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쓰기 - 전방위 문화기획자를 위한
장상용 지음 / 해냄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글을 쓴다는 것은 꽤 까다로운 일입니다. 뙤약볕 아래 몸을 움직여야 하는 고된 노동도 아니고 어깨가 내려앉을 듯 무거운 물건을 짊어진 고통도 아니지만 글을 잘 적어나가려 할 수 록 여름의 한 낮 더위 속에 서 있듯 생각들이 어지러워지고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 머릿속이 무겁습니다. 적는 것이 막막해질 때쯤 다른 이가 적은 글을 보면 어찌나 매끄럽고 세련되게 적어내려 간 것인지, 과연 적는 것은 ‘재능’의 차이인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은 이런 고민을 한번쯤 했을 ‘초보 이야기꾼’들의 눈을 충분히 사로잡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언젠가는 제 글을 적고 싶어 하는 초보 이야기꾼이기에 이 제목을 보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책은 10년이 넘게 문화 콘텐츠 분야의 전문 기자로 활동하며 각 분야 프로들을 인터뷰한 경험과 자신의 저서를 5권정도 가진 스토리 컨설턴트이자 전방위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는 저자의 책으로 책의 차례를 보면 핵심이 될 만한 주제를 중심으로 읽는 이가 배워나가기 쉽게 15부분으로 나누어 놓은 면에서 노련함이 엿보입니다. 

이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제가 단순히 알고 있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새롭게 보게 되는 부분과 저에게 부족했던 면을 배워나가는 부분,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매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미처 몰랐던 비법들을 읽게 됩니다. ‘1. 작품의 수준은 쓰기 전에 결정된다.’부분의 경우는 제가 단순히 ‘알고 있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새롭게 보게 된 부분입니다. 사전조사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여기서는 그 것이 작품에 있어 왜 승패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짚어줍니다. 소설가 김탁환씨와 조정래씨,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저자인 데라사와 다이스케, 드라마 에어시티, 대조영 등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작가들을 통해 실패와 성공에 대한 자세한 예시를 보여줌으로서 왜 스토리텔링을 하기 위해선 취재의 달인이 되어야 하는 지를 들려줍니다. 

‘3. 절묘한 용병술로 캐릭터를 움직여라.’, ‘5. 의심스러운 화자로 극적 긴장을 높인다.’, ‘9. 라이벌을 바퀴벌레 혹은 친구로 만들어라.’의 부분에서는 내용의 흐름 속 매력적인 캐릭터의 힘에 대해 서술됩니다. 특히 9. 라이벌을 바퀴벌레 혹은 친구로 만들어라 부분의 라이벌 플롯의 예시로 대장금, 선덕여왕, 배트맨 : 다크나이트 처럼 흥행한 작품 속 다양한 악당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제 기억속의 매력적인 악당들과 그렇지 못했던 악당들을 떠올리며 무엇이 제게 그들을 그렇게 평가하여 기억되게 하였는가를 책 속 내용과 함께 짚어가며 떠올릴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그 외에도 ‘7. 미디어 조건에 대해 스토리를 조정한다.’의 부분에서 드라마, 영화, 뮤지컬, 게임 각각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서술한 부분은 짧지만 그 내용은 새로웠습니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뮤지컬과 게임 스토리텔링에 관해서는 전혀 지식이 없었는데 새로운 관심사를 갖게 되었습니다.

책의 한 부분이 끝날 때 소설가, 드라마 PD, 드라마 작가, 영화감독, 만화가 등 다양한 인물들과 관련 부분에 대한 인터뷰형식의 내용이 한 장 정도 들어있었는데 마치 잡지를 읽듯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고수에게서 듣는 인터뷰이기에 더 읽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아직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닌 이야기를 ‘보고 듣는 사람’으로서 가장 가까이 다가온 부분은 책의 마지막 장인 ‘에필로그-무엇보다 작품 자체가 갖는 세계관을 파악하자’였습니다. 짧은 내용이지만 그 속엔 웹툰에서 영화화 되어 실패한 ‘바보’, ‘순정만화’ 만화에서 드라마로 전환되어 실패한 ‘2009 외인구단’의 사례를 설명하며 어떤 본질을 놓쳤기에 스토리텔링의 전략에서 실패한 것인지 적어나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작품들이 원작의 인기와 스타캐스팅에만 기대어 스토리텔링에 대해서는 오만한 태도를 보입니다. 여기에 등장하지 않은 ‘흥행 성공’사례지만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분명히 ‘실패’인 사례들도 존재하고 앞으로도 스타의 인지도 뒤에 숨은 오만한 스토리텔링 실패 사례들이 등장 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다시 한 번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책이 출판 되고 스토리텔링이 우리에게 가까이 올수록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더 나은, 그리고 더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노력하겠지요.


이 책은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초보 이야기꾼에게 첫 걸음을 걷게 하는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보다는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예시로 이해가 쉽도록 적혀진 책입니다. 노련하거나 이미 중간쯤 달려 나아간 이 보다는 이 분야에 대해 자세한 정보가 없는 이에게는 초보 입문서로 좋은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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