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나한테 이럴 수가 - 아무도 말해 주지 않은 여행의 끝
주오일여행자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서, 삶의 전환기를 가지고자 떠난 2년의 여행 후에 남은 것은 그 무엇도 없는 2년의 공백기 뿐이며 통장 잔고도 거의 제로가 되어버린 '여행 후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여행이 나한테 이럴 수가》.


정확히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일하며 살았기에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여행을 한 듯..그리고 무언가를 찾겠다고 혹은 이번에는 진정한 휴식을 겸하겠다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대는 나의 모습과 조금 비슷한 모습이 오버랩되어 읽게 된 《여행이 나한테 이럴 수가》.


가볍게 열은 책장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읽고나니 인생이란 이런 것일까 라는 긴 여운이 머릿속에 맴도는 책이다.


저자(필명 주오일여행자)는 2년에 걸쳐 지구 반바퀴를 여행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이라는 현실에 돌아와보니 2년의 여행이 준 메리트는 없는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자리를 잡은 것 같은데 나만 외계인 처럼 사는 것 같다고 느낀 저자, 여행 후 현실 적응 후휴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친한 친구와 함께 '저자의 2년 여행 후 후휴증 극복'을 위한 또다른 짧은 여행을 미국으로 다녀오는!


그 여행 후 저자는 한층 더 성숙해지고, 정확히 밝은 무엇을 약속하진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강제적인 루틴을 하루의 계획을 잡고, 글쓰기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책의 초반부에서 알게 되었지만, 저자는 사실 책을 이전에도 출간한 적이 있지만 거의 팔리지 않아서 스스로 망했다고 했는데.


2년 여행 후 한국에 돌아와 저자에게 남은 것은, 바닥난 은행잔고, 출판한 적 있는 작가지만 책은 성공을 하지 못하였고, 뚜렷하게 미래의 무언가의 방향을 잡은 것도 아닌 (비슷한 여행을 한 친구 누구는 사업까지 하게 되었다는데) 하지만 글을 쓰며 방향을 찾으려고 하고 생각을 거듭한 끝에 삶은 이렇구나, 계속 나아가야 하는구나, 조금의 행복과 대부분의 불행일 지라도 이렇구나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계속 궁금하였다. 2년이나 여행하고 돌아와서 후휴증 극복을 위해 또 여행을 한다는 생각에서는 과연 이것으로 또 치유가 될 것인가? 혹시 회피 같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자는 마음이 시키는대로 행동하는 행동파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잣대에 개의치 않고 마이 웨이를 가는 사람?


김민식 pd님의 책 어느 구절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를 찾는 여행을 많이 떠나는데 나를 찾는 것이 그렇게 여행 한번으로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어떤 여행이든 여행의 끝에는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있다는 것을 저자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행에서 부딪히는 점이든 현실에서 부딪히는 점이든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가야 하는 것이고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그것이 삶이라는..그런 마음을 책의 끝에서 느끼게 된 것 같다.


저자는 책이 말미에, 또 언젠가는 꾸려서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하는데 떠나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모든 결정과 과정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펼친 에세이였는데, 읽다보니 여운이 많이 남는 멋진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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