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머리 앤 특서 청소년문학 10
고정욱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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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평등에 속수무책인 여성들…‘빡빡머리 앤’

[서평] 『빡빡머리 앤』(고정욱(작가), 김선영(소설가), 박상률(작가) 외 3명, 특별한서재, 2020.01.02.)


성불평등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안고 있는 어두운 그늘이었다. 『빡빡머리 앤』은 우리 일상 속에 만연한 성불평등에 대한 자잘한 비늘 같은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는 측면에서 기획됐다.  

 

6편의 단편이 실렸으며 하나하나가 사회 기사에서 충분히 들어봤을 내용들이다. 책은 이를 집중적으로 조망하여 디테일하게 그렸다. <빡빡머리앤>은 조앤이라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 물론 1인칭이 아닌 3인칭 시점에서 관찰되는 인물이지만 주요 인물로 나온다. 치마를 입은 채로 드리블을 하는데, 놀라운 건 어렵다는 드리블에 가운데 발바닥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어느 날 조앤은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채 나타났다. 왜냐하면 예쁜 여자애가 될 수도 없고, 축구도 맘대로 할 수 없고, 공부도 잘 못하는 자신에 화가나 그랬다고 한다. 


<언니가 죽었다>는 로마행 비행기표를 끊어 놓고 죽은 언니 이야기가 나온다. 이 역시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인물이다. 언니는 오십이 되기 전 자궁암에 걸려 죽었다. 언니는 고1이던 때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예뻤다. 그래서인지 남자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는데, 어머니는 그런 언니 뒤를 따라오는 남자들을 쫓는 역할을 도맡아야 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이름 모를 남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사고 후유증으로 언니는 약혼과 파혼, 몇 번의 자살시도를 인생 내내 진행했다. 그런데 문제는 언니가 범행을 당한 날 엄마가 언니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한 부분이었다. 언니 역시 이를 숨겼지만 소문은 아주 빠르게 퍼졌고 괴이하게 자라나기까지 했다.


“그 소문은 꼿꼿했던 어머니의 자존심에 무수한 스크래치를 냈고 그곳에서 도저히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어머니는 이삿짐을 꾸렸고 우리는 그 구질구질했던 산동네를 떠났다.”-62p




불편한 책이지만 웃고 있는 표지 여성


소설 속 이야기들은 가슴 시원히 해결된 채 끝나지 않곤 했다. 중요한 독자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얼마만큼 마음의 동요가 이는 가였을 것이다. 남녀 간의 문제가 생겼을 때 질타의 손가락은 거의가 여성에게 향하곤 하는데, 과연 그 손가락을 너무도 당연시 여기며 살아오진 않았나 생각을 하게 한다.  


<분장>에는 딸을 공부시키는데 혈안이 된 어머니가 나온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공부예찬론자가 된 이유는 그저 자신의 못 다 이룬 꿈 때문이 아니었다. 공부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신념을 가진 것은 딸이 의사로부터 나쁜 짓을 당한 뒤였다. 그래서 세상을 흔들 수 있는 위치에 올라야만 딸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의 말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어머니는 억울함을 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치마를 길게 입는다고 해서, 다리를 감춘다고 해서 그날 받았던 그 느낌이 사라지는 거는 아니었어. 그리고 어느 순간 치마가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 내 잘못도 아니야.”-126p 


<마카롱 굽는 시간> 주인공 여자는 고민이 있다. 항상 누군가의 언저리를 배회하며 살고, 인생의 주인은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삶을 결정을 하지 못하는 엄마가 걱정이었다. 문제는 더 있었다. 할머니 집에 간 주인공 여자와 그의 여동생은 자신들 이름의 충격적인 유래를 알고 말았다. 자신의 이름 ‘준성’이가 아들 낳기 위한 이름이었으며, 여동생 ‘준영’이는 딸인 걸 알고 뱃속에서 지워질 뻔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우라고 했던 할머니의 말이 너무 무서웠다. 

 

이외 다른 소설들 역시 불편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올바르지 않은 사회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피해 여성들의 삶에 공감이 가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쓴 작가들 역시 작품을 쓰며 부끄러웠다고 한다. 책은 잔잔하게 음미할 거리는 되지 않고, 청소년 소설과 같이 전개가 빠르고, 문장들은 요란한 소음과 같은 느낌이 든다. 사회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이기만 하는 작품은 때로는 읽기에 너무 힘이 든다. 그러나 우리 머리에 전통적으로 뿌리 박혀있는 성차별이나 인식이 여전히 낡은 채로 남아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점검해보는 시간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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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호 씨가 마주친 세상
이우호 지음 / 시간여행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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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MBC 이우호 기자가 맞선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들’

[서평] 『어쩌다, 우호씨가 마주친 세상』(이우호, 시간여행, 2019.12.20.)


이우호 전 MBC 기자는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 맞서왔다고 한다. 언어적 유희이긴 하지만 매우 상쾌한 문장들이다. 그는 60살이 넘으면서 삶을 되돌아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퇴직을 하고 노래를 만들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미 감각은 시들고 있다. 이우호 저자는 ‘포 논 블론디즈’의 <와츠 업>을 듣는다.


“살면서 어두운 바람이 불고 물결이 거셀 때가 있었다. 나를 잃고 찾는 날이 반복되기도 했다. 그래도 깊고 푸른 물속을 이리저리 유영할 때가 그립다.”(98∼99쪽)


어린 시절 이우호 저자는 참 많이도 달렸다. 이혼한 부모, 새어머니와 새누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반항기와 슬픔. 이 모든 게 사실은 “어둡게 채색된 시대에,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가던 보통의 소년들 가운데 하나였을 뿐”(19쪽)으로 회상된다. ‘포레스트 검프’나 ‘싱 스트리트’처럼 이우호 저자 역시 질풍노도의 청춘기를 지나왔다. 대학생이 된 이우호 씨는 세상에 제대로 항거하거나, 연애를 많이 하거나 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날을 보낸다. 그때 들었던 노래는 로이 클락의 <Yesterday, When I was Young>이다.


전두환이 사단장으로 있던 군대에서 공병과 조교 등으로 지냈던 이우호 저자. 거기서 그는 얼음공장 인부와 인파이터 고 병장을 만나 삶의 질곡을 경험한다. 또한 이우호 저자는 고등학교 선배가 자신의 직장인 MBC 후배 기자로 들어와 친하게 지내고, ‘훈이 형’이라고 부르던 때를 기억한다.



작곡이 안 돼 대신 책으로 청춘을 보듬다


이우호 저자는 체 게바라와 신해철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책에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함께 하면 좋을 노래들이 가수, 제목, 링크가 담겨 있다. 체 게바라의 육성 녹음을 들으면 비장하다 못해 감수성 넘치는 문학가를 만난다. 이우호 저자는 나중에 신해철 5주기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했는데, 그러다가 더 많이 알게 되고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소한 평화가 정말 소중하다는 걸 깨우쳐준 이가 바로 신해철이다.


나도 학생들과 종종 <Still fighting it>이라는 노래르 들었던 적이 있다. 이우호 저자는 자신과 닮을 딸들을 보며 마음이 허하다고 적었다. 활동적이지 못하고, 세상에 비판적인 이우호 저자. 그는 죽음도 여러 번 넘겼다. 군대 사격장에서 철모가 날아갔던 일, 중국 기차 안에서 기차표를 두고 와 점검원한테 실족사 할 뻔 했던 일, 뉴욕 특파원으로 가기 전 어떤 괴한들에게 납치당할 뻔 했던 일 등.


촛불 정국으로 MBC에 새로운 바람이 불 때, 이우호 저자는 사장 공모에 응해보기도 했다. 파란만장한 60대 전 기자의 삶은 우리나라 언론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매일 아침 커피를 사들가 지하철역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행복하다는 이우호 저자. 인생의 마지막은 어쩌다가 아니라 생각한 대로 흘러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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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에티오피아
김대원 지음 / 꽃씨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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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마이막덴에서 보낸 농촌 개발교육이 핵심!

[서평13월의 에티오피아』(김대원꽃씨, 2019.12.10.)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김대원 씨는 아프리카 단기선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한다아프리카는 무엇이든 부족한 곳이다거기서 김대원 씨는 참치 통조림을 누가 몰래 먹은 것을 알아차리고는 살인충동을 느꼈다그만큼 먹을 것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봉사를 해야 했다대학교 수업에서 교수님에게 들은, ‘누구나와 다른 사회복지사가 되라는 말씀을 가슴에 담고 살아왔다.


탄자니아에서 한국인을 우연히 만나 그의 언행과 얘기에 감동을 받은 김대원 저자코이카를 통해 영양 분야 농촌개발 봉사를 하는 50대 중반의 영양사를 만나고 나서도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그래서 그녀는 코이카 봉사단에 지원하고 합격했다여러 대원들과 교육을 받으면서 시니어와 주니어의 소통을 역할을 톡톡히 했다. 40대인 김대원 저자는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에게 행동하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김대원 저자는 에티오피아를 봉사 활동 지역으로 지망했다에티오피아는 6.25 전쟁 때 파견을 해준 고마운 나라이기도 하다한 번 봉사를 떠나기 위해선 4주간의 교육현지에서의 언어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이 동반된다그 가운데 우리나라를 배우기도 하고현지를 알아가기도 한다현지 학원에서 배운 에티오피아 언어의 문자는 피델이라고 불린다꼬불꼬불 써야 하는 문자는 김대원 저자에게 정말 어려웠지만반복에 반복을 거듭한 결과 조금씩 입과 귀가 열렸다그러면서 공부에도 다 때가 있다는 걸 실감했다.




에티오피아 언어의 문자 피델을 배우다


책 제목이 왜 『13월의 에티오피아』인가 보았더니에티오피아는 달력을 다르게 쓴다고 한다이럴수가다른 달력이 있어서 에티오피아는 13개월이 있다우리가 흔히 쓰는 달력에 비해 7년 8개월이 늦다고 하니정말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김대원 씨가 도착한 곳은 마이막덴이라는 시골이다약 300가구에 24백 명이 살고 있다학교도 많이 있지만마을이 개발되기 위해선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특히 비가 오지 않아 물이 매우 부족하다.


김대원 저자는 그곳에서 팀장 역할을 맡았다이전 선배 기수가 해놓은 것을 잘 마무리하고, 1년 2개월 안에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야 했다가장 중요한 건 마을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었다마을 자체적으로 농촌이 개발되고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협치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한 것이다김대원 저자는 면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노력했다그리고 끝내 사업을 성공시킨다또한 주변에 성공한 마을 사례를 보면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13월의 에티오피아』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건 수많은 사업계획과 프레젠테이션이었다교육의 차원에서 무수히 많은 지점들이 교차되고 있었다봉사를 하려고 해도치밀한 계획과 교육이 병행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뜻이다에티오피아에는 메켈레대학교가 있다이곳 협동조합학과와 협력하며 에티오피아 농촌 개발 사업을 진척을 보였다.


먼 타지까지 가서 봉사 활동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특히 낯선 곳의 환경이 열악하다면 더욱 그러하다김대원 저자는 그래서 많이 아팠다그래서 그녀는 사랑 더하기 사랑을 강조한다후반부에 작별하는 모습은 읽는 사람을 짠하게 만든다강아지 부치의 모습 역시 그곳에서의 농촌 개발 활동이 정말 치열했고사랑스러웠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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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미안하지 않아 - 너에게 상처받지 않고 나에게 당당하게!
제인 매슈스 지음, 이종길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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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3억 명의 솔로들을 위한 고독 즐기는 법

[서평『혼자라서 미안하지 않아 (너에게 상처받지 않고 나에게 당당하게!)(제인 매슈스소소의책, 2019.12.17.)


어제도 추운 서울 거리를 거닐다 혼자 집에 오려니 참 공허했다고독은 이제 일상이 되어간다그런데 이 책의 첫 장은 고독이 벌이 아닌 상이라고 강조한다앨릭스 케이츠 슐먼을 인용한 이 문장은 내 가슴에 와 닿는다진정으로 혼자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저자는 이혼을 하면서 홀로 남겨졌다서문에서 다음 문장이 참 좋다. “세상은 참여하는 자들의 것이다.”(10)


혼자가 되면서 가장 행복한 것은 무엇일까『혼자라서 미안하지 않아』에 따르면대각선으로 잘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점이 특이했다솔로라서 견디기 힘든 점은 식당에 갈 때이다온갖 커플들이 득실대는 곳에 혼자 떡하니 앉아 있으려면 정말 죽을 맛이다요즘엔 그래도 혼밥 집이 많이 생겨서 다행이긴 하지만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특히 저자인 제인 매슈스처럼 혼자 하루 종일 추리닝 바람으로 돌아다니면 안 된다그래서 혼자 있을 때 자기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나도 내가 혼자 살게 될 줄은 몰랐지만 지금은 이 생활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22)

우리는 우리 자신의 롤모델이 되어 태도와 몸가짐으로 만사형통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24)

나홀로 사는 것과 나와 함께 사는 것은 크게 다르다.”(26)


전 세계적으로 솔로의 숫자는 3억 명에 육박한다과연 어떤 솔로의 삶을 살 것인가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존재는 변화변화는 성숙성숙은 끊임없는 자기 창조라고 강조했다저자 제인 매슈스는 시련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인간으로 한치의 외로움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외로움을 받아들이고굴복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3억 명 전 세계 솔로들이 성숙해야 하는 이유


제인 매슈스 저자가 외로움에 대처하는 조언은 다음과 같다▶ 외로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 외로움과 혼자임은 다르다 ▶ 당신은 소중한 존재다 ▶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에 짓눌리지 말자 ▶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 소셜 미디어를 조심하라 ▶ 인터넷상에 떠도는 조언은 무시하라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적었다. “최악의 외로움은 나 자신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우울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행동에 기초한 생명력이라는 것이다.”(40)

고독은 우리가 영적인 자아와 접속하고내면세계와의 연결고리를 탐구하고 유지하기 쉽게 한다.”(239)


요새 정말 필요한 것은 명상(meditation)’이라고 본다명상을 하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자신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하루에 잠시만이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책에선 부정적인 사운드트랙을 멈추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산책과 명상불만토로목표를 세우고 노력해보기기분 전환 등사람은 자기가 정말 어려워하는 일을 도전해보아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신체의 건강을 챙기는 것 역시 나 혼자 살면서 빼놓으면 안 되는 일이다그래서 건강 만트라(진언)’를 만들어 실천하자고 한다의욕적으로 시작하고습관적으로 지속하다보면 우리 몸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건강관리를 하다보면 더욱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저자 제인 매슈스는 1인족들을 위한 레시피 활용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혼자라서 미안하지 않아』의 후반부는 죽음에 대한 내용이다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인간은 죽음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죽음 앞에서 인간의 자아가 태어난다고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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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4 : Tel Aviv 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1
로우 프레스 편집부 지음 / 로우프레스(부엌매거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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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언덕 ‘텔아비브’…세상을 바꾸는 꿈을 꾸다

[서평] 『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4 (Tel Aviv)』(편집부 저, 로우프레스, 2019. 10.01)


나우매거진은 매 호 전 세계 하나의 도시를 선정해 장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양한 인물의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보고,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태도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 네 번째 도시로 이스라엘의 텔아비브가 꼽혔다. 『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4 (Tel Aviv)』에 따르면, 텔아비브는 세계 최대의 혁신의 도시 중 하나다. 구글, 인텔, 아마존 등 유수의 하이테크 기업의 기술개발 R&D 센터가 집중되어 있으며, 시민의 대다수가 채식을 즐기는 채식문화가 활성 되어있다.


1909년 4월 11일 황량한 모래언덕으로 66가구의 유대인 가정이 모였다. 원래는 1886년에 아랍인의 항구도시 야파 주변에 정착했지만, 유대인의 토지 취득을 금지한 오스만제국의 억압에 대항해 조개껍데기로 토지를 나누려 황량한 모래언덕에 모인 것이었다. 오늘날 텔아비브는 ‘언덕’을 뜻하는 ‘텔’과 ‘봄’을 뜻하는 ‘아비브’의 합성어다. 유대인이 갈망한 ‘봄의 언덕’이며, 이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역사의 시작이다.


텔아비브 사람들은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라’는 모토를 따른다.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 박해받은 유대인들이 부서진 배를 타고 어렵게 항해하다 처음 발을 디딘 곳임과 더불어, 이들은 바우하우스 건축을 시작으로 다양한 예술과 문화를 도입했으며, 도시를 구축하는 방식에 정통한 공학자들을 데려왔다. 그리고 약 2,000년간 사용하지 않아 죽어 있던 고대 언어 히브리어를 되살렸다.





시행착오와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우는 민족


책은 잡지의 특성에 맞게 용지 가득한 사진들과 자잘한 글씨, 때로는 거대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자극을 주는 글씨가 있다. 독특하게도 사진 인화와 같은 금빛 용지도 중간에 끼어 있었다. 잡지에 소개된 텔아비브의 여러 시설 중 눈이 간 곳은 여러 곳이다. 그 중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소인 바이츠만 연구소도 있었다. 1934년 텔아비브 그 아래 도시 레호보트에 세워졌진 연구소다. 연구원들은 항상 ‘세계를 바꾸는 건 무얼까.’ 생각을 하며 잠재된 가능성, 장기적 안목에 맞는 기초과학을 연구 중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믿는다.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는 단계에 많은 가치를 둔다. 심지어 ‘No. No. No. No. No....and Yes'라는 광고 회사도 있을 정도다. 계속 거절당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돌파구를 찾게 된다는 의미가 담겼다. 한국의 스타트업처럼 이스라엘도 상황은 비슷하다. 3년 동안 평균 10개 스타트업 중 1곳만 살아남는 전쟁 통이다. 매년 약 3,000 곳의 신생 기업이 탄생하지만, 대부분 초반의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텔아비브의 시설 중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시설이라면 ‘바우하우스’를 꼽을 수 있다. 바우하우스는 ‘집의 건설’을 뜻하는 ‘하우스바우’를 도치해 만든 이름이다. 책과 영화, 다큐로도 소개된 건축물이다. 독일을 거쳐 1930년대에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정착했다. 이후 현대성을 유지하며 지역 문화와 기후에 알맞게 변형된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텔아비브에서는 바우하우스가 일상이다. 도시 전체에 4,000여 개의 바우하우스 건물이 있으니, 누군가의 사는 공간이나 일하는 공간이 그중 하나여도 크게 특별하지 않을 정도다. 200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스라엘 그중에서도 텔아비브는 신선한 농작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풍부한 햇빛, 서쪽 면의 바다, 그리고 사막을 제외하고 비옥한 토양이 그 증거다. 철에 따라 수확하는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과일은 텔아비브 시민의 몸과 마음에 좋은 영양분을 제공한다. 때문에 굳이 육식을 하지 않아도 영양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정도다. 사실 채식 문화가 이들의 삶 속을 파고든 것은 불과 5~6년 전의 일이다. 사람들이 과거 자연 그대로의 건강한 재배 방식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깨닫기 시작한 시기가 그때였기 때문이다.


예술은 투쟁에서 비롯됐다


텔아비브는 16개의 해안이 서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이스라엘의 대표적 해안도시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문화.경제 활동의 중심 도시다. 특히나 개성 있는 목소리를 내는 예술가가 많다. 예술은 도시, 역사, 대중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민자들의 도시이기도 한 텔아비브는 ‘디아스포라의 현대 도시’로 불린다. 그런 점에서 텔아비브는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일이 벌어지며, 또 모든 일이 가능한 도시다. 매우 활기차고 생명력이 넘친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늘 분주하고 하루를 바삐 보내면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놀라운 건 그러면서도 행복하게 삶을 즐긴다.


책에 나온 여러 작가 가운데 ‘오렌 피셔’라는 분이 인상 깊었다. 이 분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돌연 춤을 보여주기도 했을 정도로 천진난만했다. 피셔의 작품들은 매우 괴상해 보인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고민하기보다, 영혼을 담아 종이에 하고 싶은 말을 뱉다 보니 조금은 원초적이게 됐다. 또한 피셔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나는 예술을 특정 매체로 분류하고 싶지 않다. 하나의 형식으로 정의 내리는 순간 좁은 한계에 갇혀버릴 것만 같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떤 형식이든 모두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클럽을 포함한 밤 문화가 발달한 도시이자, 음악이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도시. 그리고 자신들의 출신이나 뿌리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의 도시. 자신의 뿌리에 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다양한 수단과 방식으로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도시. 많은 동성 커플이 거리에서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며 자연스럽게 애정을 표현하지만 그 누구도 개의치 않는 도시. 잡지로만 보았지만 오랜 여행을 다녀온 듯 텔아비브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이 많음을 깨달았으며, 훗날 꼭 텔아비브에 진짜로 다녀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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