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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학자의 눈에 비친 두 얼굴의 한국어 존대법
김미경 지음 / 소명출판 / 2020년 1월
평점 :
한국어는 어른을 공경하는 존대법이 발달했다. 동방예의지국의 나라 한국!
이런 표현들은 우리에게 많이 익숙하여 당연하게 받아들였었는데.
한국어에 대해 일말의 의구심도 가지지 않고 살아온 평범한 한국인인 내가 충격적인 책을 읽었다. 바로 《영어학자의 눈에 비친 두 얼굴의 한국어 존대법 》이다. 책 소개에 이미 반전 내용을 예고한지라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한국에 유난히 ‘발달’한 존대법만큼이나 ‘발달’한 한국어 하대법!!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높여주는 ‘존대법’을 사용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낮춰준다는 명확한 사실이 있다. 하지만 나고 자랄 때부터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던 한국어. 한국인이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져온 화법이기에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것들.
영어학자이면서 이 책의 저자인 김미경 님이 참으로 멋졌다. 어떻게 보면 이런 책은 일반 언어학자 혹은 한국어언어학자가 쓸 법도 하다. 하지만 영어 전문가이기 때문에 더더욱 한국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서 많은 한국 문화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통쾌하였다. 한국에만 있는 극명한 문화인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이를 시작으로 하는 호구조사. 한국인들이 싸우게 되면 싸움의 발화는 ‘님 나이 몇 살’인 것 등. 한국어는 두 사람이 만나면 극명하게 상하 관계를 나누어야 대화가 되며 이는 즉 언어에서부터 기선 제압이라는 말. 모든 한국의 독특한, 특히 불편한 문화가 ‘한국어 존대법, 하대법’으로 설명이 된다.
명확하지만 한국인에게 불편할 수 있는 뭔가 ‘부정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 그 만큼 저자는 논문을 쓰듯 인용한 많은 사례에 빠짐없이 주석을 달아주었다. 얼마 전 읽은 한 책에서는 ‘한글’의 위대함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는데, ‘한국어’에서 나타나는 네거티브 한 점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물론 ‘한글’은 조선시대부터 사용되었고 ‘한국어’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면서 생겨난 말이니 더더욱 역사적이며 뿌리가 있다. 그렇기에 세계화의 시대에서 보았을 때 불편하고 부정적 요소가 있더라도 한번에 고쳐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
여러 외국어를 공부하고 다양한 언어권의 친구들이 많은 나도 한국에서,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난히 불편했던 점들이 다 ‘한국어’라는 점에서 발생한다니, 이유를 알고 나니 참 재미있다. 항상 생각했었다. 한국만큼 세대를 세세히 구분하는 나라. 원치 않아도 나이가 많아서 언니, 형.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더더욱 원치 않아도) 왕언니 등의 표현이 있는 나라 한국.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한국 이런 현상이 다 설명되는 한국어 존대법, 하대법이다.
존대법은 워낙 다들 아는 것이기에 어쩌면 이 책은 ‘한국어 하대법’에 대한 책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언어 구사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쉽게 의문을 가질 수 없는 주제에 책을 퍼 낸 작가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