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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호기심 많은 관찰자 - 임정욱의 인사이드 아메리카 이야기
임정욱 지음 / 더난출판사 / 2018년 5월
평점 :
‘패밀리타임, 성과, 직책보다 이름’ … 의전 없는 기업문화
[리뷰] 『나는야 호기심 많은 관찰자』(임정욱, 더난출판사, 2018.05.10)
저자는 실리콘밸리에 자주 간다. 미래를 읽기 위해서다. 2008년 처음 출장을 가고부터 그 곳에서 접한 정보와 경험, 생각을 SNS에 올리기 시작해 벌써 10년이 되었다. 글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읽었고 이 과정에서 현장의 고수들의 답을 받았다. 저자의 글들은 마침내 책 『나는야 호기심 많은 관찰자(임정욱의 인사이드 아메리카 이야기)』로 담겨 인쇄 매체로서 사람들에게 전해지게 되었다.
2008년임에도 실리콘밸리 사람들 대부분은 아이폰이나 블랙베리를 쓰고 있었다. 저자는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예감하고 이를 한국에 알렸다. 라이코스의 CEO이던 시절이었다. 이후 미국 문화를 체득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회식이 있는 날의 경우 오후 2시에 회식을 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회식으로 영화를 볼 경우 영화가 끝나는 시간은 오후 5시를 넘으면 안 됐다. 5시 이후 미국인들의 삶에 패밀리타임이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야근 문화가 없고 일을 빨리 끝내면 집에 일찍 갈 수도 있다. 미국인들이 점심을 밖에 나가 먹지 않고 일을 하면서 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패밀리타임의 한 가지 단점은 직원들에게 특별한 일 없이 저녁식사를 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미국 문화의 특징은 회식에 흥미가 없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일찍 집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점이다. 한국 회사 생활의 경우 직원들의 단합이나 회식은 저녁에 이루어진다. 심지어 워크숍을 토요일에 가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 관행이다. 직장이 삶의 중심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가족 구성원들 삶의 질이 중심인 것이다. 이를 회사에서도 배려하기에 가능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02/pimg_7576941241898157.jpg)
패밀리타임을 중요시 여기는 미국 회사
실리콘밸리에서 CEO와 직원들과의 관계는 독특했다. 중요한 서류를 책상이 아닌 의자에 두고 가는 경우나, 이력서 작성법 등이다. 미국은 학력과 경력만이 이력서에 기재되곤 하는데 나이를 넣지 않는다는 점이 한국과 대조적이다. 우리는 여러 사람이 모일 경우 자연스럽게 누가 연장자인지 밝히고 시작한다. 상대를 부를 존칭이 필요하기에 그렇다.
미국처럼 상사에게 편하게 반말을 하고 이름을 부르는 언어문화가 아닌 것이다. 미국은 상대의 이름을 부르는 과정에서 상대를 더 기억하고 친근감을 느낀다. 청소부에게도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하고 인간적으로 대한다. 호칭 없는 문화로 인해 나이를 따지지 않고 평등하게 소통한다. ‘나이가 많아 이 일은 못 할 거야.’와 같은 쓸데없는 편견에 사로잡히지도 않는다.
책 중간 중간 저자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곤 했다.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덧붙였다. 독자로서도 미국의 사례만 주구장창 듣는다면 재미는 없었을 것이었다. 또한 저자는 경험에 덧붙여 미래의 전망까지 제시하였다. 그 중 하나가 재택근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뜨는 문화이기도 하다.
미국은 성과위주로 평가받는 사회이기에 어디서 근무하건 성과만 좋다면 재택근무도 문제없다는 인식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는 회사도 있지만 대체로 성과가 좋지 않으면 가차 없이 해고되는 것이 미국 회사이기에 열심히 해야 한다. 이로써 저자는 미국의 비즈니스 문화를 건조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경조사조차 지인만 불러내는 문화로 인해 3년간 근무하며 딱 한 번 결혼식에 초대받았을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거래처 접대나 경조사, 관공서 대응 등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아 직원들이 비즈니스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에만 집중하고 남는 시간을 가족에게 쏟게 하는 것이 주요 관행이기 때문이다.
특유의 갑을관계가 적은 실리콘밸리의 모습
미국에서 직원들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우선시 한다. 회사 대표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직 내 모든 사람에게서 아이디어를 찾고 그 가치를 인정해준다. 심지어 2013년 9월 『뉴욕타임스』는 미국을 정면 비판하는 러시아 대통령의 기고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타국의 다양한 견해를 수용한 것이다. 높은 지위가 사람을 꼭 창의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고, 유명 인사라고 언론에 자유롭게 글을 실을 수 있는 것도 아닌 사회다. 다채로운 인종과 그에 대한 이해가 있기에 가능하다.
미국문화에 대한 이해는 질문의 정도에도 영향을 준다. 저자는 강연을 다니며 겪은 일화들도 책에 재미있게 풀어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문답 시간이 오면 질문을 하는데 대체로 한국 학생인보다 외국인들에게서 더 많은 질문이 나온다고 한다. 설사 질문이 우스꽝스럽더라도 멋지다고 박수를 쳐준다.
미국 직장인들은 항상 서로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십을 맺는다. 승자독식에 가까운 한국과 다르다. 한국은 가장 높은 대표가 질문을 하고 나면 다음으로 한 단계씩 낮은 지위의 사람들이 질문을 해나간다. 한국 특유의 갑을관계가 직장에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한국은 지나치게 대기업 회장이나 고위 임원을 제왕처럼 모시는 듯하다.” 귀빈이 행사에 참석하거나 출장을 간다고 하면 밑에 있는 사람들은 미리 동선을 짜고 예행연습을 한다. 그러면서 진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은 사장일지라도 비행, 숙박, 약속시간, 운전 등 출장의 모든 계획을 스스로 짜야한다.
임원들이 부하를 지위와 권위로 다룰 경우 솔직한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을 얻기는 어렵다. 이 경우 임원들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쉽다. 이러한 부정적 관계는 인수합병과 같은 기업 간 문제에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인수합병은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역량을 단시간 내에 채울 수 있는 수단이다.
미국은 필요한 기능에 대해 직접 개발하기보다 관련된 회사를 인수한다. 덕분에 실력 있는 스타트업들도 이익을 얻는다. 한국의 스타트업은 인수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협상 과정을 도와주는 인수합병 전문 회사가 없는 것도 이유지만, 대체로 큰 회사가 헐값에 사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업 간에 인수합병 경쟁이 없으니 인수가가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구글은 창사 이래 지금까지 인수합병을 200건이 넘게 했다. 거기서 안드로이드와 유튜브가 나왔다. 인수합병을 잘하는 회사가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보자면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외부의 혁신을 받아들여 빠르게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한 셈이다.
제2의 실리콘밸리가 되어가는 중국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다음 실리콘밸리가 될 국가로 중국을 꼽아 이야기 해나갔다. 중국에서도 ‘선전’이라는 지역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곳이다. 현금을 쓰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물건을 사면서 현금이나 카드를 사용하면 비문명인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스마트폰을 애용한다. 동서울 부근 과일집에서 딸기를 사고 카드를 내민 적이 있었다. 그런데 ‘현금만 된다.’는 이야기에 실망하고 나온 기억이 있다. 돈 ‘지불’이 물건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 시대가 과거라면 이젠 지출방법도 고민해야 할 시대인 것이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기도 했거니와 그에 따라 사업자들도 진화하려면 수고를 해야 한다.
저자는 실리콘밸리보다 중국의 스타트업 열기가 더 뜨겁다고 보고 있다. 2018년 3월 스타트업 분석 업체 CB인사이츠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유니콘스타트업 236개 중 28%인 66개 사가 중국이다. 미국 다음인 것이다. 중국 스타트업은 IT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이 이루어진다. 약국, 병원, 부동산 등 전통 산업 영역에도 도전이 끊이지 않는다. 자금 조달 환경이 풍부하고, 대박을 터뜨릴 투자 환경이 있기에 그렇다.
우리 국민들은 삼성과 LG의 능력만큼 중국의 기업이 거대하지 않다고 보는데, 우물 안 개구리이기에 그렇다. 진정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중국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됨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중국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 지금을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적었다.
한 자리에 앉은 채로 세상의 흐름과 문화를 보았다. 『나는야 호기심 많은 관찰자(임정욱의 인사이드 아메리카 이야기)』는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세계의 기업가들에 어떤 차이가 있으며, 그러한 환경이 만들어졌는지를 배우게 한다. 시야를 세계로 넓히고 싶다면 저자의 SNS를 팔로우 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매일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소개하기에 그렇다. 저자의 글들이 또 다시 묶여 10년 뒤 흥미로운 세상 안내서로 또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