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엄마, 미친 척 500일간 세계를 누비다! 시리즈 2
태원준 글.사진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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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을 사이에 두고 남편과 친정 엄마를 잃은 엄마의 환갑을 맞아 떠난 모자의 500일간의 세계 여행기 2탄!
중국에서 시작한 여행은 2편에서 모로코에서 시작해 터키를 거처 동유럽과 북유럽을 지나 서유럽의 런던까지 300일간 카우치서핑(Couch Surfing)으로 여행하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의 넘치는 정까지 소개하고 있다.
아들이 쓴 여행기 곳곳에 엄마의 여행노트가 실려 있는데 인생 60년쯤 살고 나면 모두 시인 또는 철학자가 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엄마의 짧은 글이 가슴을 울리는 독특한 여행서다.

"여행이란 과거와 현재를 자꾸만 이어주는 것 같아."
"환갑이 내게 준 과제. 세상을 돌아다니며 친구를 사귀는 일. 그리고 마음속에 그들을 담아 가는 일."
"친구? 별거 없다. 꼭 잡은 손이 부끄럽지 않다면 그게 바로 친구지."
"여행을 오래 하다보니 세상일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읽는 내내 여행에 대해, 엄마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도 다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은 온전히 쉴 수 있는 여행이다.
더 많이 보고, 듣고, 만나고, 경험하며 배우는 여행도 좋겠지만 집을 떠나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에서 타인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나에게만 집중하는 여행이 나는 더 좋다.
삼시 세끼 끼니 걱정 않고, 어질러진 집안 청소 걱정 없이 평소엔 누리지 못하는 호사도 좀 누려 보고, 그 어떤 일정도 없이 그저 마음 가는대로 머물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는 여행.
그건 여행이 아니라 휴식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뭐라든 나는 내 취향을 찾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좋다.
다만 이런 여행을 저자처럼 엄마와는 떠나 본 적이 없다.
읽는 내내 그게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맛이 있어?” 내가 처음 먹는 스파게티를 너무 달게 먹으니 딸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솔직히 맛만 좋았던 게 아니라 기분까지 좋아졌는데, 엄마들은 이런 음식 좋아하지 않을 거야, 라는 자식들의 생각이 어쩌면 큰 오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 살아생전에 이런 음식을 사드렸다면 엄마 역시 그릇을 말끔히 비우며 이렇게 얘기하지 않으셨을까? “얘, 이게 도대체 무슨 음식인데 이렇게 맛이 좋니?” 미안해, 엄마. 내가 너무 늦게 깨달았어.
(엄마의 여행노트 #4)

세계 여행은 못 해도 동남아 휴양지 한 군데라도 가 볼 걸.
엄마야말로 평생 일만 해서 진정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었는데.
아픈 곳이 너무 많아 장거리 비행은 어렵다며 핑계 댈 게 아니라 비즈니스석이라도 끊으면 되는데.
이제는 떠나고 싶어도 함께 할 엄마가 옆에 없다.
엄마 없는 첫 해, 첫 번째 봄과 여름이 가고 있다.
미안해, 엄마. 나도 너무 늦게 깨달았어.

지난 겨울, 엄마를 보내는 3일 내내 눈물이 나질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휴대 전화에 저장된 엄마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을 때, 그제서야 엄마의 부재가 느껴져 왈칵 눈물을 쏟았다.
엄마와 아들의 여행기를 읽는 내내 “엄마”라는 단어를 머리로만 생각하고 마음으로는 느끼지 않으려 애써야 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 미안함, 후회가 수시로 찾아와 마음을 헤집었다.
하늘 나라로 여행 떠난 엄마는 지금쯤 어떤 여행을 하고 있을까?

“어느 날 문득 깨어났을 때 이 여행이 끝나 있다면… 가슴에 담은 게 많아 웃고 있을까, 여전한 아쉬움에 울상을 짓고 있을까.”
(엄마의 여행노트 #8)

나의 엄마는 이 세상 여행 끝내고 떠날 때 임종은 지킬 수 있었던 자식들 덕분에 웃으며 떠났을까. 여전한 자식들 걱정에 울상을 지었을까.
엄마,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지금도, 앞으로도, 아마 눈 감는 그 날까지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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