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 삶, 용기 그리고 밀림에서 내가 배운 것들
율리아네 쾨프케 지음, 김효정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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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난다. 3000미터 상공에서 추락한 비행기에서 단 한 명만 살아남는다면.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페루의 대밀림 속에서 17살의 소녀가 말이다.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는 1971년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에 추락한 비행기의 유일한 생존자인 독일인 율리아네 쾨프케가 직접 쓴 생존기이다. (아마 독일어로) 오리지널 책이 처음 나온 것은 2011년이고 8년이 지난 이번에 한국어로 이렇게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픽션보다는 논픽션을 더 좋아하는 나. 그리고 요즘에 숲, 자연, 동식물 등에 많은 관심을 갖던 중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은 꼭 읽고 싶다는 마음이 동하였다.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의 일이다 보니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건이지만 그 당시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화제가 된 사건이었다고 한다.


실제 사건에 대해 생존자가 직접 쓴 책 인만큼 이 책을 열자마자 작가 율리아네의 어린시절 사진, 부모님과의 사진, 페루에서 살던 시절의 옛 사진들이 컬러로 먼저 등장한다. 사진만 보면 그 굉장한 사건이 감히 이들에게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는 평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인데.


사건 당시는 17살의 소녀였지만, 이 책을 쓸 당시에는 이미 쉰여섯이 된 저자. 사건의 서술은 과거 비행기 사건, 어릴 적 이야기, 부모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 등과 현재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이 혼합되어 나온다. 저자는 비행기 추락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살아난 사진의 임무, 소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면서 남은 생을 페루의 생태계, 자연의 보고 핑구아나(부모님이 연구를 위해 머물렀던 곳이기도 했던)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하여 삶을 투자해 왔다. 


큰 사건에서 유일한 생존자라는 이유로 사건 후 11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되는 순간부터 항상 기자, 미디어의 눈길을 받아왔던 저자. 그런 사람의 이야기는 이 책이 나에게 처음이어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처음으로 간접경험을 하였다. 어머니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자신만 살아남아, 그래서 아내를 잃은 율리아네의 아빠의 당시 감정과 시신을 찾기까지의 과정 이야기들.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몇년 전 일어난 세월호 사건과 수색작업, 그리고 사고를 당한 이들의 가족들 이야기 등이 내 머릿속에 클로즈업 되는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독일인이지만 오랜 세월을 페루에서 살아왔고 독일과는 다른 페루 사람들의 사건 처리 방식, 사건 의혹 투성이에 대한 것들 무척 흥미로웠다.


이 책을 통해, 당시 독일의 정치적 상황 그리고 페루의, 그리고 당시 매스컴, 기자들의 글 쓰는 방식 등에 대해서 많은 간접체험을 한 것 같다. 이야기 하는 내내 저자 율리아네는 엉뚱하게 보도된 자신에 대한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미디어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지금 시대의 한국도 엉뚱한 보도기사가 참 많다고 생각한다.


부모님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야생에 익숙했기에 그리고 조금은 운이 더하여 그녀는 유일한 생존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고귀하게 다시 얻은 그녀의 생명을 페루의 자연 보호에 기여하고 있는.

이 책이 아니었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는 과거의 큰 사건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 책이 무척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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