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추천도서 TOP10>
(http://book.naver.com/bookshelf/recommendbook_list.nhn)
목록을 살펴보다가 문득,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 경우엔 어떻게 집계하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예컨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문학사상사, 2005)은 <백년의 고독>(민음사, 2000)도 있고, 절판된 판본들도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나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만 해도 생각나는 판본이 한둘이 아니죠. 이럴 때는 어떻게 집계하고, 어떤 판본을 대표 이미지로 설정하는지 궁금했습니다(사실, 목록이 조금 뜻밖인 것도 이것저것 찾아본 이유 중 하나입니다. ㅎㅎㅎ).
확인해보니, 전부 개별적으로 집계했더군요. <백년 동안의 고독>(문학사상사, 2005)과 <백년의 고독>(민음사, 2000)을 다른 책으로 집계했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현재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출간된 판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민음사, 2009)과 ‘밀란 쿤데라 전집’의 하나로 출간된 판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민음사, 2011), 그리고 절판된 판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민음사, 1990)이 있습니다. 이 세 판본은 저자, 역자, 출판사가 모두 같은, 말 그대로 같은 책임에도 개별적으로 집계했더군요. 개정판이 나와도 별개로 집계합니다.
이런 책은 다 더해서 집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경우, 열린책들 판본을 추천했든, 민음사 판본을 추천했든, 하서 판본을 추천했든 모두 같은 <죄와 벌>을 추천한 것으로요. 번역 때문에 판본을 굳이 따져야 한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외국’ 지식인의 추천도서를 더하면, 번역 문제를 따지기 힘들어집니다. 카프카의 <소송(심판)>의 경우 ‘철학자 셸리 케이건’, ‘응용수학자 존 캐스티’, ‘소설가 팀 보울러’가 추천했는데, 셸리 케이건이 콕 집어서 문학동네 판본을 추천하고, 존 캐스티와 팀 보울러가 문예출판사 판본을 추천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다시 집계해봤습니다. 새로 집계했을 때 위의 목록 10권 중에서 제외되는 책은 두 권이지만, 순서는 꽤 많이 바뀌더군요. 집계할 때는 먼저, 한 저자의 동일한 작품을 추천한 경우, 역자, 출판사 등이 다르더라도 같은 책으로 간주했습니다. 카프카의 <소송>(문학동네, 2010), <심판>(문예출판사, 2007), <소송>(솔출판사, 2005), <심판>(범우사, 1999) 등 모두 한 권으로 집계했습니다. 시와 단편의 경우 상당 부분이 겹치거나, 겹치는 부분이 다소 적더라도 대표작을 포함하고 있다면 같은 책으로 간주했습니다. 예컨대, <백석시전집>(창비, 1987), <정본 백석 시집>(문학동네, 2007), <백석전집>(실천문학사, 2003),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시와사회, 1997) 등 모두 한 권으로 집계했습니다(박지원의 <열하일기>는 ‘돌베개’와 ‘보리’의 판본에 더해,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그린비, 2008),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그린비, 2003),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북드라망, 2013)도 <열하일기>로 간주하고 한 권으로 집계했습니다).
다시 집계했을 때 가장 많이 추천받은 도서 11권은 아래와 같습니다. 추천받은 수가 같은 책이 많아 10권이 아닌 11권입니다(판본은 가장 많이 추천받은 것으로 되어있는 판본이거나, 가장 널리 알려진 판본 중에 택했습니다. 단, 절판된 경우는 제외). 그리고 지금까지 ‘지식인의 서재’에 참여한 지식인은 모두 86명입니다.
1.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문학사상사, 2005) - 17名
추천人: 대중음악가 이적, 소설가 신경숙, 디자이너 이영희, 만화가 이현세, 물리학자 정재승, 소설가 황석영, 소설가 조정래, 경제학자 장하준, 서양화가 황주리, 그림책 작가 백희나, 광고인 박웅현, 소설가 심상대, 길 내는 사람 서명숙, 소설가 김영하, 철학자 고병권, 소설가 김연수, 문학평론가 정과리
2.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민음사, 2009) - 14名
추천人: 클래식음악가 장한나, 영화평론가 이동진, 소설가 조정래, 서평가 이현우, 소설가 한강, 소설가 이문열, 소설가 김연수, 번역가 천병희, 문학평론가 정과리, 영화배우 정진영, 소설가 김영하, 경제학박사 공병호, 광고인 박웅현, 건축가 승효상
3. 박지원 <열하일기>(보리, 2004) - 13名
추천人: 소설가 신경숙, 소설가 김훈, 의사 박경철, 소설가 김탁환, 생물학자 최재천, 긴급구호팀장 한비야, 소설가 박범신, 역사학자 이이화, 철학자 고병권, 소설가 김홍신, 디자이너 이영희, 국악인 황병기, 번역가 김난주
4.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 2009) - 12名
추천人: 건축가 승효상, 사진작가 배병우, 소설가 김훈, 긴급구호팀장 한비야, 의사 박경철, 소설가 박범신, 소설가 조쟁래,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소설가 김연수, 시인 장석주, 길 내는 사람 서명숙, 광고인 박웅현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민음사, 2009) - 12名
추천人: 건축가 승효상, 소설가 신경숙, 디자이너 이영희, 의사 바경철, 작가 알랭 드 보통, 서양화가 황주리, 피아니스트 김대진, 서평가 이현우, 소설가 김영하, 예능PD 주철환, 광고인 박웅현, 소설가 김연수
-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하서, 2008) - 12名
추천人: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스포츠해설가 허구연, 응용수학자 존 캐스티,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철학자 셸리 케이건, 서평가 이현우, 클래식음악가 장한나, 디자이너 이영희, 경제학박사 공병호, 만화가 이현세, 철학자 고병권, 광고인 박웅현
7. 로버트 루트번스타, 미셸 루트번스타인 <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 2007) - 10名
추천人: 사진작가 배병우, 디자이너 이영희, 외화번역가 이미도, 긴급구호팀장 한비야, 미술평론가 이주헌, 영화평론가 이동진, 물리학자 정재승, 국악인 황병기,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광고인 박웅현
-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예경, 2003) - 10名
추천人: 건축가 승효상, 만화가 이현세, 영화감독 장진, 미술평론가 이주헌, 의사 박경철, 물리학자 정재승, 소설가 은희경, 미술평론가 유홍준, 소설가 한강, 광고인 박웅현
- 박경리 <토지>(마로니에북스, 2012) - 10名
추천人: 디자이너 이영희, 경제학박사 공병호, 만화가 이현세, 긴급구호팀장 한비야, 방송인 김제동, 소설가 박범신, 시인 김용택, 스포츠해설가 허구연, 광고인 박웅현, 소설가 김홍신
- 김훈 <칼의 노래>(문학동네, 2012) - 10名
추천人: 건축가 승효상, 작가 고도원, 만화가 이현세, 영화평론가 이동진, 시인 김용택, 예능프로듀서 김영희, 스포츠해설가 허구연, 소비자학자 김난도, 소설가 김영하, 소설가 김연수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은행나무, 2011) - 10名
추천人: 클래식음악가 장한나, 생물학자 최재천, 만화가 이현세, 긴급구호팀장 한비야, 소설가 박범신, 목판화가 이철수, 의사 유태우, 타이포그라퍼 안상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시 쓰는 수녀 이해인
이상 11권(?)입니다. 이어서 <어린왕자>, <광장/구운몽>, <백석 시집>, <김수영 시집>, <변신>, <소송(심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논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등이 9명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이 두 권이나 있는데 톨스토이는 어떠냐고 물으시면, 톨스토이의 경우 <안나 카레니나>와 <전쟁과 평화>가 각각 5명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셰익스피어, 괴테, 카뮈, 헤르만 헤세, 조지 오웰, 스콧 피츠제럴드 등의 경우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8명, 괴테의 <파우스트>가 7명, 카뮈의 <이방인>이 8명, 헤세의 <데미안>이 6명, 조지 오웰의 <1984>가 7명,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6명으로, 각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 몇 권만 더 말씀드리면, 대중 과학도서 중에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가장 많은 8명에게 추천받았으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등도 8명에게 추천받았습니다.
더 쓰고 싶지만 그만하겠습니다. 왠지 책을 일렬로 줄 세우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볼지도 모르는 도서 목록이 조금 잘못된 것 같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 도서 목록은 ‘가장 여러 지식인’에게 추천받은 도서이지, ‘지식인이 가장 추천하는’ 도서는 아닙니다. 실제로 추천도서 약 100권과 함께 ‘내 인생의 책’을 5권 추천하는데, 그 책들은 (위의 목록처럼) 아주 많이 겹치진 않습니다. ‘내 인생의 책’들도 집계하면 재미있겠지만, 8회까지의 ‘지식인의 서재’에서는 내 인생의 책 5권을 추천하는 것이 없어서 집계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고르는 데 있어 참고하라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재미삼아 보시라고 올립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알라딘 고전 읽기 프로젝트’ 두 번째가 <열하일기>이었네요. 그때 구매하거나 읽으신 분들은 <열하일기>를 추천한 13명이 누군지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나 싶습니다.
책을 구매했으니 별점을 남겨달라는 알라딘의 요청을 무시하고, 오랜만에 남기는 글이 이런 쓸데없는 글이라니…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