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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식인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완웨이강 지음, 이지은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최초’보단 ‘재차’ 주목해야 복잡한 문제 해결
[리뷰] 『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완웨이강, 이지은 옮김, 애플북스, 2018.03.20.)
정말 멋진 책이다. 읽으면서 계속 감탄을 했다. 물리학도인 저자 완웨이강은 사회를 통찰하는 능력이 있는데, 대중적 학술의 접근으로 현안을 들여다본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제기하는 물음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 인공지능이 서서히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 많은 사람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사회 전체적인 계층화 현상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사회과학이나 현대의 첨단과학은 과연 어떤 예측을 보여주고 있을까? 실제 실험에 따르면, 소련의 붕괴 같은 예측을 전문가들이 제대로 하지 못 했다. 세 가지 선택지, 즉 ‘붕괴한다, 안 한다, 잘 모르겠다’의 3분의 1이라는 확률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이는 그동안 고슴도치처럼 빅 아이디어에만 주목한 결과다. 여우같은 스몰 아이디어로 한결 타협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스몰 아이디어의 예는 다음과 같다. 두고두고 새겨야 할 대목이다.
▫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는 데 능하다.
▫ 자신의 결정에 대한 신뢰도가 고슴도치보다 현저히 낮다.
▫ 결단을 내렸다고 해도 여전히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재검토한다.
▫ 자신의 예측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데 적극적이다.
▫ 고슴도치처럼 특정 영역에 대해 전문적이지 않지만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 ▫ 다양한 문제를 쉽게 이해한다.
▫ 다양한 문제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다.
▫ 갈등이 불거졌을 때, 당사잔 간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기꺼이 친분을 맺는다.
▫ 일하는 도중에 명확한 규정과 질서를 결코 추구하지 않는다.
▫ 정답이 여러 개인 문제를 선호한다. 문제를 해결할 때 종종 다양한 선택을 발견할 수 있다.
고슴도치와 여우를 대치시킨 건 단순함과 복잡함을 살펴보자는 이유다. 현대사회는 그 원인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현대사회가 얼마나 복잡하냐면, 정말 좋은 음악이 다운로드가 되는 게 아니라 순전히 운으로 최초의 승부가 시작되고 최후의 승자까지 결정된다. 그 어떤 합리성이나 인과가 없는 것이다. 저자인 완웨이강은 “단순함은 복잡함을 이기지 못한다”면서 복잡성을 갖춘 사람만이 복잡함을 상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얻으려면 죽도록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여우의 스몰 아이디어로 복잡성 접근하자
책의 제1장은 세계관 각성이다. 우리가 그동안 지니고 있던 편견들이 이 복잡한 세계에서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깨달아야 한다. 소위 상식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어떤 사건 혹은 사안에 대해 사후적 의미의 해석에만 치우친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예측은 상식만으론 안 되는 것이다. 상식이 부여하는 해석은 믿을 게 못 된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그 안에서 규칙을 찾아내려면 반복 실험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역사에 반복은 없다. 상식은 계속 나중에 작용되어, 상식으로 굳혀갈 뿐이다.
사람이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느냐면, 프랑스의 폭력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2005년 10월, 소년 2명이 경찰 추적 피해 도망 다니다 감전사 했다. 이 때문에 사회적인 공분이 발생했다. 여러 사람들이 시위대로 나서 소요 사태가 일어났다. 그런데 거리에 나선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나서기도 했다. 모방의 본능 때문이다.
문제를 스스로 분석한 후에 행동에 나설 것을 결정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니까 따라한 것이다. 심지어 모방을 위한 모방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완웨이강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가는 최초의 원인이나 사태가 확산된 이후의 결과가 아닌, 사건 발생 초기의 대응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안정을 유지하려면 ‘최초’가 아니라 ‘재차’의 존재 유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초가 아니라 재차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완웨이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특히 경제학이라는 것에 희망은 있다. 시장은 가치에 민감하다. 어떤 좋은 것을 얻기 위해 대가가 지나치게 크다면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 반대로 좋은 것의 가치가 훨씬 크다면 대가를 치러도 괜찮다. 저자에 따르면, 시장은 회복 탄력성이 있다. 한 번 도태되더라도 사회와 시장은 엄청나게 복잡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게 바로 가장 쉬운 경제학을 이해하는 포인트다.
책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품격이 강조되는 측면이다. 아무리 중국과 미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인성이 없으면 말짱 황이다. 명문대생은 섬세한 이기주의자일 가능성이 크다. 인성과 재능을 겸비하기 위해 일명 차터 스쿨이라는 곳에서 참고한 7가지 덕목이 책에는 소개돼 있다. ▷ 강인함 ▷ 자제력 ▷ 열정 ▷ 사교 ▷ 감사 ▷ 긍정적인 마음 ▷ 호기심. 성현이 되는 길은 겸손함에 있으며, 품격을 수련하기 위해선 충동을 없애는 게 아니라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 큰일을 하고 싶다면 더더욱 품격을 길러야 한다. 책에서 인용한 <역경>의 “군자가 날이 마치도록 최선을 다하고 저녁에는 반성한다”는 그래서 더욱 울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