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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나는 허름한 식당에 친밀감을 느낀다. 식당의 간판이나 건물 분위기를 밖에서 한번 쓱 흝어보면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 가게 이름이 촌스럽고 간판이 오래돼서 너덜거리고, 입구가 냄새에 찌들어 있는 식당의 음식은 대체로 먹을 만하다. 이런 느낌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어긋나지 않는다.
-11p-
허름한 식당에 대하여 비슷한 이야기를 꺼낸 친한 친구가 있기에 다시 읽어본 김훈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의 가장 앞 페이지에서…
나도 허름한 식당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주 조금 굳이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식당내부의 청결도이다. 그 부분이 평균 이상이라면 메뉴 몇 개 안되는(주력 메뉴만 있는) 허름한 식당 참 좋다!
김훈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를 끝까지 다 읽었다. 도서관 책이기에 반납을 해야 한다. 내 책이 아니다. 소장하는 책이라고 해서 매일 혹은 자주 읽는 것도 아닌데 반납해야 하는 책은 반납하려고 하는 시점에 애착심이 조금 더 발동하는 것 같다…
김훈 작가님은 연필로만 글을 쓰신다고 하는데, 에세이의 문장 일부를 만년필로 따라 써 보았다. 김훈 작가님이 이 글을 쓰며 느꼈을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 싶었나보다.
이 산문집 제목은 <라면을 끓이며>이지만 음식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가 등장한다. 밥벌이에 대한 이야기, (내가 한때 정말 좋아했던) 인라인 스케이트 이야기, (너무 가슴 아프고 충격적이었던)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 등… 가장 앞에 등장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라면에 대한 이야기, 음식에 대한 이야기! 생각해보면 음식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쉽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공감을 주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건지!!
김훈 작가님을 오래 전, 내가 다니던 도서관의 강연에서 뵌 적이 있다. 유명한 소설, 에세이가 참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분의 책을 한 권도 완독한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끝까지 읽은 (중간에 관심 없는 주제라서 건너뛴 부분도 있지만) 그 분의 첫 책이다.
기회가 되면 이 책을 재독하고 싶다. 김훈 작가의 다른 소설, 에세이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