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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사냥꾼 - 유쾌한 과일주의자의 달콤한 지식여행
아담 리스 골너 지음, 김선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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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이 내뿜는 뭔지 모를 에너지에 내가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열정은 전염성이 강하고 매력적인 감정이다. 이 책은 과일에 매료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이 글의 저자인 아담 리스 골너는 세계를 여행하며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로 이 책을 통해 '맥오슬런 최고 저작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 상이 어떤 의미의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진 상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정도로 이해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자연의 과일' 편은 저자의 과일 편력기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과일의 인류학적 의미 그리고 그 외 몇 가지 역사적 주제들로 채워졌고, 2부 '모험의 과일'은 새롭고 희귀한 과일을 찾아나서는 이른바 과일 사냥꾼들의 모험 이야기였다. 3부인 '상업의 과일'은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부분으로 과일이 상업화 되면서 과일 본연의 맛과 향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돼었는가에 대한 고찰과  식품영양학의 허실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4부 '열정의 과일'은 사실 자세하게 읽지는 못했지만 과일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과일의 매력에 대한 설명인 듯 했다. 

만약 내 자신이 과일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른바 과일주의자 내지는 과일 매니아였다면 재미있게 읽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과일에 대해 매우 일반적 취향을 가진 나로써는 사실 지루한 책이었다. 이 책의 목적의식이 무언지도 모르겠고 3부 외에 1.2.4부는 상당히 겹쳐지는 이야기가 많아서 과연 챕터를 나누는 게 의미가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소수의 매니아들을 위한 책이라고나 할까? 모두가 공감할만한 책은 아니었다.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부분은 3부 였다. 

특정 과일이나 주스가 건강에 대단히 좋다는 새로운 정보는, 대부분 이해관계까 얽힌 생산업체가 자금을 지원한 연구결과들이다.

영양학 분야는 모순된 내용, 그릇된 믿음, 잘못된 환상이 가득하고 온갖 술책이 판치는 분야이다.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매일 신문을 읽을 때면 습관적으로 '건강'에 대한 섹션을 읽게 된다. 건강에 대한 기사는 대부분 '뭘 먹으면 뭐에 좋다더라'이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그 좋다던 뭐가 이번엔 뭐에 또 안좋다더라'하고 기사가 뜬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소량으로는 결판이 안나고 많이 먹어야 그런다더라' 하고 말한다. 독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은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잊어버리게 된다. 영양학이 모순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잘못된 환상도 많다. 기사에서 내세운 근거라는 것도 사실 납득할만큼 충분한 것은 없다. 파일럿 스터디를 성급하게 옮겨놓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이해관계로 가득한 '자금줄'들 때문이라고 한다. 살다보면 세상에 완전히 객관적인 진실은 존재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법칙에도 그 과학자의 주관적 편향성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수많은 보이지 않은 이익의 그물들이 우리가 읽는 정보에 스며들어 우리를 지배한다. 특히 식품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더욱 의심하지 않고 정보들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건강문제에 대해서 사람들은 보다 더 자주 감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3부에는 이 외에도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고 있었다. 물론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논의하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거의 분량은 없었다.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면 유전자 조작식품을 먹을 수 밖에 없는데, 즉 피할 수 없는 현실인데, 이렇게 다들 유전자 조작식품을 두려워한다면 결국 식품의 소비에서도 유전자 조작이 아닌 고가의 식품을 먹는 상류층과 저가의 유전자 조작 식품을 먹는 하류층의 계층 구분이 일어날 것이라는 내용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과연 식량위기가 그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지금 현재 절체절명의 문제일까? 그렇게 내다보는 근거는 뭘까? 이것도 유전자조작 식품을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정보 통제인가?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실제로 있다. 

생뚱맞게 최근 읽은 노자강의가 떠올랐다. 노자(老子)선생은 '도'를 따르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가야할 길을 가야한다고. 어떤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어느 길이 진정 '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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