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화된 신
레자 아슬란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과 신의 간격 좁히기 … 신의 인간화

[리뷰] 『인간화된 신』(레자 아슬란 저, 강주헌 역, 세종서적, 2019. 02.25)

 

우리가 신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던, 신을 믿든 믿지 않던 간에 모든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신을 초인과 같이 생각한다. 그리고 종교는 이 초월적인 것과 교감하고 싶은 순간에 끼어들게 되는 무엇이기도 하다.『인간화된 신』의 저자 아슬란은 이란계 부모의 이슬람교에서부터 기독교로 개종했다. 한때 저자는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 이야기를 듣고, 신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담과 하와가 벌을 받은 이유가 신을 거역했기 때문이 아니라 신이 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예수 그리스도는 문자 그대로 ‘육신화 된 신’이다. 이 점에서 저자는 신을 전능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었고 가장 완벽한 인간을 상상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간과 신의 간격을 효과적으로 메우는 방법은 신을 인간화하는 것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를 따라 신을 찾아 나서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진다. 책의 목적은 종교적 충동이 우리의 공동체 의식을 어떻게 만들고 유지시키는지 그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종교가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이유로 생겼는지부터, 종교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에까지를. 또한 신적 존재가 어떻게 인격화하였고, 이름을 부여받고, 인간적 특성인 감정을 갖추었으며, 오늘날의 유일신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묘사했다. 저자에 따르면 ‘종교란 진화적 적응이 아니라 기존의 다른 진화적 적응에서 우발적으로 생겨난 부산물.’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종교의 기원은 무엇일까.

 

1부 <영혼의 여정>에서는 역사적으로 존재한 인간의 첫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즉 아담과 하와가 나온다. 아담은 사냥꾼으로 옆구리에 창을 끼고 매머드 가죽을 양쪽으로 갈라 어깨에 걸친 모습으로 묘사된다. 아담과 하와는 내세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죽은 이를 매장하거나 꽃밭에 눕히고 목걸이와 조개껍데기, 짐승 뼈로 꾸몄다.

 

저자에 따르면 아담과 하와는 망자가 실제로는 죽지 않고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것일 뿐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아담과 하와의 발자취를 따라 동굴로 들어가게 한다. 피레네산맥 기슭의 볼프강 동굴 곳곳에 암각화가 있다. 볼프강 복합 동굴 중 첫 번째 동굴에서 안쪽으로 450미터쯤 들어간 곳에 ‘망자들의 방’이라 불리는 작은 전실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전실 바닥 곳곳에 움푹 파인 화덕들이 있고 이곳에서 짐승 뼈들이 활활 타올랐다고 한다. 화덕에 짐승 뼈를 태운 행위는 그 짐승의 진수를 흡수하는 방법으로 추정된다.

 

1부는 아담과 하와를 따라 종교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기행문 같은 느낌을 준다. 계속해서 동굴을 조금 기어서 나가면 손바닥 전시실이라 불리는 작고 어둑한 방이 나온다. 사방 벽에는 수십 개가 넘는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다. 손바닥을 동굴 벽에 댄 후 속을 파낸 뼈로 황토를 주변에 살포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황토 자체에 신성한 기능이 있어 물질계와 영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믿은 누군가가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을 보고 vs 꿈을 꾸고 나서


황토 손바닥 자국은 상징적인 한 형태다. 저자에 따르면 원시적인 수화라고 한다. 또한 벽은 밝게 채색된 짐승의 형상들로 가득한데 이런 암각화는 사냥 주술로 사냥꾼이 먹잇감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주문이었다. 숭배 대상을 묘사한 듯한 형상도 있었다. 여러 동물의 특징이 결합돼 있어 샤먼일 것이라 추정되지만 실제로는 물질적 세계 너머를 뜻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창조물이 최초로 발견된 신의 형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은 야수의 제왕(Lord of Beasts)로 알려졌다. 종교 역사에서 먼저 탄생한 신 가운데 하나이다. 이 신의 형상은 기원전 3000년 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메소포타미아의 돌그릇에서도 발견된다. 히브리의 신 야훼조차 성경에서 때로는 야수의 제왕으로 소개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고대인들에게 ‘영적인 존재’를 믿게 자극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종교적 충동을 파악하려 구석기시대까지 거슬렀다. 250만~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고 동굴 벽화가 그려지게 됐다. 그리고 4만~1만 년 전의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복잡한 제례의 증가가 발견된 것으로 말미암아 종교적 표현이 꽃피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종교의 기원에 관한 과학적 토론은 19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는 찰스 다윈과 진화론의 시대였다.

 

19세기 중반에 활동한 영국 인류학자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Edward Burnett Tylor)는 종교적 충동의 근원에 대해 영혼을 육신과 분리된 것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믿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예로 아담이 꿈에서 죽은 가족을 만난 뒤 이들이 실제로는 죽지 않았고 다른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거라 결론지었다는 것과 같다. 하지만 독일계 종교학자 막스 뮐러는 인간이 자연과 조우하면서 처음으로 종교적 충동을 경험했을 거라고 주장했다. 예로 아담이 자연 세계를 보면서 자연을 창조한 누군가를 생각했다는 결론이다. 막스 뮐러의 주장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한 주장이기도 했다.

 

유일신이 되기까지 그리고 신은 무엇인가

 

2부 <인간화한 신>은 독자로 하여금 다빈치 코드와 같은 비밀을 찾는 듯한 여정을 선사한다. 세상이 왜 지금처럼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묘사했다. 추상적인 신성은 이집트 등지에서 인간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있었다. 이러한 이집트의 인간화된 신들은 완전한 형태를 갖추면서 이후 종교로 확고히 확립됐다.


인간의 형상과 속성, 특성을 띠지 않은 단 하나의 신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려면 숭배자 쪽에서 엄청난 인지적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종교 공동체의 영적 진화에서 혼란에 가까운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런 위기가 이스라엘이라 자칭하던 가나안 땅의 작은 셈 부족에게 닥치기도 했다. 결과 이로 말미암아 역사상 처음으로 일신교 실험이 성공된 점은 있었다.

 

책은 기독교로 나아가는 종교의 역사를 설명했다. 성경이야기, 모세, 노아 이야기. 그리고 종교와 신으로 인한 역사적 충돌까지. 그리고 이야기는 3부 <신이란 무엇인가>로 심오하게 나아갔다. 저자는 신의 존재를 믿어도 좋고 믿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했다. 신과 관계를 맺으려고 고심하지 말고 오히려 이미 존재하는 관계에 완전히 눈을 뜨는 것이 더 중요함을 저자는 끝에 가서 주장했다. 신의 기원과 믿음이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는지를 흥미롭게 서술한 책이었다. 사실에 바탕을 두어 전개를 해 나간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다만 조금 더 저자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신에 대한 탐구를 묘사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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