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를 만난 한국인 - 21세기 진한국인을 찾아
문미선 지음 / 북산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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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 교육의 본질

[서평] 『파랑새를 만난 한국인』(문미선 저, 북산, 2019. 02.25)

 

나를 알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남의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파랑새를 만난 한국인』은 독자로 하여금 서양문화를 깊이 이해하도록 도운 뒤 우리나라의 상황을 다시 살펴보게 한다.

 

대한민국에는 지극히 이질적인 경험을 가진 세대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다. 1020세대는 해남의 땅 끝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어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발전시키는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7080세대는 그 엄청났던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5060세대는 서양지식을 본격적으로 학습하여 산업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3040세대는 훨씬 자유로워진 해외여행 덕분에 직접 외국을 체험하며 우리의 지평을 넓혀왔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 세대 다양성이야말로 우리만의 독특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에너지이자 원동력이라 주장한다. 일본 그리고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구촌에서 늦게 등장했다. 문물 도입의 측면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포기 말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21세기를 지배하는 3가지 핵심 어휘

세계적으로 21세기를 지배하는 핵심 어휘가 있다. 저자는 ‘알고리즘’, ‘리버럴아츠’, ‘큐비트’를 가장 중요한 3종 세트로 꼽았다. 알고리즘이란 단순히 셈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셈을 하는 방식이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알고리즘이라 한다면 레시피를 들 수 있다. 실제 레시피에는 우리 어머니 세대의 혼란을 일으킬 자연언어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예로 센 불과 중불, 먹기 좋게 썰다, 은근히 오래 끓이기 등이다.

 

하지만 기계 알고리즘은 이러한 레시피를 그 손맛까지도 잡으려고 더욱 완벽을 향해 달려야 한다. 아마도 미래 세대는 미역국을 맛있게 끓이기 위해 할머니나 어머니가 아닌 구글에게 물을 것이 분명하다. 기계 세계에 맞춰 인간도 변하는 것이다.

 

리버럴아츠는 2007년 스티브 잡스로부터 소개되었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얇고 작은 스마트폰을 무대에 들고 나왔다. 폰의 검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살짝 밀자 화면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를 보고 세계인은 탄식을 쏟아냈다. 이후 잡스는 한 장의 슬라이드를 보였다. “스마트폰은 기술과 리버럴아츠의 교차로에서 탄생하였습니다.”

 

사실 리버럴아츠에 상응하는 우리말은 없다. 이 단어의 기원이 그리스-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 상대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갖추고 자유롭게 토론하기 위해 공부하였던 교과과정을 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3개의 기초과목(문법, 논리학, 수사학)과 4개의 심화과목(산술, 기하학, 음악, 천문학)이 있다. 기초과목들은 언어와 관련이 있다. 토론을 위해 라틴어의 구조와 규칙에 대해 파악하는 문법, 다른 이에게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논리학, 서로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인 수사학.

 

심화과목들은 바깥세상인 자연과 관련이 있다. 복잡한 셈을 할 수 있는 산술, 문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기하학, 소리를 화성구조로 만들어내는 음악, 우주에서 문제해결의 모형을 찾으려는 천문학. 따라서 리버럴아츠는 학문 분야가 세분화하기 이전에 자연 안에서 인간의 본질을 공부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잡스는 기계를 다룰 때 마치 살아 숨 쉬는 인간을 대하듯이 하였다. 여러 개의 줄들로 뒤엉켜 있는 컴퓨터 뒷면 내부까지도 따뜻한 피가 흐르는 실핏줄로 정의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서양 교육을 보며 우리나라를 깨우치다

큐비트는 양자 컴퓨터로 계산할 때의 기본 단위를 말한다. 큐비트 세상의 가장 큰 특징은 확률이다. 상보성도 확률과 관계가 있다. 예로 빛을 입자에 대해 측정하면 자동적으로 빛은 파동에 대한 정보를 잃는다. 반대로 빛의 파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면 빛의 입자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정보가 증가한다. 따라서 우리는 빛의 입자와 파동에 대해 동시에 알 수가 없다. 확률에 의해서만 알 수 있는데 이것을 물리학 용어로 빛의 입자와 파동의 상보성이라고 한다.

 

저자는 21세기에 꼭 다시 논의해야 할 분야로 나는 교육과 영어를 선택하였다. 교육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지구촌 문제다. 공부에는 4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습득은 지식을 자연스럽게 흡수하여 나를 드러내는 시기이다. 둘째 학습은 지식을 이해하여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시기이다. 셋째 탐구는 지식을 비판적으로 선별해 정리해 나아가는 시기이다. 넷째 연구는 나의 모든 감각인 공감각을 동원해 나의 것을 만들어내는 시기이다.

 

책에는 저자가 독일에서 공부하던 순간들이 흥미로운 지구촌 사례로서 들어가 있었다. 서양의 토론은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이야기나, 서양인들은 전체를 확인한 후에 이를 부분으로, 개체로, 소분자로 잘게 쪼게며 사고를 한다는 점들이 그렇다. 이렇듯 개체에 집중하는 서양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점점 더 개인적인 자율성을 갖게 된다. 어릴 때부터 집 안에서 자기 의견을 주장하고 이 주장이 설득력이 없거나 반박을 당하였을 때에도 서양아이들은 이를 방어하는 토론에 익숙하게 된다.

 

한때 저자는 박사과정 중에 논문작성의 자격 여부를 검증하는 시험을 보았다. 응시자는 주제를 받은 날부터 정확히 14일째 되는 날 오후 5시까지 완성한 소논문을 제출해야 했다. 14일 만에 시험결과를 만들면서 동시에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기에 저자는 난처해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저자의 우편함에 쪽지를 넣었다. 수업을 대신해 주겠다거나, 주제에 맞는 문헌을 추천하고, 비슷한 주제를 다룬 논문을 알려주며 도움을 주었다. 실은 이 ‘14일의 프로젝트’는 평정을 유지하며 공동체의 연대감 속에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는가에 대한 평가점수가 더 중요했었다. 내면적으로 극한까지 내몰리는 상황에서 공동체와 진정으로 깊이 소통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시험인 것이었다.

이외 저자는 자신의 멘토가 되어주신 교수님의 대화방식을 익히고, 글쓰기 딜레마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구촌과 본격적으로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자질로 예술가가 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력 이전에 상상력이, 상상력 이전에 관찰력이 중요하다. 관찰력은 눈앞에 놓인 것을 단순히 엄청난 집중력으로 바라만 볼 뿐 아니라 그 이면까지도 바라보게 한다. 인간과는 말할 것도 없고, 개와 고양이, 화초와도 나눌 수 있는 감수성이 필요한 것이다.

 

『파랑새를 만난 한국인』의 저자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만을 흡수하는 수동성에서 벗어나 나를 중심에 두고 나의 프로젝트를 실현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한국인이 행운의 파랑새를 만나기 위한 방법을 저자는 서양의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적었다. 세계화 시대의 배움과 교육을 고민하는 독자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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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 젊음을 찾아주는 슬기로운 두뇌 생활
안드레 알레만 지음, 신동숙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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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성 지능’ 갖고 있는 노인들, 내 나이가 어때서

[서평] 『내 나이가 어때서』(안드레 알레만, 한국경제신문, 2019.03.04)

 

노인은 하나의 도서관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한 인생이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그 지혜를 적절히 사용할 수만 있다면 그 사회를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인지신경심리학과 교수인 저자 안드레 알레만은 각종 과학지식을 통해 늙어감에 대해 논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책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저자 안드레 알레만 교수는 “지혜는 삶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통찰력이자, 불확실한 상황에서 균형 있는 결정을 내리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서 “노인들은 경제적인 문제를 결정할 때 충동성이 덜하며 위험을 덜 무릅쓰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젊은이들에 비해 뇌의 좌우 반구를 더 골고루 사용하기 때문이다”이라고 적었다. 노인들을 무시하지 말자. 물론 경망스럽고 예의 없는 노인들은 예외다.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는 우리의 머리, 즉 뇌가 아니다. 우리의 존재는 환경과 상호작용한 결과다. 나는 나의 세포들의 조합이 아니다. 나는 나의 세포들이 겪어온 문화이자 역사이고 철학이다. 나의 뇌세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적당히 먹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늙어감의 지혜는 도서관과 같다

 

장수한 테오도라라는 사람이 있다. 102세를 맞았다. 그에게 장수의 비결이 무엇인지 묻자, 산책과 신문 읽기라고 했다. 긴장감을 늦추기 위해 꾸준히 산책을 했으며, 시대의 흐름을 읽기 위해 신문을 2개씩 꾸준히 읽었다. 그 결과가 바로 장수이다. 나이가 들었지만, 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감을 많이 느끼고, 감정 컨트롤과 스트레스 대비에 능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노년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늙어감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오히려 흡연, 비만 등 다른 부정적 요소에 비해 훨씬 더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기 예언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책에 따르면, 실제로 나이 드는 걸 좋게 받아들이면 부정적이었던 사람들보다 평균 7.5년 더 오래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일체유심조’다.


나이 먹는 거 정말 나쁜 건 아니다. 특히 기억력과 연관시켜도 그러하다. 제복을 입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나이 먹는 것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덜 느꼈다고 한다. 거꾸로 제복을 입으면 젊은이들은 일찍 노화를 경험한다.

 

노화 관련해서 가장 걱정하는 건 바로 기억력이다. 하지만 기억력은 나이와 상관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실제로 피아니스트 알도 치콜리니는 어려운 연주도 능히 해냈으며, 깜빡 잊어버렸을 때도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보아도 두뇌의 기억 용량이 넘쳐서 더 이상 수용 불가능했던 적은 없다고 한다. 노인들은 시간이 걸릴 뿐 천천히 생각하면 다 해낼 수 있다. 기억력은 오히려 20살부터 나빠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뇌과학, 심리학에 ‘결정성 지능’이라는 것이 있다. 축적된 지식과 정보를 통해 오히려 젊은이들보다 나은 점이 있는 것이다. 70세 이상 사람들에게 운전 관련 테스트를 해보아도, 평균보다 점수가 낮긴 하지만 운전을 잘 하는 고령자들도 많다고 한다. 면허증을 뺏기보단 잘 살려가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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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노란 기차
한돌 지음 / 열림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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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의 도움으로 탄생한 ‘한 돌’ 음악인의 반성문

[서평] 『꿈꾸는 노란 기차』(한돌, 열림원, 2019.03.15)

 

‘한 돌’이라는 이름이 ‘작은 돌멩이 하나’라는 뜻인 줄 몰랐다. 안치환의 노래 <돌멩이 하나>가 김남주 시인의 시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한 돌 씨의 이름도 역시 돌멩이 하나였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돌멩이가 된다는 건 작지만 파문 하나 일으킬 수 있는 힘이다.

 

책의 시작은 한 돌 저자가 중국을 방문한 얘기를 담고 있다. 한국의 정서란, 감성이란, 우리나라란 질문에 그는 ‘아리랑’이라고 강조한다. 거기서 더 나아가 아리랑꽃을 언급한다. 가수이자, 작사가, 시인인 한 돌 씨의 감성은 아리랑이 온 국민의 가슴에 다시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메달을 많이 따는 것보다 우리 고유의 든든한 정서를 지니는 것이 진정으로 힘 있는 나라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경제가 모든 가치의 척도로 간주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한 돌 씨의 일침은 파문을 일으킨다.

 

노래를 만들고 부른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는 이가 바로 한 돌 씨다. 북한(북한이라는 표현도 그에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을 통하지 않고 백두산을 다녀온 그는 반성문을 쓰듯 책을 썼다. 그는 마치 고려대 김우창 명예교수가 강조하듯 자신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라고 강조한다. 김우창 명예교수는 언제나 ‘낯선 이의 친절’을 강조하곤 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개똥벌레>, <조율>, <터> 등 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그이지만 노래가 자신의 소유가 아님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노래는 산신령의 도움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한 돌 씨는 말한다. 마치 자신의 노래였던 것처럼 살아온 것에 대해 그는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노래로 반성하고 노래로 얘기하다

 

5장의 제목은 ‘슬픔을 기다리며’이다. “일하지 않는 예리한 칼보다 일 열심히 한 무딘 칼이 더 멋진 칼이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게 얼마나 힘들고, 고독하고 처절한 일인지 이 문장 하나로 가늠해볼 수 있다.

 

9장의 제목은 ‘새잎’이다. “사랑했다고 사랑한 것이 아니듯 봉우리에 올랐다고 봉우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노래를 부른다고 다 노래가 아니다. 글을 쓴다고 다 글이 아니다. 한 마리의 제비가 왔다고 하여 봄이 아니듯, 한 돌 저자는 노래에 대한 격정을 여전히 품고 있다.

 

에필로그를 보면, 한 허름한 국수집 주인 얘기가 나온다. 좋은 국수를 만들기 위해 온 산을 뒤진 주인에게 한 돌 씨는 물었다. 좋은 재료를 찾았느냐고. 대답은 그냥 웃음뿐이다. 한 돌 씨는 “아무리 좋은 재료라 해도 음식과 한몸이 되지 못하면 참맛을 낼 수 없다는 거겠지.”라고 적었다.

 

통일을 꿈꾸는 그는 백두대간을 한뫼줄기로, 우리말로 풀이한다. 언제가 통일이 되고, 정말 살 맛나는 세상이 되면 그의 노래들이 더욱 우리 맘속으로 다가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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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콜 - 행운의 문을 여는 열쇠
이계준 지음 / 더미디어그룹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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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답장을 얻으려면 간절한 ‘콜드콜’이 실마리

[서평] 『콜드콜 (행문의 문을 여는 열쇠)』(이계준, 더미디어그룹, 2018.10.26)

 

‘혈혈단신(孑孑單身)’ 이 한 마디가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집약해준다. 저자 이계준 씨는 건축학도에서 시작해 미국 뉴욕의 부동산 컨설팅 회사 아시아 담당 대표까지 올랐다. 병역 특례를 할 때도, 현재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도 그는 ‘콜드콜’을 멈추지 않았다.

 

콜드콜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콜드콜이란 모르는 사람에게 상품 등의 구매를 권유하기 위해 약속을 잡지 않은 채 전화하거나 방문하는 행위로서 세일즈(sales)의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다.” 사실 영업을 하거나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직접 연락하고 이력서를 보내고 기획서를 보내는 일은 맨 땅에 헤딩을 하는 것과 같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주저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락을 취하다보면 언젠가 모두 만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처음 콜드콜을 할 때와 마지막으로 콜드콜을 할 때의 자신의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고 강조했다. 처음 연락을 했던 이들과는 나중에 다시 만나기도 했다. 초반에 좋은 인연으로 만났던 사람들이 악연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특히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경우에는 압박을 받기도 했다. 묵묵히 모든 과정을 이겨내니 지금의 이계준 씨가 탄생했다.

 

이계준 씨는 유학을 준비하고, 영어 번역 알바 등을 하면 꾸준히 어학 공부를 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간 것이다. 그 결과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MBA를 딸 수도 있었다. 대학원 시절에도 꾸준히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미팅을 잡았다.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작은 성공이 결국 큰 성공을 이뤄냈다.

 



작은 성공이 큰 성공으로 거듭나기까지

 

책에는 일본 건축학도 안도 다다오의 얘기가 나온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기 삶에서 ‘빛’을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눈앞에 있는 힘겨운 현실이라는 ‘그림자’를 제대로 직시하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용기 있게 전진할 일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용기를 가져라. 사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이 말들에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담겨 있는 셈이다.

 

당장 어둠에 있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정말 소중한 행복은 빛이 아니라 그 빛을 멀리 가늠하고 달려가는 몰입의 시간 속에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밝혔다. 몰입하며 충실히 살다보면 그 빛이 내가 다가온다.

 

저자는 일자리를 얻고 병역 특례를 알아보기 위해 130여 개 건설사 인사 담당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하고 방문하고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저자 이계준 씨의 첫 번째 콜드콜이었다. 쑥스러워서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전략을 갖고 움직였던 셈이다.

 

책 속에는 영화 ‘글렌 개리 글렌 고스’의 한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선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직원들을 벼랑으로 내몬다. 실직에 대한 두려움이 절실함을 가져온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손실 회피의 심리 때문에 더 부지런히, 간절히 움직인 것이다.

 

유학에 대한 동경과 성공에 대한 실마리를 잡기 위해 버둥거리는 수많은 사람들. 당장 자신의 이력서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보라. 그러다보면 언젠가 행운의 회답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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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화된 신
레자 아슬란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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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신의 간격 좁히기 … 신의 인간화

[리뷰] 『인간화된 신』(레자 아슬란 저, 강주헌 역, 세종서적, 2019. 02.25)

 

우리가 신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던, 신을 믿든 믿지 않던 간에 모든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신을 초인과 같이 생각한다. 그리고 종교는 이 초월적인 것과 교감하고 싶은 순간에 끼어들게 되는 무엇이기도 하다.『인간화된 신』의 저자 아슬란은 이란계 부모의 이슬람교에서부터 기독교로 개종했다. 한때 저자는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 이야기를 듣고, 신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담과 하와가 벌을 받은 이유가 신을 거역했기 때문이 아니라 신이 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예수 그리스도는 문자 그대로 ‘육신화 된 신’이다. 이 점에서 저자는 신을 전능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었고 가장 완벽한 인간을 상상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간과 신의 간격을 효과적으로 메우는 방법은 신을 인간화하는 것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를 따라 신을 찾아 나서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진다. 책의 목적은 종교적 충동이 우리의 공동체 의식을 어떻게 만들고 유지시키는지 그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종교가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이유로 생겼는지부터, 종교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에까지를. 또한 신적 존재가 어떻게 인격화하였고, 이름을 부여받고, 인간적 특성인 감정을 갖추었으며, 오늘날의 유일신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묘사했다. 저자에 따르면 ‘종교란 진화적 적응이 아니라 기존의 다른 진화적 적응에서 우발적으로 생겨난 부산물.’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종교의 기원은 무엇일까.

 

1부 <영혼의 여정>에서는 역사적으로 존재한 인간의 첫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즉 아담과 하와가 나온다. 아담은 사냥꾼으로 옆구리에 창을 끼고 매머드 가죽을 양쪽으로 갈라 어깨에 걸친 모습으로 묘사된다. 아담과 하와는 내세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죽은 이를 매장하거나 꽃밭에 눕히고 목걸이와 조개껍데기, 짐승 뼈로 꾸몄다.

 

저자에 따르면 아담과 하와는 망자가 실제로는 죽지 않고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것일 뿐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아담과 하와의 발자취를 따라 동굴로 들어가게 한다. 피레네산맥 기슭의 볼프강 동굴 곳곳에 암각화가 있다. 볼프강 복합 동굴 중 첫 번째 동굴에서 안쪽으로 450미터쯤 들어간 곳에 ‘망자들의 방’이라 불리는 작은 전실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전실 바닥 곳곳에 움푹 파인 화덕들이 있고 이곳에서 짐승 뼈들이 활활 타올랐다고 한다. 화덕에 짐승 뼈를 태운 행위는 그 짐승의 진수를 흡수하는 방법으로 추정된다.

 

1부는 아담과 하와를 따라 종교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기행문 같은 느낌을 준다. 계속해서 동굴을 조금 기어서 나가면 손바닥 전시실이라 불리는 작고 어둑한 방이 나온다. 사방 벽에는 수십 개가 넘는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다. 손바닥을 동굴 벽에 댄 후 속을 파낸 뼈로 황토를 주변에 살포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황토 자체에 신성한 기능이 있어 물질계와 영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믿은 누군가가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을 보고 vs 꿈을 꾸고 나서


황토 손바닥 자국은 상징적인 한 형태다. 저자에 따르면 원시적인 수화라고 한다. 또한 벽은 밝게 채색된 짐승의 형상들로 가득한데 이런 암각화는 사냥 주술로 사냥꾼이 먹잇감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주문이었다. 숭배 대상을 묘사한 듯한 형상도 있었다. 여러 동물의 특징이 결합돼 있어 샤먼일 것이라 추정되지만 실제로는 물질적 세계 너머를 뜻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창조물이 최초로 발견된 신의 형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은 야수의 제왕(Lord of Beasts)로 알려졌다. 종교 역사에서 먼저 탄생한 신 가운데 하나이다. 이 신의 형상은 기원전 3000년 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메소포타미아의 돌그릇에서도 발견된다. 히브리의 신 야훼조차 성경에서 때로는 야수의 제왕으로 소개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고대인들에게 ‘영적인 존재’를 믿게 자극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종교적 충동을 파악하려 구석기시대까지 거슬렀다. 250만~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고 동굴 벽화가 그려지게 됐다. 그리고 4만~1만 년 전의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복잡한 제례의 증가가 발견된 것으로 말미암아 종교적 표현이 꽃피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종교의 기원에 관한 과학적 토론은 19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는 찰스 다윈과 진화론의 시대였다.

 

19세기 중반에 활동한 영국 인류학자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Edward Burnett Tylor)는 종교적 충동의 근원에 대해 영혼을 육신과 분리된 것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믿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예로 아담이 꿈에서 죽은 가족을 만난 뒤 이들이 실제로는 죽지 않았고 다른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거라 결론지었다는 것과 같다. 하지만 독일계 종교학자 막스 뮐러는 인간이 자연과 조우하면서 처음으로 종교적 충동을 경험했을 거라고 주장했다. 예로 아담이 자연 세계를 보면서 자연을 창조한 누군가를 생각했다는 결론이다. 막스 뮐러의 주장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한 주장이기도 했다.

 

유일신이 되기까지 그리고 신은 무엇인가

 

2부 <인간화한 신>은 독자로 하여금 다빈치 코드와 같은 비밀을 찾는 듯한 여정을 선사한다. 세상이 왜 지금처럼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묘사했다. 추상적인 신성은 이집트 등지에서 인간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있었다. 이러한 이집트의 인간화된 신들은 완전한 형태를 갖추면서 이후 종교로 확고히 확립됐다.


인간의 형상과 속성, 특성을 띠지 않은 단 하나의 신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려면 숭배자 쪽에서 엄청난 인지적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종교 공동체의 영적 진화에서 혼란에 가까운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런 위기가 이스라엘이라 자칭하던 가나안 땅의 작은 셈 부족에게 닥치기도 했다. 결과 이로 말미암아 역사상 처음으로 일신교 실험이 성공된 점은 있었다.

 

책은 기독교로 나아가는 종교의 역사를 설명했다. 성경이야기, 모세, 노아 이야기. 그리고 종교와 신으로 인한 역사적 충돌까지. 그리고 이야기는 3부 <신이란 무엇인가>로 심오하게 나아갔다. 저자는 신의 존재를 믿어도 좋고 믿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했다. 신과 관계를 맺으려고 고심하지 말고 오히려 이미 존재하는 관계에 완전히 눈을 뜨는 것이 더 중요함을 저자는 끝에 가서 주장했다. 신의 기원과 믿음이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는지를 흥미롭게 서술한 책이었다. 사실에 바탕을 두어 전개를 해 나간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다만 조금 더 저자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신에 대한 탐구를 묘사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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