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브라질
장 크리스토프 뤼팽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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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들의 국경이 나눠지기까지 무수한 살육의 역사가 뒷받침되고 있음은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피로 물들어 있는 이 땅은 우리 조상들이 살던 땅일수도 있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인종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며, 그 이전의 조상을 밀어내고 내려온 새로운 이민족이 현재의 우리인지도 모른다.

그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브라질 대륙을 찾아내려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집안에서 버림받은 어린 남매가 새로운 땅 브라질을 만나고 그곳에서 일종의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된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여성이자 동생과의 대립을 이루는 것은 남성이자 오빠다.

동생에 대한 사랑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여성에 눈을 뜨지만 기독교에 물든 여인은 오히려 그를 제거하고자 할 악독한 표본이 되고 만다. 가장 성스럽게 살고자 했으며 신의 뜻에 따르고자 했던 여인의 변신은 그것의 근본에서부터의 회의를 들게 만든다.

어쩌면 그것은 지금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옳다고 믿어왔고 가장 바람직하다고 믿어왔던 가치가, 앞으로도 지켜가고 싶은 가치가 실은 가장 옳지 않으며 불순한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새삼 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 보게 하는 것. 그것까지가 이 책의 모든 것이었다.

사실 그 섬 주민들과 동화를 이루어가는 남매의 모습은 사실 이어짐이 부자연스럽다. 왜 어떤 점에 무엇이 끌렸는지는 이해가 가지만, 오빠의 급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를 따라가기 영 수월치 않았다. 아니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서로만을 의지해온 남매가 단지 어느 한순간 친남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영혼의 동반자가 된다는 것. 그건 극히 공감할 수 없는 삶.

또한 원주민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결국 현실과 이어지지 못하고 단지 그들만의 신화로 남는 점 역시 안타깝다. 어쩌면 이 소설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가장 도달하고 싶은 이상향의 극치와 만나는 접점에 있는 것일 게다. 그리고 그것이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소설인지 구분하는 것은 이미 아무 의미도 없는 행위이리라.

단지 당시의 무지했던 삶을 되돌아보며 그러지 말아야지를 되뇌이면서도, 오늘도 변함없이 자신의 틀 안에서 누군가의 넘치고 모자란 점을 싹둑 잘라내고 억지로 매꿔내고 있지 않은지 자꾸만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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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너에게
벌리 도허티 지음, 장영희 옮김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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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비단 교육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무엇보다 그들을 결정적으로 다르게 만드는 요인이 반드시 존재하고 있다고.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결정적 요인을 짚어 낸다.

풋풋한 첫사랑이었어야 할 크리스와 헬렌의 관계는 단 한 번의 관계로 잉태된 새 생명에 의해 텁텁한 현실이 되고 만다. 이것을 부인하고자 하는 크리스는 유럽 여행을 떠나고,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헬렌은 '이름 없는 너에게'라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안으로의 도피를 떠난다.

여성은 몸 안에 아이를 담는 존재이기에, 훌쩍 떠날 수 있는 남성과 달리 24시간 아이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크리스는 훌쩍 떠나는 것도, 잊어버리는 것도 가능했다. 새로운 존재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것을 몸으로 체감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래서 머리로 아는 지식과 몸으로 체득하는 것은 효과가 다르다. 그리고 이것은 여성이 강한 어머니가 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기도 하다. 24시간을 9개월 동안 꼬박 몸 안에서 자라고 태동하는 존재임을 느끼기에.

여성의 생애 동안 그보다 다른 존재와 함께 더 강한 동거를 해본 적은 없으리라. 비단 가족이라 할지라도 아무것도 아닌 미약한 수정란에서 하나의 사람꼴을 갖춘 존재가 만들어지는 느낌은, 그것이 자신의 몸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실감하는 것은 오직 어머니와 자식의 유대에서만 가능한 체험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바로 성의 차이를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일까. 헬렌은 결국 크리스와의 이별 대신 '에이미'와의 평생을 택한다. 이제 그들에게는 어떤 앞날이 펼쳐질까. 가장 치열하게 본인을 키워나가야 할 20대에, 자신뿐만이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존재까지 키워나가야 할 헬렌에게 꼭 그만큼 두 배의 성장을 통한 멋진 홀로서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크리스는...아아 온갖 애증이 교차할 뿐이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듣는 순간부터 꼭 한번 읽고 싶었다. '이름 없는 너에게'라는 제목 자체의 매력 때문이다. 영문 제목인 'dear nobody'와 비교하면 한국어 제목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 책의 초반에서 사라져야할, 없애버리고 싶은 존재였을 때의 아무것도 아닌 새생명이 '에이미'라는 이름을 가진 축복받은 존재가 되기까지의 헬렌의 마음 변화를 담은 것은, 그리고 결국 헬렌이 가장 지키고 싶은 존재였음을 드러내는 따뜻함을 담아내는 것은 한국어 제목 쪽이 더 적합한 느낌이다 싶었기 때문이다. 책을 덮은 순간에도 한번쯤 읊조려보게 되는 이름 없는 너에게...결국 잘 만든 제목이 책 전체의 이미지마저 결정할 수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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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역사 추악한 진실 1
마크 필립스.캐시 오브라이언 지음, 이지현 옮김 / 일송북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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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보는 순간 흥미가 생겼다. 미국 정치계의 어두운 뒷면이라 게다가 생소한 이름이 아닌 요즘의 나에게도 익숙한 이름들이 대거 등장한다.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페이지를 더해갈수록 충격과 좌절을 더해갈 뿐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설마...이럴수가가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말도 안돼 거짓일이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으니. 책 속의 진실이 덤덤히 풀어질수록 나는 더욱 불편해졌다. 그 모든 것을 머릿속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누군가의 엄청난 고통이 내 것마냥 소름 돋아 견뎌낼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에는 책장을 흐르듯 넘기고 책을 덮었다. 그녀의 삶은 이제 조금 행복해졌을까? 아님 과거의 기억이 더욱 무겁게 그녀를 짓눌러 갈 것인가. 국가라는 거대한 규모 앞에서 작은 것이 아닌, 보잘 것이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개인의 삶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할까.

아마도 그 기억 속에서 그네의 삶은 완벽히 안락해지긴 힘들 것이다. 비단 본인이 겪은 일뿐만이 아닌 자식에게까지 대물림이 되고 말았다는 그 죄책감과 자괴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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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2009년 01월 21일에 저장
구판절판
두 번 태어나다
주세페 폰티지아 지음, 이옥용 옮김 / 궁리 / 2004년 4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12월 24일에 저장

미안. 난 잘 모르겠다 그 감동.
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2008년 12월 24일에 저장
구판절판
하얀 마사이- 마사이 전사의 아내가 된 백인 여인
코리네 호프만 지음, 두행숙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7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08년 12월 22일에 저장
절판
괴로웠어?? 왜 그 멋진 감정들은 퇴색되고 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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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Diamonds & Rust in the Bullring
이엠아이(EMI)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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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마음이 아픈 날이 있다.

무엇을 해도 될 것 같지 않고
누구를 만나도 엇갈릴 것 같고
어디를 가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날이.

하지만 그런 날 만난,
이 앨범에 담긴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날,
나는 그 모든 시련을 인정하고야 말았다.

내가 겪었던 그 모든 고통과 시련이 이것을 만나기 위함이었음을.
그리고 이것이 내 패인 가슴을 감싸주고 황폐한 마음을 일으키고 말라가던 눈물을 되살려냄을 온몸 가득히 느끼고야 말았다.

영혼이 있다면 응당 이렇게 노래를 해야할 것이고
삶이 있다면 분명히 이토록 전율해야 한다.

그 자체로 아름답고 완전하여
들을 때마다 눈물나는 그런 목소리가 있음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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