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게리 해멀이 던지는 비즈니스의 5가지 쟁점
게리 해멀 지음, 방영호 옮김, 강신장 감수 / 알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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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리 해멀 교수의 책을 읽은 것은 <꿀벌과 게릴라>, <경영의 미래>에 이어 이 책이 세 번째입니다. 처음 게리 해멀 교수의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아마도 많은 분들과 같은 이유에서 라고 생각합니다. 2008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표한 ‘세계적 경영대가(GURU)’의 순위에서 게리 해멀 교수가 1위에 선정되었기 때문이죠. 피터 드러커나 톰 피터스, 필립 코틀러, 빌 게이츠 등 그동안 제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닌 것이 조금 놀라웠습니다. 그때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표한 순위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표한 세계적 경영대가(GURU). 2008년 5월 6일자.>

 

 순위에도 관심을 갖기는 했습니다만, 무엇보다 어떤 이유에서 1위에 선정되었는지가 무척 궁금했고 그 후에 게리 해멀 교수의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2012년에 출간된 신작이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의 주제를 담고 있는데요, 그 다섯 가지는 가치, 혁신, 적응성, 열정, 이념입니다. 주제만 보면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 다섯 가지는 서로 연결되거나 순서가 정해진 것이 아닌 개별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지금 중요한 것은 ‘가치’이다.

 미심쩍다면 한 번 더 실험을 해보자. 이렇게 해보자. 직원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생겼을 때, 직원들이 프레젠테이션을 보느라 지쳐서 눈이 게슴츠레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회사에 정말로 더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해보자. 기업의 관리자층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 나는 종종 이런 식으로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해보라고 권유한다.

“회사로 돌아가자마자 회사에 ‘사랑’이 부족한 것 같다고 상사에게 말해보세요.”

이렇게 제안하면 역시 사람들이 피식 웃음을 짓는다. 나로서는 그런 반응이 늘 이해가 되지 않는다. (p.80)

 

 회사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면, 저 역시 웃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과 기업은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업이 ‘고객사랑’과 같이 종종 ‘사랑’을 외치기는 합니다만 그와는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게리 해멀 교수는 이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인간에게 있어, 그리고 삶에 있어 가장 가치 있고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기업과는 무관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이 점차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도덕성을 잃어간다는 것이죠.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가 도덕성을 회복하고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변화되어야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었습니다. 이러한 주장과 게리 해멀 교수의 주장은 무관해보이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의 중심에는 기업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자본주의 4.0이니, 따뜻한 자본주의니 하던 주장들이 최근에는 잘 들리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2. 지금 중요한 것은 ‘혁신’이다.

 혁신. 너무 많은 사람과 기업이 주장하는 혁신. 그래서 이제는 조금 진부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혁신’의 의미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혁신’이라는 단어 자체는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혁신처럼 어려운 것을 너무 쉽게 혁신, 혁신하며 외치기 때문에 오히려 ‘혁신’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진부하게 다가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게리 해멀 교수가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모든 것이 혁신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게 혁신 덕분이다. 예컨대 1,000년 동안 사회적 혁신(social innovation)이 일어난 덕에 무수한 사람들이 자기 결정의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영주에 귀속된 농노도, 징집된 병사도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며, 생각과 행동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중략> 100여 년 동안 광적인 기술적 혁신(technological innovation)이 일어난 덕분에 지금 우리는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하고,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기기로 업무를 처리한다. 그뿐인가. 새로운 질병 치료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어서 못 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다. (p.89)

 

 책에서는 혁신을 키울 수 있는 몇 가지 방침을 제공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애플을 보고 배우라(2장 5.애플을 해부하고 분석하라)는 것입니다. 애플이 완벽한 기업은 아니지만 수많은 혁신을 보여준 기업이기에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게리 해멀 교수는 자신에게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기업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대량생산 체제를 최초로 도입한 포드, 한 세기 이상 경영의 본보기로 자리매김한 GE, 그리고 애플을 택하겠다고 합니다.

 

 <게리 해멀 교수가 역사상 가장 주목할 기업으로 꼽은 포드, GE, 애플>

 

 하나의 기업이 어떻게 이 모든 일을 해냈을까? 단지 한 개 업종이 아니라 컴퓨터, 음악, 소매,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미디어, 출판 등 예닐곱 개 업종을 재편성할 수 있는 조직을 도대체 어떻게 구축할 수 있었을까? 기업들은 대부분 한 개 업종도 재편성하지 못한다. 역사상 다수 업종을 재편성한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p.141)

 

 3. 지금 중요한 것은 ‘적응성’이다.

 게리 해멀 교수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가장 주목할 점으로 ‘변화의 속도’를 꼽습니다. 변화에 가속도가 붙어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 역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기업의 유연성을 키우고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사람들은 지나가는 두 번째 1,000년과 다가오는 세 번째 1,000년에 주목할 만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인터넷의 발명일까? 인간의 유전자를 해석한 사실일까? 혹은 화성에 무인 탐사선을 보낸 사건일까? 기후변화의 재앙에 대응하는 방법 아니면 그에 대응하지 않는 방법일까? 이 모든 사항은 주목할 만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세대에는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에 이끌릴 것이다.(p.155)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좋아하지만, 막상 눈앞에 다가온 변화는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죠. 변화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기에 기업은 변화를 외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그럼에도 변화해야 하는 이유는 대형 항공사들이 특화된 경쟁 기업들에게 입지를 빼앗기고, 이북(e-book)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통 서점의 역할이 축소되는 등 많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변화는 거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유연한 조직, 적응력이 강한 조직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격변의 시대인 오늘날, 조직은 번영하기 위해 조직화와 관리의 끈을 약간은 헐겁게 풀어야 한다. 조직화가 덜 된, 계층화가 덜 된, 관습화가 덜 된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p.176)

 

 4. 지금 중요한 것은 ‘열정’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열정은 업무 몰입도와 연관이 있습니다. 업무 몰입도와 기업의 재정적 성공에는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죠.

 

 타워스 왓슨(Towers Watson)이 실시한 조사, 또 벤틀리 대학의 라젠드라 시소디아(Raj Sisodia)교수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직원 몰입도가 높다고 평가받은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더 높은 수익과 마진을 달성했다고 한다. (p.236)

 

 애플 또한 이와 관련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고요. 게리 해멀 교수는 매슬로의 욕구 계층 이론(Maslow's Hierarchy)을 바탕으로 직장 내 인간 역량의 계층으로 정리하여 제시합니다. 정리된 직장 내 인간 역량 계층 이론은 총 여섯 단계로 이루어지는 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직장 내 인간 역량 계층 이론(p.239)>

 

 여기서 문제는 각각 1단계, 2단계, 3단계에 해단되는 복종, 성실, 전문성이 점차 글로벌 상품화 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역량은 이제 인도, 중국 등 어느 곳에서나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역량의 피라미드를 높이 쌓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기업은 구성원들에게 (열정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동기부여에서 자극되기 때문에)자신의 업무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사명, 즉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 지금 중요한 것은 ‘이념’이다.

 기업에서의 경영 이념은 마치 불변의 성질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기업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게리 해멀 교수는 주장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아마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바로 ‘경영 이념’이다. 사내 웹 페이지를 뒤져보라. 장담하는데 자사의 경영 이념을 언급한 간단한 말 한마디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문제다. 한편으로 경영자의 신조 때문에 조직이 혁신을 이룩하기는커녕 변화에 적응조차 못 하기도 한다. 그런 조직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숭고한 가치를 추구할 리 만무하다. 우리는 우리의 경영 이념으로 인해 제약을 받는다. 인간의 역사는 이념 갈등의 연대기이다. (p.297)

 

 이념과 이념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며, 상반되는 이념 간의 절충점을 찾아야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모든 상황에서, 순간순간 가중치를 두어야 할 부분을 찾는 것이 타협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존의 이념에 대한 물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존의 통제이념을 바탕에 둔 ‘관료제’입니다. 그동안의 기업은 통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확성, 안정성, 규율의 엄격성, 신뢰성 등을 장점을 지닌 ‘관료제(bureaucracy)’ 유형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통제의 문제가 아닌, 변화에 대한 적응성과 유연성, 창조성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죠. 따라서 이러한 통제의 이념에서 자유의 이념으로 변화할 필요를 강조합니다. 고어사와 모닝 스타, 그리고 인도의 IT 기업인 HCLT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기업의 사례로 꼽힌 고어사와 모닝스타, 그리고 HCL>

 

 이상의 다섯 가지는 너무 뻔한 소리,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현실을 앞세운 실용주의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용적인 목표는 분명 현실적이기에 즉각적인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감성적 촉매제로서 전 직원의 에너지를 집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게리 해멀 교수의 주장이죠.

 

 이 책은 제목처럼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제공하는 조언들이 오히려 더욱 어려운 해결책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도구학문에 가까워 배운 지식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일독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깊이 있게 틈틈이 읽어보는 것이 더욱 도움되리라 생각합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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