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 명확히 설명 안 되는 불편함에 대하여
박은지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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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우연히 읽은 <운동하는 여자>라는 책을 읽고 처음으로 페미니스트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워낙 논쟁을 하는 사회문제 등에 무관심했던 나는 크게 관여하거나 개의치 않았었다.


두 사람이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좀 더 편하고 이득이 되는 자리에 앉아있고 다른 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불편한 자리에 있다고 치자. 편한 사람은 그 위치에서 굳이 불편한 사람에게 자리를 바꾸어 앉거나 공간을 더 넓혀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편한 사람이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이상.


그런 것 같다.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함은 전세계의 대부분의 나라가 겪어왔던 것 같다. 그 중 한국은 역사적으로 좀 더 심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보다 더 심한 나라를 구태어 생각하자면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 이슬람 국가, 인도, 이집트 등이 떠오른다. 한국이 이제 여성의 권리를 더 주장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꺼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도 '페미니스트까진 아 니 지 만'이다. 좀 부드러운 제목으로 지었다. 이처럼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는 꺼내기에 여전히 눈치가 보이는 사회이다. 


저자는 여성이기 때문에 불편한 시각들, 그 점을 여전히 까칠한 여성으로 보는 사회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페미니스트라는 것은 여성의 지위 항상, 이득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오해에 대해서 책의 전반부에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누가 상위다, 누가 더 이득이다라는 말로 남녀가 서로 주장한다면 그건 다툼만 생기고 해결이 없는 평행선을 달릴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이래야 한다는 것들을 다 없에고 싶은 것이다. 반대로, 남성도 남성이기 때문에 이래야 한다는 것도 없애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결혼 4년차 여성이다. 싱글 여성으로 살 때에는 성차별에 대해 경험하는 것이 결혼한 여성에 비하면 정말 적다고 해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의 후반부에 많은 부분을 결혼한 여성의 시각으로 시부모님댁에서 겪어야 하는 결혼한 여성들의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나도 아직 미혼여성이지만, 명절, 제사 때마다 보는 남동생과 올케의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엄마는 나름 깨어있는 요즘 시어머니라고 자처하시지만 내가 만약 며느리라면..이라고 입장을 바꾸어 상상해보면 (저자가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참 많았다.


분명히 시대는 변하고 있고 옛날에 비교를 한다면 지금 많이 변했다. 하지만 약자인 여성보다, 더 편하게 살아온, 페미니즘에 둔감한 남성들이 이 책을 더 읽어보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전통이었다고 그대로 따른다는 말 말고 '평등'의 의미에 기초하여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사회가 더욱 더 빨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부터 했던 것인데라고 하는 것들, 관습인 것들이 무조건 좋은 것인가. 옛날에 그랬던 이유는 무엇인가 등 남녀 평등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 머리로 생각해 볼 일인 것 같다. 쉽지 않은 주제에 많은 생각을 해 주게 해 준 책이다. 무관심하고 둔감하기만 했던 나에게 불편함을 당연하다는 듯이 살았던 나에게 좀 더 주체적으로, 여성으로서 성불평등에 대해서 더 예민한 시야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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