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파이트 1
니혼바시 요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취향만 맞는다면 정말 믿고 보는 니혼바시 요코의 신작 스포츠 만화(라고 되어는 있다). 전작이었던 <극동학원천국>을 너무 재밌게 잘 읽어서, 이번 작품은 고민 한 번 없이 그냥 사버렸다. 이 작가 특유의 맛이 있는데…그걸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네.


<소녀 파이트>는 여자 배구 만화다. 배구 만화 하면 스포츠 만화. 보통은 <하이큐>나 조금 더 오래된 작품이라면 <리베로 혁명> 부근을 떠올리지 않을까. 흔히들 말하는 열혈! 땀! 우정! 승리! 스포츠 정신! 으로 뒤범벅이 된 뜨거운 만화 말이다. 한편으로는 여자들이 모여서 뭔가를 한다…이 지점에서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아니라면 적어도 그에 준하는)> 같은 것을 이 만화에 기대하시면 정말 곤란하다 이겁니다. 왜냐면 니혼바시 요코니까.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니혼바시 요코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상업성이라곤 쥐뿔도 없을 것 같이 책을 쓰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정말 재밌었지만 과연 이 작가가 다음에도 한국에 책을 팔아먹을 수 있을까? 혹은 다음 권이 무사하게 나오긴 할까?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이 말이다…. 잘 팔릴 것 같지도 않고, 대중적인 소재도 아니고(애당초 여자 스포츠 만화라는 것 자체가 불모지에 가깝다), 그림이 먹힐 만한 것도 아니라 더 그렇다. 무겁고 질척하기 짝이 없는 주제를 너무 시원하게 툭 던져버리는 책의 흐름까지…팔리는 게 용하다. 물론 나는 사 준다. 니혼바시 요코니까(나 같은 사람이 제법 있으니까 이 시리즈도 계약이 되었겠구나, 한다).


앞에서 잠깐 이야기했는데, 이 작가의 가장 큰 재주(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는 바로 말도 안 되게 무겁고 질척한 소재를 시원하게 툭 풀어내는 바로 그 지점이다. 전작에서는 특히 폭력(그것도 보통 무겁고 괴로운 폭력이 아니다-성폭행, 알코올 중독, 가난, 학력 등등, 나열하자니 도저히 더 이상 못 쓸 정도네)이 서늘할 정도로 다뤄졌다면, 이번 작품에서 특히 다뤄지는 건 소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건 주역들이 안고 있는 소외가 배구를 통해 극복…까진 아니더라도 상쇄 비슷하게 되어가는 것이 이 만화의 주요한 내용이다. 당연하지만 배구하는 이야기보다는 어떤 식으로 배구에 다가서게 되는지, 그리고 배구를 계속하게 되는지가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배구 시합에 이기고 지고는 이 만화에서는 뒤쪽으로 밀려나 있다. <소녀 파이트>에 스포츠 만화를 기대하고 봤다가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녀 파이트>에는 승리의 기쁨 같은 것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겨도 문제고 져도 문제다. 전국 최고를 향해 달린다! 목표는 갑자원이다! 같은 집중력도 없는가 하면, 전국 최고가 된다! 그러면 네게 고백한다! 같은 아다치 미츠루 식 시원함도 없다. 백만 번 맞아도 재가 될 때까지 다시 싸운다! 는 선택지도 없다. 그러면 뭐가 있냐고? (질리게 말한 것 같지만)니혼바시 요코가…그리고 주역들 모두가 앞으로의 인생 어디에서도 배구를 계속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소녀 파이트>에는 있다.


특이한 만화가 좋다면 추천. 스포츠 만화를 보고 싶다면 비추천하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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