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잉어는 천적이 없고 먹을 게 많아서 그런지 다들 살쪄 있고 움직임이 활발하다. ~
내가 물가에 서면 잉어들이 다가오는데, 그중에서 대가리에 흰 점 박히고 주둥이 둘레가 립스틱 칠한 것처럼 빨간 놈이 특히 나에게 자주 왔다. - P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허름한 식당에 친밀감을 느낀다. 식당의 간판이나 건물 분위기를 밖에서 한번 쓱 흝어보면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 가게 이름이 촌스럽고 간판이 오래돼서 너덜거리고, 입구가 냄새에 찌들어 있는 식당의 음식은 대체로 먹을 만하다. 이런 느낌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어긋나지 않는다.

-11p-

허름한 식당에 대하여 비슷한 이야기를 꺼낸 친한 친구가 있기에 다시 읽어본 김훈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의 가장 앞 페이지에서…

나도 허름한 식당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주 조금 굳이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식당내부의 청결도이다. 그 부분이 평균 이상이라면 메뉴 몇 개 안되는(주력 메뉴만 있는) 허름한 식당 참 좋다!

김훈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를 끝까지 다 읽었다. 도서관 책이기에 반납을 해야 한다. 내 책이 아니다. 소장하는 책이라고 해서 매일 혹은 자주 읽는 것도 아닌데 반납해야 하는 책은 반납하려고 하는 시점에 애착심이 조금 더 발동하는 것 같다…

김훈 작가님은 연필로만 글을 쓰신다고 하는데, 에세이의 문장 일부를 만년필로 따라 써 보았다. 김훈 작가님이 이 글을 쓰며 느꼈을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 싶었나보다.

이 산문집 제목은 <라면을 끓이며>이지만 음식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가 등장한다. 밥벌이에 대한 이야기, (내가 한때 정말 좋아했던) 인라인 스케이트 이야기, (너무 가슴 아프고 충격적이었던)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 등… 가장 앞에 등장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라면에 대한 이야기, 음식에 대한 이야기! 생각해보면 음식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쉽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공감을 주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건지!!

김훈 작가님을 오래 전, 내가 다니던 도서관의 강연에서 뵌 적이 있다. 유명한 소설, 에세이가 참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분의 책을 한 권도 완독한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끝까지 읽은 (중간에 관심 없는 주제라서 건너뛴 부분도 있지만) 그 분의 첫 책이다.

기회가 되면 이 책을 재독하고 싶다. 김훈 작가의 다른 소설, 에세이도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간단하고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는 꿈을 지킨다
무라야마 사키 지음, 한성례 옮김 / 씨큐브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면서 내가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본 마녀의 이미지는 대부분 어두운 느낌이다. 밝고 귀여운 마녀의 이미지로 일본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가 생각이 난다. 그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 있는 나에게, 참 따뜻하고 (인간이 아닌데) 인간미 넘치는 마녀를 이 소설 <마녀는 꿈을 지킨다>를 통해서 만났다.

<마녀는 꿈을 지킨다>는 일본의 한 항구도시를 주 배경으로 한 일본마녀 이야기이다. 아주 극적인 스토리는 없지만 은은하고 잔잔한 모노드라마 같은 흐름이 매력적이었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마녀의 이야기가 여러 편 나온다. 그 중에서도 더 비중이 컸던 170살 소녀 마녀인 니나세의 이야기들을 나는 좀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으로 본 마녀배달부 키키는 그냥 귀여운 마녀의 이미지로만 남아있는데, 이 소설 속 마녀들은 정말 인간미가 넘치고 넘친다. 인간과 다른 존재이고, 나이를 늦게 먹지만, 자신들의 특별한 마법 능력으로 인간을 항상 보호하고 지켜주다니!!

마녀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검은 고양이는 전형적인 마녀의 단짝 친구는 검은 고양이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것 같다. 마녀들의 눈에서 비친 인간들은 참 한없이 연약한 미물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나 하나의 단편이 다 제 각각의 조각 같은 이야기 같으면서도 읽다 보면 조금씩 두 마녀가 살아온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신비로웠다. 이 책의 마지막인 에필로그에서 밝혀지는 니나세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이 책의 마무리를 더욱 더 여운이 남게, 판타지스럽게 해 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았다.

어릴 때 접한 마녀 이야기는 무섭기만 했고, 커서는 말괄량이 마녀배달부 키키만 기억하는 나에게 또 하나의 아주 긍정적인 마녀 이미지를 심어주는 소설 <마녀는 꿈을 지킨다> 색달랐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나 카레니나 - 한 권으로 읽는 오리지널 명작 에디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안나 카레니나를 읽기로 결심한 후 처음 만난 버전은 출판사 민음사에서 나온 총 3권의 안나 카레니나였다. 재미있는 전개에 푹 빠져서 읽었지만 2권을 끝내 마치지 못하고 오래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후 다시 안나 카네니나 읽기에 도전한 건 한 두껍지만 한 권으로 나온 스타북스의 안나 카레니나이다!


많은 책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여러 가지 이유로 오르내린 안나 카레리나 읽기 추천은 자연스럽게 나도 꼭 읽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이끌어 이 책을 결국 읽게 한 것 같다. 1877년 러시아에서 초판본이 나왔다는 안나카레니나…한국과 다른 러시아이시만 저 시기에 저런 내용의 소설이 나왔다는 것은 당시 엄청난 이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시작부터 안나 카레니나의 친오빠 가정의 불륜으로 시작하는, 그리고 안나는 그 불륜을 중재하는 역할이었는데!


1800년대 말 소설이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요즘 현대판 <사랑과 전쟁>에서 겪는 이야기의 집합체를 다 모아놓은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이전에 읽은 다른 고전들보다 더 재미있게 읽은 책이기도 한 듯 하다. 등장인물들이 조금씩은 다 연관되어 있지만, 레닌과 키티의 열정 넘치고 예쁜 사랑이야기와, 아주 대조적인 안나의 불륜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듯 한 번씩 나오기에 더 재미있었었던 같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결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차마 생각하지 못한 혹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한 명의 생애주기를 이 소설을 통해서 보며 다 경험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불륜이라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자연스럽거나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기에 이 소설의 결론도 그런 교훈을 주는 것일까 라고 생각해보게 한다. 다른 고전보다 양이 많아서 읽기가 부담스러울 줄 생각했지만 스타북스의 아주 두껍지 않은 한 권으로 나온 안나 카레리나는 뭔가 좀 더 양이 압축된 듯한 느낌은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왜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보라고 추천했는지에 대해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다른 고전들보다(많지 않지만 내가 읽은!) 흥미로운 사랑과 전쟁 이야기기에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참으로 이상적인 커플인 레닌과 키티의 이야기의 많은 장면도 여운이 남는다. 1800년대 말 러시아의 평민(농부) 생활, 귀족들의 사교계 생활도 많이 엿볼 수 있었던, 재미난 소설이었다. 지인들 중에 톨 스토이 소설은 종교적 색채가 짙어서 읽기가 부담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톨스토이의 소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 사이에서 이 책은 아주 파격적인 주제의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