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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 절망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운 열다섯 여인들의 이야기
김대욱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역사 속 여성의 삶을 읽는다는 것은 왠지 좀 더 극적이고 아쉽고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 당시 시대가 가지고 있는 사상과 차별이 주는 시련을 극복하고자 도전하는 삶이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웃음이던 처절한 비극이던 특유의 극적인 힘을 가지고 읽는 이를 끌어당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근래에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적는 시도만이 아니라 역사 속에 묻혀있던 새로운 주인공을 찾아내는 시도도 다양하게 이루어져 읽는 즐거움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절망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운 열다섯 여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녀는 예뻤다”는 서적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여성들을 다루기에 등장인물의 새로움은 없지만 누구나 아는 여성을 이 작가는 어떻게 소개해 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시작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의 시작은 저자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이야기 하는 것으로 부터입니다. 세상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와 같이 아름다운 여자=예쁜 외모를 가진 여자라는 등식을 가지고 살아왔던 저자에게 어느 날 한 운동선수가 예쁜 외모가 아닌 사람 자체가 아름답게 다가오고 아름다운 여자란 무엇인지 정의한 뒤 근 10년 만에 진짜 아름다움과 아름다운 여자란 대체 어떤 여자인지 처음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토로합니다. 그런 고민 끝에 식상한 이야기지만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라는 생각과 새로운 정의 아래 아름다운 여인들이 살아온 그녀들의 삶에 대해 적고자 합니다. 이 아름다운 여인들을 읽는 이에게 소개하면서 저자는 두 가지 이야기를 먼저 덧붙입니다. 하나는 이 여인들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그녀들 역시 우리와 닮은 사람이고 여자라는 것과 두 번째는 이 책이 저자의 부끄러운 연애편지라는 점입니다. “한참을 뒤적인 그녀들의 삶은 아름다움에 닿기 위한 투쟁을 연상케 했다. 그것은 흡사 꽃의 싸움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싸움의 흔적을 맴돌던 나는 꽃향기에 취했고, 그 향기에 이끌려 결국 사랑에 빠졌다. 말하자면 이 책은 수년 전 시작한 고민의 결과물이자, 그녀들을 사랑한 남자의 몰래 쓴 연애편지이다. 연애편지란 내밀한 고백과 부끄러운 문장들의 집합니다. 기왕 공개된 것이니 모쪼록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무언가 유익함을 얻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삶이 무엇이고, 아름다운 여자란 어떤 여자인지, 세상이 못 박은 답이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길 바란다. 또 그녀들처럼 자기만의 빛나는 이야기를 앞으로 쭉 써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 책의 시작 부분에 적혀있는 저자의 이 글은 책의 시작점과 책을 통해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또 책이 저자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되어졌기에 이 부분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책은 연애편지답게 전체적으로 알록달록 합니다. 사이사이 그림이 있거나 사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란 표지와 한 여인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등장하는 진한 분홍색(핫 핑크색)의 내지, 한쪽에 그려진 등장 여성의 그림과 책 사이사이 표기된 분홍색 글귀들이 이 책이 연애편지답게 느껴지는 귀여운 부분입니다.
책의 구성은 위 글에 적은 저자의 소개 글을 시작으로 도전-마릴린 먼로, 다이앤 아버스, 에스티로더/의지-프리다 칼로, 리제 마이트너, 나혜석/ 열정-이사도라 덩컨, 오리아나 팔라치, 마리아 칼라스/ 헌신-조피숄, 레이철 카슨, 전산초/ 사랑-김만덕, 오드리 헵번, 이방자 를 등장시키고 마지막으로 연애를 끝내는 저자의 마침글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대부분 등장하는 여성들의 삶과 이야기가 익숙한 만큼 바로 책 소개를 마치고 개인적으로 느낀 전체적인 평을 적고자 합니다. 책의 장점은 연애편지처럼 적당히 달달하고 쉽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듯 한 무게의 책이라는 것입니다. 어렵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의 삶에서 그녀들이 했던 노력부분을 중심으로 짧게 짧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아쉬움이라면 너무 익숙한 책이라는 점입니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라는 저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처럼 좋은 이야기지만 너무 익숙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 소개 글에 적혀있듯 “명단만 슬쩍 보면 시큰둥할지도 모른다. 나와는 다른 잘난 여자들의 자랑만 잔뜩 늘어놓은 건 아닐까, 하는 의심 때문이다. 자신하는데 그렇지 않다. 여기 실린 이들 모두 특별한 존재 이전에 보통의 여자였다.”라는 글처럼 그녀들이 보통의 여자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기 위해 한 삶에 대한 노력에 중점을 맞추어 책을 이끌고자 했다는 점은 알겠으나 각각의 여성의 삶을 자세히 다루지 않고 한 부분을 부각시키고자 했을 때 그 부분에 대한 새로운 시도나 충실함이 부족한듯하여 오히려 내용의 익숙함이 읽는 이를 시큰둥하게 만드는 아쉬움을 져버릴 수가 없습니다. 또한 저자의 연애편지라서인지 오리아나 팔라치의 경우 약간 인물의 긍정적인 면 외에 다른 부분도 작게 다루고 있지만 대부분 인물을 적어나감에 있어 양면보다는 한쪽 부분을 많이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