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루
주원규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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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망루가 무슨 뜻인지조차도 모르고 봐서 그런지, 보도자료를 보기 전에는 어떤 내용이 어떻게 펼쳐질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책 전체를 모두 보고 난 후 지금은 띠지를 벗겨낸 이 책의 표지만 보아도 거대하게 솟아있는 이 빨간 망루가 어쩐지 서민들을 압박하고 감시하던 거대권력으로 . . . 아니면 힘들게 삶의 터전에서 투쟁해야 했던 이들의 붉은 피로 암시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해진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사회적인 이슈 두 가지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우선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던 모 거대교회의 세습 등으로 인한 부의 착취(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칠거나 부정적으로 쉽게 말하기 꺼려지는 것은 아마도. 으음)사건과 2009년 초에 일어났던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된다. 종교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 그리고 정치적인 것들이 형체를 감춘 채 한 곳에 뒤섞여 있는 이 아수라장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용산참사 당시에 한창 그 비슷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서 그런지 미디어 리서치를 할 일이 있어서 면면이 파악할 수 있었는데, 정말 웃기지도 않는. (하긴, 웃기기는 커녕 눈물 펑펑 쏟아도 모자랄) 비참한 상황들이 상황 상황마다 숨어 있었다. 여기에서 더 주목할 점은, 그 참사로 인한 뒷이야기이긴 하지만 . . .)

 

이 책은 일종의 액자형식으로 두 가지 라인으로 전개가 된다. 2천년 전의 로마 제국 부패 양상은 우리 현실 속 재개발 지역 철거민들의 생존 투쟁과 맞물려 있고, 이는 거대교회의 세력을 확장시키려고 하는 욕구와 대비시켜 보여주고 있다. 세명교회의 담임목사는 교회의 확장과 함께 하나님의 왕국을 만들어보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의 각종 행사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미래시장촌을 철거시키고 복합 레저타운 및 대형 쇼핑몰을 건설하려 하는 내용이 책의 주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인 전도사 정민우를 기점으로 교회와 미래시장촌, 그리고 그 갈등의 정점에서는 재림 예수의 등장이 있다.

 

그저 비판적이고 차갑게만 느껴지리라 생각되었던 사회소설은, 결국 왠지모를 가슴의 먹먹함과 함께 이렇게 찌든 사회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과 씁쓸함을 남기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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