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꽃 - 정대호
산에 피어 있는 꽃들은 그냥 피어서 아름답다. 나무나 풀들이 모양을 내기 위해 다듬지도 않았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좋은 길목을 찾아 있는 것도 아니다. 누가 보아달라고 거추장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나무 밑에 있으면 거기서 피고 양지 녘에 있으면 양지에서 피고 음지 녘에 있으면 음지에서 핀다. 하루 내내 사람 하나 오지않아도 좋다. 잘난 사람들이 볼 때는 숨어서 사는 것 같다.
그들은 단지 개울과 숲속에서 자신의 위치에 서 있을 뿐이다. 굳이 이름을 달아놓을 필요도 없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좋다. 그냥 산에 살아서 산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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