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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링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계속해서 ‘성장’을 한다. 태어나 목을 가누기 시작하고 뒤집기를 하고 걸음마를 배우며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다. 이렇게 신체적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어린이집,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며 어른이 되어 살아갈 사회생활을 조금씩 터득해가며 심리적으로도 성장한다. 딱 그 시기를 지나면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생각하던 이상적이고 완벽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 한 번쯤 상상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어른이 되어도 아직 어리기만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날 했던 사소한 실수는 괜스레 계속 떠올리게 되고, 어른이 되면 완벽할 것 같았던 대인관계는 여전히 어럽고 멀게만 느껴진다.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면서 해야만 하는 것도 능숙하게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것들은 상상했던 것과 달리 현실과의 괴리감에 어른이 된 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어른이 되기 전 가장 위태롭게 부서지고 흔들리는 10대 청소년 시기의 불안과 결핍에 대해 이야기하며 10대 아이들이 조금씩 부서지고 흔들리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 지금의 10대, 10대 시절을 지나온 이들에게도 모두 ‘불안’과 ‘결핍’은 있었다.
🍃 어떤 성장을 하고 싶은가? 성장에 정해진 해답은 없고 다양하게 펼쳐질 뿐이다.
📝 수채의 일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서부터 조금씩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14년 동안 살아온 동네를 벗어나 이사를 가게 되어 전학생이 된 수채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다 ‘미주’와 절친이 되면서 조금은 적응한 나날들을 보낸다. 그렇지만 문제아 ‘안민수’에게 학교 폭력을 당하면서 점점 수채는 힘들어지고 미주까지 사이가 틀어지며 자신의 마음을 유일하게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것은 덤덤이 뿐인데….
이 책은 10대 가지고 있는 고민, 불안, 결핍된 부분들을 잘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수채를 통해서 교우관계,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고, 전학을 가게 된 불안감, 홀로 남겨지거나 보복을 당할까 봐 주저하며 말하지 못한 의견, 그 뒤에 남는 괴로움, 학교 폭력 등 10대 아이들이 흔히 겪고 있는 작은 고민부터 큰 문제까지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자신을 이해해 주고 위로해 주기보다는 어른들 저마다의 사정, 가치관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 외면하는 현실의 모습까지 잘 녹아내고 있다.
지금 현재 10대인 아이들에게는 불안과 결핍은 자연스럽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때론 상처를 받고 흔들리고 부서지는 것 역시 성장하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사실을, 10대를 지나 성인이 된 이들에게는 지난 시절 겪었던 불안과 결핍에 대한 위로 앞으로의 10대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서평에 나의 주관적인 감상을 더해보자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모든 부분이 나에게는 답답했다. 아주 묵직한 돌을 올려놓은 것 같았다. 수채가 놓인 일련의 상황들이, 미주를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들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외면하는 어른들의 시선이 그저 숨이 막힐 것 같이 답답했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기까지 아주 시간이 오래 걸렸다. 10대였을 때의 나는 수채처럼 하고픈 말을 다하지 못했고, 학교 폭력도 당했으며, 수채의 학교 선생님처럼 그저 조용히 넘어가 일을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모습을 선생님들은 보여주었었다. 민수의 부모처럼 모든 잘못을 내게 돌리는 그 경험을 수채처럼 나도 겪었다. 그 시기를 지나 남은 10대에는 어른들의 말은 그저 정해져 있는 답변처럼 똑같았고 이 끝에 내가 어떤 해답을 얻을지 알 수 없는 불안감도 있었다.
어느 10대든 그 불안과 결핍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둘러싼 환경에 의해서 타의적으로 굴러가기도 한다.
과연, 성장이란 무엇일까? 완벽한 성장이란 존재할까? 나는 지금 10대를 살아가는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돌이켜 생각해 봐도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그저 그 시간이 힘들고 지쳐 부서질 것 같아도 소중한 ’목숨’만큼은 지키기를 그 힘든 시간에 가려져 있지만 분명 행복했던 일들이 있었다는 그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빛나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것만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 지금 당신의 불안과 결핍은 무엇인가요? 오늘의 당신은 이겨내어 마침내 피어났나요?
🍃 수채와 함께 성장할 앞으로를 그려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