만, 책 중간에 이런 얘기가 잠깐 나온다.

자식을 '먹이기' 위해 몸을 파는 엄마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있을 수 있지만

자식을 '가르치키' 위해 (즉, 정우 엄마처럼 자식 과외를 위해) 몸을 파는 엄마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라고. 그만큼 교육 이라고 하는 건 우리나라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핫핫핫포인트 인가보다.

뭐, 잘 모르겠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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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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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최갑수가 쓴,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내 인생에 대한 이야기.

활동적이고 힘차고 신나는 그런 여행기 분위기보다는

조용조용하게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차분히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내 인생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 속에서 작가가 이렇게 말하는 구절이 있다. (정확하진 않음. 기억이 가물가물)

사진이라고 하는 건 원래 슬퍼야 한다고. 웃고 있는 사진에서도 슬픔을 찾아내야 하고

아무리 밝고 명랑한 사진이더라도 어느 한 구석에서는 슬픔이 보여야 한다고.

이 책이 그렇다. 밝고 진한 원색의 색감보다는 베이지, 아이보리색을 떠올리게 만드는

회색빛의 사진들이 뭔가 내 마음까지도 차분하게 만들어 주다못해, 쓸쓸하게까지 한다.

- 그래서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더없이 좋다는 것도 아님 (뭥미?)

 


책은 전체적으로 다섯가지의 일상, 사랑, 타인, 여행, 내 인생이라고 하는 주제로 이루어지고

총 81가지의 한두줄 혹은, 세네쪽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에세이라고 하는 건 뭔가, 소설보다는 훨씬훨씬훨씬 (아니, 아예 반대지!)

논픽션에 가깝고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한 작가의 에세이를 한 권 읽는게

소설을 다섯권 읽어 제끼는 것보다 훨씬 더 (개인적으로) 작가와 가까워진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왠지 좀 묘하다.

초반부에는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날씨 좋은 봄날 돗자리에 샌드위치를 싸들고

교외로 나가는 모습에서 화목하고 평온한 일상이 나오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누군가와 차를 마시고 옛사랑을 그리워하고 또,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사알짝 의아한 얘기들이 나오고 그렇더라. (뭐 그렇다고해서 내가 "왜 작가자신의 있는 그대로

일상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는거요! 하고 따질 건 아니지만) 뭔가 좀 한 사람의 일상을 짚어가는

흐름에서, 책이 막바지로 흘러갈수록 작가를 알아가는 듯한, 정리되는 느낌이 좀 들어야 하는데

이 책은 어째 뒤로 가면 갈수록, 너무 쓸쓸하고 외롭기만 하다.

 


그러고보니 남자 작가가 쓴 에세이는 거의 처음 읽어보는 게 아닌가 싶다.

(아 아니다. 바로 며칠전에 권영상 선생님의 <뒤에 서는 기쁨> 을 읽고 있었지 후후후

그런데 너무나 가정적이고 그런 가족들간에 느끼는 행복이나 걱정들 위주로 본인이 겪은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권선생님이랑은 사뭇(완전?) 다른 느낌. )

왠지 좀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남자가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선에서 이런저런

시시콜콜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외로움이라든지 직업에 대한 생각이라든지,

또 여행을 하면서 스치듯이 겪게 되는 장면 장면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는

약간 생소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또 작가처럼 외로워지기도 했다.

 

또 이 책에서는 최갑수 작가의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끔 나오는데

바로 여행작가라고 하는 직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다.

역시 시시콜콜 자세하게는 아니지만, 단 한번도 이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후회한 적 없고

여행을 떠나는 건 언제나 즐겁고 설레는 일이고

현실과 반대되는 말은 비현실이 아니라 '여행'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여행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여행작가로서 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다. (좋아!)

 

 

 

그리고 너무 와닿던 글.

 

-  새 차를 사서 어디론가 휘리릭 떠나고 싶은 날들이 계속되고 있고

 돈은 여전히 부족하다. (p.32)

- '여행은 힘없고, 새로 시작하고 싶고 그럴 때, 멀리 떠나고 싶은 것.' (p.108)
 

 

나 지금. 완전 떠나야 할 때잖아 허허허참, 에휴 이놈에 현실.

항상 돈없고 시간없고 여행에 앞서서 불안한 마음과 함께 결단력이 안서는 건 똑같으니까

이왕 떠나고 싶은 마음 한결같이 가지고 있을 거면, 우선 떠나자. 정말 떠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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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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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집을 놔두고 자동차 트렁크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말로 어딘가에 슬트모(슬리핑 트렁커들의 모임)라고 하는 비공개 카페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누구에게든지 안전하게 밀폐된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것이다.

고은규 작가는 그걸 일컬어 안전에 대한 본능, 자궁으로의 회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오오 그럴듯해!

처음 책 제목이나 컨셉이나 짤막하게 보도자료에 나와있는 줄거리만 봤을적에는

그저 가볍고 즐거운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겠거니 (칙릿!) 했는데 워워워 절대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터치할 줄 아는 작가님 같으셔요 (찬사찬사찬사찬사)

 

 

 

책 속에는 두 사람의 남녀가 등장한다.

한명은 뜨거운 콩? 시도때도 없이 뚜껑열리는 머리? '온두' 라고도 하고 '까만아이' 라고도 하는

베이비앤마미의 베테랑 유모차 판매원으로 평범한 낮을 살아가는 트렁커 1인.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은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위한 '치킨차차차' 라는 게임을 발명하여

온두와 함께 밤마다 서로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게임을 하는 이름이 '이름'인 트렁커 1인.

이 둘의 공통점은 트렁크에서 잠을 잔다는 것.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들이 트렁커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는 이유.

 

이야기는 여러가지 갈레에서 동시에 이루어진다.

우선은 평범한 낮을 살아가는 베이비앤마미에서의 가시두더지, 온두의 일상이다.

뭐, 평범하다고는 하지만 트렁크에서 잠을 자는 밤에 비해 평범하다는 거지, 절대 평범하지 않다.

유모차를 사러 오는 고객들에게 친절하지도 않고 상냥하지도 않으며 웃지도 않고 다른 사원들처럼

열심히 판매하려하지도 않는다. 그저 온두는 고객의 특징에 맞는 유모차를 추천할 뿐,

사든말든.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물론 유모차 그 자체에 대한 애정만큼은 1등급이라서 사장도 예뻐라(까지는 아니지만 능력정도는 인정!)

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사원들과는 그렇게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않고, 그저 온두의 모습은

항상 인상쓰고 있고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미지로만 비춰지고 있었다. (클레오파트라 머리를 한

미송에게서는 맨날 종류별로 바꿔가면서 이상한 생물 닮았단 얘기나 듣고. 아 짜증나 미송이)

 

그리고 밤에는 수면주머니를 들고 멀쩡한 집을 떠나 공터에 있는 버려진 자동차 트렁크로 들어가는 삶.

그와 동시에 온두가 트렁크에 들어가게 된 과거의 기억들이 두서없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전혀 기억이 없다고 생각했던 (어쩌면 기억속에서 아예 잊어버리려고 했던) 부모님에 대한 기억과

그 이후 지내게 된 들피집(아니면 늘 피곤한 집)에서의 끔찍했던 기억들. 그리고 목사님과의 추억 속에

트렁크에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만나게 되는 자동차 주인의 호의.

처음에는 그 까만아이가 온두를 말하는 것인지를 모른채, 또 온두의 머릿속에서 그려내고 있는

온갖 거짓과 상상 속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부모님과 동반자살할뻔하던 (스포스포스포스포) 그 얘기도

사실 첨부터 온두의 이야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런식으로 온두의 생활속에

기억의 파편처럼 하나 둘 씩 둥둥 떠다니던 기억인지 상상인지 거짓인지 실제인지 모르겠는 것들이

거의 다 온두의 (그냥 잃어버리고 싶은)과거였다는 것. 트렁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었다.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지금은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상처이기도 했고 고통 그 자체였던 경험들.

 

 

 

사실, 이러한 온두의 이야기만큼이나 '름'의 이야기도 장난이 아니다.

우스꽝스럽고 어떤 부분에서는 혼자 낄낄거리면서 웃어버렸던. 전체적으로는 재치넘치는 재밌는

이야기임에는 분명하지만, 역시 그렇게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그들의 과거가 정말 가관이 아니다 T_T

웬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위해서 게임까지 스스로 고안해낼 정도로 공을 들이는가 싶었는데

절대 잃어버리게 놔두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과거를 두고두고 되새겨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거.

과연 그 뒤에 숨겨져 있었던 름의 어마어마한 (온두만큼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과거는 정말

어휴. 정말이지, 온두도 그렇고 름도 그렇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절대 현실에서는

없었으면 하는 그런 불우한 이야기들. 불우를 넘어서서 경악스럽고 인상이 찌푸려지고

그냥 고개를 돌려버리게 만드는 경험들.

이제라도 뭐, 그런 그 두 사람이 만났으니 이제는 천하무적이리라.

 

힘내요 이 세상의 모든 트렁커들 -

여행용 가방이든, 세탁기든, 이불장이든, 빨래바구니든, 환기구든 아무도 없는 곳이라면

어디든 들어가서 혼자만의 공간에 밀폐됨에 만족하고 안정을 느끼는 모든 사람들.

정말, 나 역시도 책 마지막 장에 있는 작가의 말처럼, 자신이 과거에 겪은 나쁜 기억으로부터

자꾸 도망치기만하고 묻어두는 것만을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말고.

트라우마는 더 큰 트라우마와 정면승부함으로써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옳소 옳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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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신들의 귀환 - 지구 종말론의 실상
에리히 폰 데니켄 지음, 김소희 옮김 / 청년정신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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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원래 이런류의 소설을 별로 안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책 속의 이야기들을 모두 곧이 곧대로 듣고만 있기에는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아예 허무맹랑하게만은 또 들리지 않고, 그 흡입력 하나만큼은 나를 제대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왠지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새천년이 다가온다고 하여, 밀레니엄쇼프에 대해서 친구들과 함께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던 그 때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 당시에는 천 년에 한 번마다 돌아오는 그 세기가 바뀌는 날이 다가오게 되면서 일시적으로 컴퓨터의 오류에 의해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컴퓨터가 제구실을 못하게 되면서 사회가 전체적으로 혼란에 빠지게 되고, 사람들은 모두 우왕좌왕하게 되고 경제적으로도 기업들이 많은 영향을 받게되리라고 한참 매스컴에서건 어디에서건 항상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가십거리가 되고 이슈화되곤 했던 그때 그 시절. 나는 당시에 그다지 나이가 많지 않았어서 이를 온몸으로 느끼기 까지에는 무리가 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어찌됐든 그 당시에 바이러스니 뭐니 해서 사회가 전체적으로 혼란스러웠던 것은 나 역시 기억이 정확하게 난다. 새롭게 다가오는 변화하는 세계가 무섭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감 또한 부풀게 되는 것은 사실이었고 이에 관해 과학계에서는 세기가 바뀌는 것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엄청난 재앙이 올것처럼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사실 지금에와서 생각해 보자면, 이러한 이야기들은 뭐 과학계나 일부 상위층에 있는 지식인들 사이에서나 있었던 이야기였고, 우리 개개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뭐, 그것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있지 못하기 때문에 어쩌면 그러한 무지에서부터 시작된 근거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두려움이, 결과적으로는 두려움이 두려움을 낳게 되면서 일이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전체적인 흐름은, 어쩌면 종교계에서 이 책을 본다면 무수한 논란을 일으킬지도 모를 그런 파격적이면서도 자극적이고, 또 언젠가 한번은 긁어주고 싶었던 어느 호기심어린 부분이기도 한 듯 하다. 그리고 심심할 때면 한번씩 등장하곤 하는 종말론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역시 지금 이 시대 최대의 화두가 되는 종말론은 (영화로까지 나와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던) 2012년 지구 종말론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서 함께 등장하게 된 신들의 귀환이라고 하는 이 엄청난 논쟁거리까지. 어찌되었든, 이 책을 통해서 신들의 귀환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처음 접하게 된 나로써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그 밖에 종말론에 대한 이야기 말고도 과거의 역사적인 근거를 토대로 하여 이론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는 그의 말에는 묘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뿌리치기가 힘들 정도였었다.

 

어찌됐든, 그의 의견과 화설에 백프로 공감하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그 흡입력 만큼은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그마만큼 이야기를 이끌어내어 결론에 도달하는 작가의 내공이 장난이 아니라는 거겠지. 과거의 증거들을 가지고 와서,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 여러가지 이론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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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돌
문영심 지음 / 가즈토이(God'sToy)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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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제목도 그렇고 표지도 그렇고 첫 느낌이 그리 좋았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왠지 책의 띠지와 뒤편에 적혀있는 '한때나마 문학을 가슴에 품었던 이들에게 바치는 책'

이라고 하는 문구가 내게 콕. 와서 박히더라.

한때나마 내 가슴에 문학을 품었던 건 아니지만, 요 책을 계기로 나도 한번 문학좀 품어볼까,

싶은 마음도 있고, 또 왠지 나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설마설마하니, 정말이다)

뭐가 그렇게 다들 천재라고 야단들인가 싶어서 호기심 반반해서 보게 되었다.

보고난 후의 마음은 Oops. 나쁘지 않다. 아니, 너무너무 좋다.

 


이야기의 시작은,

현재 다큐멘터리 나레이션 대본을 쓰면서 살아가지만 현재의 밍숭맹숭한 생활에서 아무런

성취감이나 만족,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수영의 현재를 그리고 있다. 그런 그녀가

그녀가 한 때 마음에 품었던 천재적인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생전 감옥생활을 하던 곳에 실제로 있던

돌 하나를 선물받게 되면서, 혈기왕성하던 시절 소설을 쓰고 자신의 한계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던 대학시절의 이야기로,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소설 속 이야기는 요즘 나오는 가벼운 소재의 이야기들처럼 그다지 밝지만도 않고, 즐겁지만도 않다.

물론 주인공 수영을 비롯한 그녀처럼 꿈많고 패기 많은 희수와 수옥, 일명 수자매 삼인방의

귀여우면서도 유쾌발랄한 우정을 그리는 대목에서는 나도 몇번이나 혼자 킥킥 거리면서 웃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문학'이라고 하는 문창과 공동의 관심사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고,

그 속에서의 우정과 사랑, 또 갈등과 애틋한 마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수업을 받던 도중에 생겼던 특이한 에피소드,

운동권스럽고 다소 다혈질적이고 입이 좀 거칠긴 하지만 언제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던

친구와의 이야기, 그다지 풍요롭지 않았던 수자매에게 커피를 공짜로 주곤 하던 카페, 그리고 업선배.

처음에 업선배가 등장하면서 수자매와 함께 이러저러한 추억들을 만들어 나갈 때에는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진행될 줄은 몰랐다. (스포?) 하지만 뭐, 나도 그.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수영의

어깨를 주물주물해주면서 격려하고 위로해주던 업선배와의 그날 밤 분위기에서는 뭔가

애틋한 걸 감지하긴 했었지. 쿄쿄쿄 여튼 마무리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뭐 쏘쏘

수영은 거침없고 당돌하긴 해도, 사실 겁도 많고 소심한 아이였으니까.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수자매에게 있었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기억난다.

업선배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았던 석균이 다니던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향숙이와 성숙이 자매가

처음으로 대학교 축제에 와서 웃고 떠들며 구경하고, 수자매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평소에 수자매를 좀 재수없어 하던 3학년 선배가 와서 막 '어디서 굴러먹던 여자애들을 데리고 와서

문창과 얼굴에 먹칠을 하고 앉아있냐' 하며 정말 히안한 소리를 해댈 때 -

그때 희수가 잠자코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서더니 따귀를 올려부치면서

한마디 하던 말. 아 정말 너무 통쾌하고 속 시원했는데... 그러고 보니까 속 시원한 말들은 항상

시원시원하고 대범한. 언제나 큰 소리로 솔직하게 자기어필 잘하는 리더십여왕 희수가 잘 하더라.

 

"잘 들어. 걔네들은 지저분한 애들이 아니야.

네까짓 게 언제 네 힘으로 네 입에 들어갈 밥 한 톨 벌어본 적 있어?

부모한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어린 나이에 자기네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런 곳으로 가게 된 애들이야.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애들이지만

열심히 일해서 자기들 힘으로 그런 데서 나가 제대로 살아 보려고 죽을 힘을 다하는

애들이란 말이야. 너처럼 대가리는 비고 입만 살아 가지고 잘난 척하는 것들이

맘대로 업신여겨도 좋은 그런 애들 아니야.

소위 문학 한다는 년이 겨우 그따위 사고방식 가지고  문학이 잘도 되겠다." (p.126)
 


 

그리고 주인공이 문창과를 전공해서 문학을 항상 염원하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습작이든 뭐든, 중간 중간에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고등학교 때 써서 상까지 받았었던 그 '쥐가족' 이야기도 그렇고,

또 대학교 방학 때 썼던 '수' 이야기도 그렇고. 아주 나중에 다시 쓰게 되는 병숙과 시동생의 이야기나,

거의 마지막에 석균이 '그나마 좋았다'고 얘기해줬었던 도서관 사서 공무원의 이야기도 그렇고.

종종 단편소설이나 시가 등장하는데 그 작품들을 읽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_^

 

우리가 무언가를 꿈꾸고 염원하면서 겪게 되는 많은 시행착오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또 어릴 적 한 때의 일로만 치부해왔었던 꿈을 정녕 현실에서 이뤄내기 위한 수영의 노력도 그렇고.

모든 게 대단하고, 멋지고, 새삼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다.

과연 수영의 남편처럼 누군가가 내 꿈을 대놓고 저지하고 정면승부하려들때,

나는 내 꿈에 대한 자신감과 다짐으로 그런 것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뭐 암튼 그렇다.

 

책 중간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책 속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자꾸만 현실로 생각해서

겨우 작품 하나 접했을 뿐인데, 마치 그 작가를 다 안다는 듯이 착각하지 말라고.

사실은 나, 이 책 보는내내 지은이 문영심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나이 계산까지 해가며

어림짐작으로 아니리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책을 읽은 후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뭐, 역시나

백프로는 아니더라도 일부분, 자전적인 소설이더군!@

뭐 자전적이든 아니든, 나 이 책 너무 좋았어. 간만에 정말 진지 잡수면서도 완전 집중하게 만드는!

흡입력 최고의 국내작품을 만난 기분. 하하하하하 행복해요 -

 

 

 

 

 

 

* 다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돌> 속 기억에 남는 밑줄

 

#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사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나는 내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거든. 아니, 누가 나더러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으냐고 물어본 적도 없지. 물어봤다면 나는 거절했을 거야.

 노 땡큐라고 말했겠지. 그래도 이왕 태어났으니까 불평하기보다는 살아야겠지.

 우리가 직접 알아보자고. 왜 이따위 세상에 태어났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말이야.

 장 그르니에나 알베르 카뮈처럼 우리의 언어로 그 비밀을 밝혀 보는 거야.

 그게 우리가 이 엿 같은 세상에 던져진 이유라고 생각하고 말이지.  (p.45)

 

 

# 청춘은 사람들이 흔히 마랗는 것처럼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불안하고 두려웠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지만,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 수 없었다.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세상은 아름답기 보다는 더러웠고, 사람들은 어리석고 바보같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초조함과 조바심이 스물한 살의 내 영혼을 파먹고 있었다.  (p.45)

 

 

# "내가 매일 걔와 같이 있고 싶고 섹스하고 싶어하는 게 이상한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거 아니냐고?"  (p.101)

 

 

# 우리가 서로를 안다는 게 실은 참 피상적인 거거든. 이름이나 나이, 어느 학교 나왔나, 직업은 뭔가,

 부모님은 어떤 사람이고 가정환경은 어떤가, 돈은 어느 정도 있나,

 상대방에 대해서 그런 정보를 갖고 있으면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사실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지. 그렇다고 뭐 잠자리를 해 봐야 꼭 그 사람을 알게 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걸 어디다 두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 수영이가 나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고 해서 하는 말이야.  (p.112)

 

 

# '세상에는 그렇게 울면서 후회할 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약하고 인생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없게 되어 있다.'  (p.145)

 

 

# 물론 그녀가 고마웠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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