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넘치고 달콤한 사랑이 가득한 에세이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왕찬현 지음, 기해경 그림 / 파람북 / 2020년 2월

에세이 제목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에서도 느껴지지만 책 소개를 보고 너무 읽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2020년은 좀 더 유희의 독서는 줄이고자 에세이에는 눈은 안 돌리겠다고 마음 먹었던 내가 말이다.

오랫동안 금지 음식을 참다가 인내의 끝에 맛보면 그 맛이 더 만난 것처럼,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었더니 너무 신났다. 그런데 작가의 찰진 글 솜씨가 에세이를 더 특별하게 맛깔나게 즐기도록 해 주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고무라면(고무장갑이라고 썼다가 지웠다. 고무 하면 장갑인데..)’이라는 독특한 필명으로 브런치 연재를 하다가 출판을 하시게 되었다. 책 제목처럼 연하의 남편이자 주부라는 정체성으로 바라본 연애 시절 그리고 연애 후 결혼라이프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따금씩 에세이의 주제나 소재는 재미있지만 글이 밍밍하거나 무미건조한 에세이를 읽었다. 하지만 간만에 휴식타임을 가지고자 유희로서 선택한 에세이가 이 책이라는 게 참 행운이다. 첫 에세이를 퍼낸 작가님 같지 않게 너무나 재미나는 문장과 유머가 담긴 에세이였다. 책 속에서 자주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났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펜이시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라면을 맛있게 못 끓이는 나는 라면 잘 끓이며 누나 아내도 좋아한다는 저자의 라면실력이 부럽기도 하다.

책의 말미쯤 ‘냉정과 열정사이’ 챕터에서 부인이 연하 남편에 대해서 쓴 부분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연하 남편이 바라본 이야기만 가득하던 중에 부인이 묘사한 남편의 이야기는 좀 다르고 새로웠기 때문이다. 이래서 사람의 말은 양쪽을 들어봐야 하는 걸까 라는 ‘명언’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았다.

남다른 묘사와 찰떡 같은 표현이 많아서 읽는 내내 즐거웠던 에세이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오늘 이 책을 읽을 예정이 아니었고 조금만 살펴봐야지 하고 책장을 열었다가 쉬지 않고 끝까지 읽어버리게 된 재미있는 에세이. 그리고, 은근히(아니 사실은 많이) 커플의 무한한 애정을 표현해서 부럽기도 했다. 모범커플, 예쁜 커플의 기운이 나에게도 전달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