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堂かたつむり (文庫)
小川 絲 / ポプラ社 / 201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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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요리에 관련된 책을 읽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요리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아니 뭐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기보다는

아예 안한다는 편이 맞을지 모르겠다.

별로 나를 위해서든 다른 사람을 위해서든 요리라는 걸 해본적이 거의(어쩌면 한번도) 없는것 같아서 좋다 싫다, 말하기도 모호하다

그런 내가 요리에 관한 책에 관심을 갖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그 비슷한 책은 피하게 되는 듯 하네.

 

내가 읽은 요리에 관련된 책은

재작년 초에 읽은, 금기된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하고 연쇄살인을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던 추리 소설 <금단의 판다>,

그리고 역시 제작년 여름즈음에 읽었던. 한창 칙릿인지 뭐시깽인지에 빠져있을 적에 읽었던 가벼운 연애 소설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가 전부인 것 같다.

아. 사실은 작년에 이벤트로 받았던 신경숙(이 신경숙은 엄마를 부탁해의 신경숙이 아니다)의 자전 포토 에세이 <효자동 레시피>도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와 느낌의 사진, 글들이 많이 있는것같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내용 자체가 제목 그대로 '레시피' 수준이었어서 그런지

사진조차도 제대로 훑어보지 않고 쳐박아 뒀음.

 

이런 내가 이번에 이틀만에 다 읽게 된 (첨 접하는 작가)오가와 이토의 <달팽이 식당>. 스포살짝 있음

 



 

 

사실 남들은 요리에 관한 책을 보다보면, 글을 보면서 상상되는 음식들이 불러일으키는 식욕을 억제하질 못하겠다고들 하는데

나는. 맛있는 걸 많이 못먹어봐서(???)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제대로 집중하고 읽지를 않는건지. 어쩐건지는 몰라도

그다지 식욕이 왕성해지지도 않고 뭐가 먹고싶어지지도 않는다. (요리책이랑 나랑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싶은건가!!)

그저 그런 음식 사진만봐도 침을 질질 흘리는 내가 유독 텍스트에는 왜 이렇게 약한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설 속에서 어떤 요리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는 구절을 보고 있으면. 나는 사실 어떤 재료를 어떤 방법으로 조리하는 내용보다는

도대체 어떤 맛일지가 더 궁금하곤 한데, 이 <달팽이 식당>에서는 내가 궁금해하는 후자보다는 전자쪽이 훨씬 더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하긴, 소설 속의 주인공 링고가 음식 자체를 몇번 맛보지 않고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더 그런거일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링고의 음식을 맛본 사람들이 갖가지 미사여구를 사용해가면서 맛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첩 할머니처럼 "잘 먹었어요. 아주 맛있게요. 정말 고마워요." 정도 이거나

아니면 후계자씨와 맞선에서의 선생님처럼 "이렇게 멋진 야채 요리, 처음 먹어 봤어요." 정도 이거나

또 온가족이 모두 와서 어린이 세트를 먹었을때, 그 부인처럼 "또 올게요. 오늘, 내가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었어요." 정도이다.

그나마 고즈에가 데리고 왔던 부드러운 털토끼는 말이 없다.

그에 비해서 어떤 재료를 쓰는지, 어떻게 조리하는지, 어떤 음식에는 어떤 와인이나 차를 곁들이는게 좋은지에 대해서는

너무도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그나마도 일본식의 표현들이 많아서 역주가 필요하다) 나의 관심은 결국 소설의 겉을 맴돌고 있는

링고의 모든것을 가져감에도 불구하고 링고는 버리고 갔던 인도 남자친구얘기라든지,

아니면 엽기적인 방법을 통해 링고를 갖고, 링고를 낳았던 술집 아무르의 마담인 링고 엄마 얘기라든지,

아니면 링고네 집 다락방에 숨어서 12시마다 정확하게 12번 우는 부엉이에 대한 얘기라든지.

아무튼 이런 겉절이에 관심을 갖고 다 읽었다. 결과적으로 이틀만에 읽었다는게 좋은소린지 안좋은소린지는 나도 잘..

 





 

역자후기를 보면, 이 책이 나오고 나서 일본의 20대 아가씨들이 아주 폭발적인 반응을 했다고들 하는데.

사실 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다지 20대 아가씨들이 폭발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내 취향에는 그랬다)

소설에 나오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 중에 내가 꼽은 엽기적인 부분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 들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어쩌면 잔혹한 부분에 있어서는 <굳바이 파라다이스>를 뛰어넘을 책이 내 평생 나오지 않을것 같지만. 어쨌든

그만큼 엽기적인 부분이 있다. 분명히 있다.

 

우선은 엄마 루미코가 링고를 갖게 된 방법. 아 정말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지?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해서 책 속에서는 누구하나 놀라지 않는다. 사실 본인 링고는 좀 어처구니없어하면서 당황해하면서 부끄러워할만도 한데

오히려 큰일이라고만 얘기하면서 '세계 최초의 물총 베이비'라고 생각하며 그저 웃어넘긴다. 허허... 참.

 

그리고 엄마와 슈아저씨(사실 독신남)의 결혼 피로연에 쓰일 엄마의 애완동물인 엘메스를 분해하는 장면.

예전에 봤던 일본영화. 제목이 뭔지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는데 그 영화에서 나오는 백정이 돼지를 거꾸로 나무에 매달아놓고

배를 가르고 피를 양동이에 받고 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식겁한 적이 있었는데. 딱 그 장면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부위마다 피로연에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음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설명하는 부분은 정말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물론 식욕때문은 아니다)

머리, 귀, 혀, 염통, 간, 연골, 위, 애기보, 족발, 앞다리, 어깨살, 로스, 허벅지살, 뱃살, 갈빗살, 등심 등의 부위들이 각각

테린, 프랑스 풍 미미가, 중국의 르어차이, 선지 소지시, 훈제, 숯불고기, 고마쓰나, 미펀, 아시데비치, 프랑스의 포토푀, 탕수육, 수프, 생햄,  월남쌈 등의

잘 알지도 못하는 요리들로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군침이 돌 수 있겠냐고요!

요리들이 상상이 가지 않아서가 첫번째 이유겠지만. 역시 매일 아침 손수만든 영양만점 효모빵을 먹이면서 키운 애완돼지로 만든 요리라는 데에서

벌써 상상은 커녕 밥맛이 뚝 떨어진다.

 

또 하나 엽기적인 행각은 엄마가 죽은 후에 도무지 흥이 나지 않아서 줄곧 닫아놨던 달팽이 식당에 새생명을 불러 일으켜주는 비둘기 요리.

 

 

어쨌든 엽기적인 것들이 없지않아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지방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재료들을 가지고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하면서

먹는 사람들에게 기적과도 같은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링고의 요리. 달팽이식당에 나도 한번쯤은 가서 맛보고 싶었다.

(초반부부터 너무 씹어놨더니 아름다운 수습이 안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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