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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셰리 터클 엮음, 정나리아.이은경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배우고 읽을 수록 '나'와 '바깥'의 경계라는 것이 참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전부 완전무결하게 '나'일까? 내 의식을 구성하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과연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독립적이고 특수한 것인가?  결국 '나'라는 존재는 외부와의 끊임없는 소통의 결과물인 것 같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영적이든.

이 책은 자아가 성장하면서 겪는 외부와의 소통의 근거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각자의 삶에서  영감을 주고 자신을 성숙시킨 사물들에 대한 추억담에 몇몇 이론들-내 생각엔 불필요한-을 끌어붙여 묘사했다. 이론은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보게 하고 생각의 차원을 확장시키지만, 때에 따라서는 본질을 흐리고 그 이론의 틀에 모든 걸 가둬버리는 우(愚)를 범하게도 한다. 특히 정신분석 이론들은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인 경우가 많아 하나의 사례를 하나의 이론에 끼워맞추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나는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 책의 이론들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읽는 과정에서 약간 지루하고 사변적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처음부터 자신의 경험을 단백하고 진솔하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이론에 대한 가벼운 불만을 뒤로 하고 이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의미있는 사물들'은 자아의 성숙에 참 여러가지 역할들을 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들은 배움에의 의지를 북돋고, 내면의 욕구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며, 명상과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위로자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아와 '사회' 즉 '외부'를 연결하고 중재하는 통로가 된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사물을 통해 사회로 편입하고 그들의 질서에 순응하게 된다. '시계'라는 사물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시간이라는 질서, '수첩'이 주는 효율성의 덫(?), 자가혈당측정기를 통한 자기 통제. 사물은 우리에게 체제와 질서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권력의 그물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내 인생의 의미있는 사물은 무엇이었을까?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나에게 늘 최선의 것을 주고자 했던 부모님의 마음이 담긴 피아노, 결혼 전날 엄마가 써주신 엄마의 긴 기도가 담긴 편지, 힘든 고교 생활을 위로해준 엑스파일 비디오 테잎들 (그거 녹화하느라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몇 년 동안 그날 그날 할 일을 빼곡히 적었던 내 수첩들, 어려운 시간동안 날 지탱하게 해준 책들, 그리고 새로운 차원의 성장의 문턱에 들어간 증거로 기념될 결혼반지^^ 

몇몇은 나로 하여금 안정된 자존감을 형성하게 만든 것들이고, 몇몇은 내 위로자였고, 또 몇몇은 내가 사회에서 적응하는 방편이 되었다.  결국 이것들이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근거들이다. '내'가 아닌 '사물'들을 주인공으로 두고 내가 살아온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고루함을 확인하고,' 나'라는 존재가 그들을 통해 얼마나 역동적인 궤적을 그려왔는지를 깨닫는다. 그것만으로 의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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