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4 - 전국시대 화폐전쟁 4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에 출간된 화폐전쟁은 무척 화제였습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인기를 끌었던 것에 비하면 올해의 책과 같은 추천도서 목록에서는 다소 부진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국경제 이외에서는 2008년 올해의 책 목록에 올라가지 못했습니다(올해의 책을 무조건 신뢰하진 않습니다만).

 

 그 이유는 <화폐전쟁>이 팩션(fact+fiction)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실과 저자의 추측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만약, 무작정 저자의 말을 믿을 경우 <화폐전쟁>은 매우 위험한(?) 책이 돼버립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나 미국 대통령의 암살, 그리고 1997년에 아시아에 불어 닥친 IMF 외환위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세계 금융재벌(로스차일드를 비롯한)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반박할 지식이나 증거는 없습니다만, 이를 무작정 믿을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사실과 추측 또는 허구를 구분할 재간이 없는 저는 <화폐전쟁> 1권 이후로는 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출간된 <화폐전쟁 4: 전국시대>를 읽게 된 이유는 목차를 보고 흥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목차를 살펴보니 파운드화를 밀치고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 잡고 어떻게 그 자리를 지켜왔으며, 이 와중에 유로화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기축통화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구도가 어떻게 변할지를 저자의 시각에서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기축통화를 둘러싼 20세기의 경제사(史)를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파운드와 달러의 대립,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로화의 탄생 등의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실과 추측을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이 책 <화폐전쟁 4: 전국시대>의 전체적인 내용은 19세기 미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영국과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1930년대 경제 대공항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달러가 파운드화를 완전히 밀어내고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1970년대 브레튼 우즈 체제가 무너지면서 전 세계가 달러로 통하게 되고, 이 가운데 유럽이 유럽연합을 출범하고 유로화를 탄생시킨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달러와 유로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에서도 단일통화(야위안)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덧붙여 있고요.

 

 4권 <화폐전쟁 4: 전국시대>의 내용이 위와 같다면, 기존의 1권에서 이야기하는 숨겨진 뒷이야기들과 추측 등을 무척 재미있게 읽으셨던 분들은 다소 흥미를 잃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재미 면에서는 단연 1권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제사(史)를 바라보는, 그리고 현재의 경제위기 등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배우기에는 이번의 4권이 더욱 좋았습니다. 즉, 4권이 더욱 알차다고 할까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경제성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현재 주로 이야기되는 경제성장 모델의 핵심은 개방과 자유(규제철폐 등)입니다. 이에 대해 장하준 교수님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셨고요. 이 책의 저자 쑹훙빙 역시 이와 같은 주장을 합니다. 19세기의 미국이나 20세기 중후반의 일본 모두 높은 관세 등의 보호무역과 전략적 산업육성 등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지요.

 

 미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한 19세기 전체를 통틀어 미국의 관세율은 평균 40퍼센트 이상을 유지했다. 가장 낮은 해에도 20퍼센트 이상을 굳건하게 지켰다. 그리고 1900년에 이르러 미국의 산업 경제는 드디어 세계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보호 관세 정책에 힘입어 일궈낸 경제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135)

 

 한마디로 ‘높은 관세, 고임금, 막강한 제조업, 과학기술 중시, 시장 확장’ 전략이 미국 산업 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단언해도 좋을 듯하다. (p.137) - 미국

 

 정확한 전략, 철저한 실행, 주도면밀한 지도, 전략 산업에 종사하는 토종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절대적인 보호는 일본 전략 산업이 눈부신 성공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소였다. (p.351) - 일본

 

<저자는 미국과 일본 모두 과거 보호무역과 전략적 산업육성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주장합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미국의 경우, 대공황 이후 미국 경제는 곤두박질칩니다. 당연한 소리죠. 실업률이 치솟는 것도 당연하고요. 그런데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해결됩니다(양적완화가 해결한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물자가 부족한 해외 국가들에 물량을 퍼붓다 보니 미국 경제는 활기를 띠고, 실업률은 낮아집니다. 그런데 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넘쳐나는 물자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죠. 따라서 이러한 공급과잉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실업률은 치솟을 것이 뻔하므로 미국은 해외로 눈을 돌립니다. 그래서 이후 미국은 자유무역의 신봉자가 됩니다. 여기까지가 저자의 주장입니다. 결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진 않습니다. 이미 많은 학자들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고요.

 

 하나 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양적완화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는 이른바 돈을 시장에 풀어서 소비를 끌어 올리고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회복을 추구한다는 것인데, 저자는 이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양적완화 정책은 달러화 채무 때문에 발생한 위기를 재정적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로, 이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미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지만, 잠깐의 호황기를 맞았을 뿐 재차 하락했다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돈을 푼다고 해서 그것이 시민에게로 흘러들어 가는 것은 아니며, 결코 소비를 진작시킨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시중 은행에 의한 신용 창조는 대출을 통해 이루어진다. 즉 돈을 빌리는 사람이 있어야 신용 창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없거나 은행이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을 경우, 중앙은행이 발행한 염가 화폐는 실물 경제로 흘러 들어갈 수 없다. (p.121)

 

 즉 소비 자극 정책이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앞뒤가 뒤바뀐 논리다. 소비란 무엇일까? 예를 들어보자. 한 농민이 달걀 100개로 시장에서 옷 한 벌을 교환했다면, 이는 농민이 자신의 저축을 이용해 소비 행위를 한 것이다. 요컨대 소비는 일종의 교환 행위다. 소비는 생산을 전제로 한다. 생산이 없으면 소비도 없다. 소비량을 늘리려면 반드시 생산량을 먼저 늘려야 한다. (p.566)

 

 지난 9월 14일 미국은 제3차 양적완화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위와 같은 저장의 주장은 눈여겨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양적완화 정책이 장기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저자의 말대로 한계에 부딪힐까요?

 

 <2012년 9월 14일 미국은 제3차 양적완화를 발표했습니다.>

 

 이와 같은 경제현안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달러제국이니, 파운드 블록이니 하는 이야기보다 말이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와 관련지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결국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니 말이에요.

 

 먼저, 미국의 경제위기입니다. 저자는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더군요. (미국채권)채무를 담보로 신용을 창조하는 현재의 미국 경제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버블을 만들기 때문에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고, 수출에서 북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네요.

 

 다음으로 농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거20세기 소련은 산업화를 위해 다소 농업을 희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많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죠.

 

 소련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농업에서 가장 먼저 문제가 발생했다. 소련은 지구 육지 면적의 6분의 1에 달하는 넓은 땅덩어리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인구는 고작 3억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못하고 1960년대 이후부터 거의 수입에 의존했다. (p.203)

 

소련의 농업 경제는 이처럼 산업 발전에만 치중한 불균형 성장 정책 때문에 오랜 기간 침체기에 빠졌다. 소련의 실책은 식량의 자급자족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뿐만이 아니었다. 중공업 발전만을 중시함으로써 경공업 부문에 대한 투자 감축을 간과한 거 역시 결정적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국제 경쟁력을 갖춘 각종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p.208)

 

 이러한 소련의 정책이 결국 약점으로 작용하여 미국에 무너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아직 농업 부문이 상당히 취약하죠(매우인가요?). 그래서 시행하는 FTA마다 농업무문에서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는 경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고요. 소련의 사례를 보면 깊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11월 27일 방송된 KBS 뉴스 중에서>

 

 마지막으로 우리도 익히 들은바 있는 부채 문제입니다. 저자는 과거 사례를 들어 GDP대비 부채비율이 299.8%가 한계라고 합니다. 이를 넘으면 국가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죠. 1930년대 미국(299.8%)이 그랬고, 2008년의 미국(358.2%)이 그랬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11월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 기업, 가계의 총부채가 GDP의 2.3배(234%)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즉 저자의 말대로라면 한계에 근접했다는 것이죠.

 

 그러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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